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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이안류'보다 '말리는 파도'가 더 위험

여름철 해수욕장 안전을 지키는 '수상안전 요원' 너는 누구냐!

등록|2010.08.16 15:29 수정|2010.08.16 15:29
파도가 제법 높다. 1m는 훌쩍 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연신 즐거운 비명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낭만적인 파도소리와 해수욕객들의 즐거운 비명소리에 간간이 섞여있는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무척이나 귀에 거슬린다.   

지난 12일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의 오후 풍경이다. 귀에 무척이나 거슬리게 들리던 소음의 주인공은  바로 이 해수욕장의 안전요원들이 해수욕객들을 향해 불던 호각 소리였다. 해수욕객들을 통제하기 위해 호각을 불고 있었기 때문.

백사장에서 꽤 떨어져 있는 바다 바깥쪽. 노란 부표로 경계를 지어 놓은 안전선 부근에는 대략 20여미터 간격마다 건장한 사내들이 물 속에 뜬 채 간간이 호각을 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들 바로 앞쪽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해수욕객들을 향해 있었다. 

이날은 파도가 높은 관계로 안전선 바깥으로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게 통제했다. 그러면서 위급상황에 처한 해수욕객을 가장 빨리 구하기 위해 역방향인 해변쪽을 바라보면서 해수욕객 한사람 한사람을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었던 것.

▲ 지난 8월 12일 양양 낙산해수욕장 ⓒ 추광규


# 낙산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는 '양양군 해양구조 봉사대'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낙산해수욕장은 동해안에 위치한 수많은 해수욕장 중 긴 백사장과 얕은 수심 등으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어쩌면 해변가의 소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계속해서 불고 있던 그 주인공들은 누굴까?

해수욕장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을 법한 양양군청에 소속된 안전요원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해양경찰대원? 또는 119대원들일까? 아니었다. 이날 소음의 주인공은 자원봉사대에 소속된 대원들이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민간 구호대원들었던것. 정식명칭은  '양양군 해양구조 봉사대'.

해마다 이들 봉사대원들의 노력으로 낙산해수욕장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것. 올해는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봉사대가 낙산해수욕장을 방문해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대원들은 대한적십자사에서 발행하는 '대한적십자사 수상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들이었다. 연령은 20대 초반. 거의 대부분의 대원들이 대학생이란다. 이들의 구릿빛 몸매가 볼 만하다. 아니, 그들의 피부색은 구릿빛이 아닌 거의 '흑인'수준이다.

대원들의 피부색이 그토록 인상적인 것은 지난 7월 10일 부터 근 1달여간을 해변에서 낮이고 밤이고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일 자체가 강한 체력을 요구하다보니 다이어트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몸매 관리가 되는 듯했다. 대원들의 몸매가 예술 그 자체였기 때문. 헬스클럽 등에서 다져진 인공적인 몸매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구릿빛 몸매는 여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듯했다.

이들 봉사대는 지난 7월 11일 낙산해수욕장의 개장과 함께 오는 22일 폐장때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한 12일 하루동안만 해도 3~40여명의 해수욕객들이 이들 신체건강한 대원들의 신세를 져야만 했다고 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의 활약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안전이 지켜지고 있었던 것.

▲ 탄탄한 몸매와 건강한 구리빛 피부가 돋보이는 '양양군 해양구조 봉사대'의 대원 들. 오병길, 이재연, 김대환, 탁종철 팀장(32세) 왼쪽에서 4번째, 안영재, 이춘언. 대원이다. ⓒ 추광규


# '이안류' 보다 훨씬 무서운...'말리는 파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이름을 날린 '이안류'. 파도가 외해쪽으로 빠르게 빠져 나가면서 수십 명에 달하는 해수욕객들의 안전을 위협해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안류'가 이곳 낙산해수욕장에도 발생할까? 당연히 몇몇 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곳 낙산해수욕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양양군 해양구조봉사대' 김명석(45) 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안류'보다 해수욕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더 무서운 것은 '말리는 파도'라고 설명했다. 이안류는 발생하는 지역만 피하면 되는데 말리는 파도는 파도가 조금 높게 일라치면 해수욕장 전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

'말리는 파도'는 과연 무엇일까? '말리는 파도'는,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온 후,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즉 앞선 파도가 백사장에 부딪힌 후 물결이 빠지는 과정에서 뒤의 파도가 연속해서 밀려오다 앞 파도와 충돌하면서 뒤의 파도가 힘을 잃고 그 자리에서 뚝 떨어지는 것.

해수욕객들이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워 튜브 등에 탄 채 백사장 가까이에 있다가 이 말리는 파도에 휘말리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때문에 안전요원들은 파도가 치는 날이면 해수욕객들로 하여금 차라리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해수욕을 즐기게끔 유도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낙산해수욕장을 방문한 이날(12일) 오후 4시경 서울에서 온 50대 초반의 여성이 '말리는 파도'에 휩쓸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면서 경추골절상을 입고 긴급 호송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이날 '말리는 파도'에 의해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해수욕객을 후송하기 위해 도착한 119구급대 차량 ⓒ 추광규


부상을 입은 이 여성은 해변에서 2~3미터 떨어진 곳에서 튜브를 상체에 걸친 채 해수욕을 즐기다가 해변으로 밀려든 높이 1.5m 가량의 높은 파도가 갑자기 밑으로 떨어지면서 튜브에 실린채 그대로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먼저 부딪친 것.

물이 빠져 나간 백사장 바닥은 콘크리트 처럼 단단한데 머리부터 뒤로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관광객은 부상을 입은 후 이상 행동을 보여 119 응급차량으로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돼 강릉 아산 병원으로 긴급후송 되기도 했다고.

불과 몇 초만에 심각한 경우 평생 하반신 마비로 지낼 수도 있는 부상을 입었던 것. 김명석 대장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안전한 해수욕을 즐기고자 한다면 안전요원들의 통제에도 잘 따라야 하지만 물이 무섭다고 해변가 쪽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높은 파도가 일 경우 백사장과 그 파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주의 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양양군 해양구조 봉사대 김명석 대장과 일문 일답

- 언제부터 이곳에서 봉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가.
"20살 때인 지난 1985년 부터다. 26년째다. 집이 낙산사 인근이어서 낙산해수욕장과 인연을 맺은 후 활동하다 보니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사람이 김명석 대장이다. 해수욕장 한가운데 위치한 간이 전망대에서는 안전요원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었다. ⓒ 추광규

- 봉사대원들은 어떻게 선발했는가.
"대한적십자사에서 발행하는 '대한적십자사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지난해 같은 경우 40여명의 대원들이 자원했고 올해는 30명이 자원해 이들과 함께 해수욕장을 A, B, C, D  등 네 지구로 나누어 안전을 지키고 있다."

- 인명구조원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는가.
"대한적십자사에서 인명구조원 자격증과 관련한 8박 9일동안 훈련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이 훈련과정이 끝난후 검정시험을 거쳐 합격해야만 자격증을 취득한다. 물론 불합격할 경우에는 다시 훈련과정을 이수한 후 응시해야만 한다."

- 자원봉사대인데 운영경비는 어떻게 하는가?
"낙산해수욕장내 3개 마을에서 운영비 약간을 지원받는다. 봉사대원들에게도 소액의 실비 정도는 지급하고 있다. 돈을 바라보고는 하지 못할 소액이다. 우리 봉사대원들이 활동하는 것은 이곳 낙산해수욕장의 안전을 지키고자하는 사명감 때문이다."

- 올해 들어 기억에 남는 구조활동은 무엇이었는가.
"오늘 하루에만도 3~40건이 넘게 구조활동을 펼친 것 같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7월 21일 50대 여성분 익수자를 구조했었다. 당시 이 익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는데 심폐소생술을 거친 후 119 대원들에게 연결했고 무사했다.

또 7월 30일에는 24세 남자 2명을 구조했었다. 한분은 부천대 2학년 학생이었고 또 한분은 회사원이라고 했다. 대원들이 구조한 후 의식이 없는 이분들을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한 후 119대원들에게 연결했는데 무사했다. 이렇게 우리가 없었다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우리가 있음으로 해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데서 보람을 느낀다."

- 낙산해수욕장의 경우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렇다. 지난 12년간 우리가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욕객들의 경우 다소 귀찮게 여겨지더라도 자신 스스로의 안전 위해서라도 안전요원들의 유도에 따라줬으면 한다. 현장 상황을 가장 잘아는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따라준다면 안전사고 위험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 안전한 해수욕을 즐길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물 안쪽으로 확실하게 들어가서 놀아야 한다. 1m 안팍의 파도는 우습게 여기는데 결코 아니다. 백사장과 물이 끝나는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 튜브에 탄채 백사장과 파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노는 것은 바로 '말리는 파도'와 맞닥뜨리는 그 첩경이기 때문이다."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안전장비가 보강되었으면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매우 열악하다. 고작해야 '레스큐 캔 튜브'와 '가드보드'뿐이다. '제트선'등 우수한 구조장비가 보강 된다면 훨씬 신속하게 익수자들을 구조할 수 있을 것이다. 해수욕장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각 지자체에서 인명구조 봉사단의 장비 보강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우수한 구조장비를 갖춘다면 인명피해는 훨씬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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