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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방송 특혜, 지상파·지역방송 죽이기"

진보 언론학자들, 종편 채널 '장밋빛 전망'에 경종

등록|2010.08.16 20:09 수정|2010.08.16 21:17

▲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16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종편 채널 도입 정책, 진단과 모색' 토론회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언론노조 이기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에서 17일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 선정 기준 등을 담은 기본계획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진보 언론학자들이 현 정부의 종편 정책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지금까지 각종 토론회에서 콘텐츠 시장 활성화, 글로벌 미디어 기업 출현 등 종편의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종편 낮은 번호대 지정-의무 재전송은 지상파 죽이기"

진보 성향 언론학자들이 모인 한국언론정보학회(차재영 충남대 교수)는 16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종편채널 도입 정책'을 진단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시키려고 종편을 도입했지만 지상파 독과점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와 다른 규제로 종편에 특혜를 줌으로써 지상파 방송 죽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종편 예비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종편 PP(방송채널 사업자) 초기 안착을 명분으로 10번대 전후 낮은 채널 지정, 의무 재전송, 중간광고 허용 등 지상파와 다른 '비대칭적 규제'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일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교수는 "수용자 80~85%가 이미 케이블TV로 지상파방송을 보는 상황에서 종편이 지상파와 비슷한 채널로 들어온다면 별도 PP로 생각하지 않을 텐데, 서로 다른 조건에서 경쟁한다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기 부경대 교수 역시 "종편을 통해 추구하려던 과거 목표가 사라지고 정부가 정책적 목표를 내세웠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리려 하고 있다"면서 "콘텐츠 산업 육성이 목표라면 종편보다는 차라리 한류드라마, 댄스음악 같은 전략적 장르에 집중하는 게 낫고 여론독과점 문제 역시 현 정부가 '좌파 방송'이라던 2년 반 전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관규 동국대 교수는 "비대칭 규제 일부분을 허용하고 종편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면서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종편의 국내 제작 비율을 지상파 수준으로 규제하고 낮은 번호 채널 배치 등 나머지 부분은 사업자 정착 시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색깔 같은 소수 신문만 참여해 여론 획일화 우려"

비대칭 규제와 상관 없이 종편 도입 자체가 방송 업계에 몰고올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았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종편 정책 가장 큰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좇다보니 공공성에도 도움이 안되고 산업적 육성에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디어 다양성을 살리려면 <한겨레>나 지역신문도 종편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본력을 내세우면 색깔이 같은 소수 신문밖에 안돼 여론 획일화를 더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교수는 "종편 PP가 신규 투자에 따른 수익률을 높이면서 지상파와 경쟁하려면 저가 생산으로 시청률을 높이는 선택이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시장이 흐트러지고 파괴적 경쟁이 기존 사업자들 행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진보 성향 언론학자들이 모인 한국언론정보학회(차재영 충남대 교수)는 16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종편채널 도입 정책’을 진단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 언론노조 이기범


"지역에선 종편이 강자... 오히려 지역방송 지원해야"

아울러 종편 도입에 따라 지역 민방과 지상파 지역 계열사 등 지역방송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영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 선정 과정 지역방송 위축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지역 언론이 중앙 언론에 잠식되는 상황에서 영리추구사업자인 종편 PP는 오히려 지역의 중앙 종속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영 교수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인 지역 지상파 방송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강자인 종편에 사회적 의무를 더 많이 부여하는 '거꾸로 비대칭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종편 사업자 시각에서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일부 학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는 "대부분 학자들이 DMB나 IPTV를 도입할 때마다 장밋빛 전망을 내놨는데 과연 신규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는지 의문"이라며 "종편 사업자도 잘 못 될 가능성이 더 높은 데 학자들이 장밋빛 전망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일부 종편 자문 발표를 보면 낯 뜨거울 정도로 사업자와 밀착된 관계를 보이는데 문제는 잘못된 정보나 충고가 이뤄질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지금 종편 채널에 적극적 찬성하는 교수들 명단을 적어놨다가 과연 우리 사회와 방송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줬는지 점검할 시점이 됐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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