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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장재인'이 전해주던 음악 그리고 기적

[TV비평] <슈퍼스타K 2>가 말하는 진짜 '기적'은 무엇일까

등록|2010.08.17 13:54 수정|2010.08.17 20:24

▲ <슈퍼스타K 2>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그녀는 방송 출연 이전부터 항상 음악과 가까이 있었다. ⓒ 장재인블로그


M.net의 인기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오디션을 보러 나온 장재인(20, 호원대학교 실음과)을 통해 대중들은 음악 뒤에 있는 이야기와 그러한 이야기를 뛰어넘는 음악의 감동이 무엇인지 조금 알았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음악은 귀로 듣는다. 하지만 항상 그 이전에 무언가 충족될 때에만 음악이 가지는 감동은 극대화된다. 그것은 화려한 연주실력이나 비주얼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감히 '이야기' 그리고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할 때에 왠지 모를 어눌한 말투, 초등학교 시절의 집단폭행, 고등학교 시절의 자퇴, 풍족치 못한 가정환경 등을 장재인은 담담하게 회고했다. 그러고는 '음악'만이 자신의 치료제이자 약이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 이미 그녀의 음악과 드라마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뒤이어 그녀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기타 하나 끼고 의자도 없이 철퍼덕 앉았다. 곧이어 정규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디션 풀 영상에선 들을 수 있는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과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의 'Head Over Feet'과, 그녀의 이름을 치면 이제는 연관검색어로 따라 나오는 그녀의 자작곡 '그곳'이라는 노래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봐! 내가 뭐랬어! 쟤 분위기가 뷔욕(Bjork) 닮았다고 그랬잖아! 될 줄 알았어!'하며 속으로 크게 외치고 말았다. 그때만큼은 나도 그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가창력에 말려버린 지극히 감성적인 한 명의 시청자가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 그녀의 이름은 연일 상위에 랭크됐고 벌써부터 팬 카페가 생겼다고 한다.

방송 자체가 '드라마'가 된 <슈퍼스타K 2>의 가치와 한계

▲ 지난 시즌 1보다 한층 더 많은 지원자와 상금이 걸린 <슈퍼스타K 2>. 그들은 태생적으로 상업적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엠넷미디어


이처럼 우리에게 음악은 더 이상 스피커를 통해서만 재생되지 않는다. 그 안에 도전과 눈물, 웃음이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 음악이 전하는 감정의 기폭은 훨씬 더 커진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폴 포츠(Paul Potts)와 수잔 보일(Susan Boyle)의 음악이 특히나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들에게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케이블 방송사상 최고의 시청률인 8.47%를 찍었던 <슈퍼스타K>는 시즌 1의 대성공이후 '스타'란 열쇠가 '개인의 실력'보다는 대형기획사와 같은 '환경'에 좌지우지 되는 지금 시대, 예비음악인들의 희망이 되어버린 측면이 강하다. 처음부터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지 못한 개인은 그 한계를 넘기 위해 <슈퍼스타K>를 향해 돌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방송 자체는 한편의 드라마가 되었고, 그것이 <슈퍼스타K>가 시즌 2를 맞아서도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대중들은 원래가 불가능에 가까운 좌절을 뛰어넘어 희망을 향해 가는 리얼한 드라마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대중음악 전반에 걸친 발전을 위해 무명의 시간을 보내는 인디씬의 뮤지션들이나,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의 현장까지 드라마로 보듬어 주는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프로그램이 가지는 상업성과 한계가 대두된다.

개인의 드라마는 분명 감동을 극대화 시키고 음악을 통해 시청자들을 움직이지만, 이것이 상업적인 미디어 속에서 이뤄진다면 감동은 상업적 성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기 쉽다. <슈퍼스타K 2>도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음악인의 발굴'이라는 의도보다는, 상업적인 틀을 더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전파된 이 성공적인 '공개 오디션'이라는 방식은 미디어, 대중, 기획사, 후원사 모두가 위험부담을 같이 분산해서 안고 가는 측면에서 합이 맞아 생성된 것이지, 이후 그 가수에 대한 책임이나 순수 음악에 대한 발전과 관련된 부담을 다 같이 지기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주위 음악에 관심을 가질 때, 감동에 찬 진짜 '기적'은 이루어진다

▲ <슈퍼스타K 2>가 말하는 '기적'이란, 단순히 기타 한대와 노래만으로 음악이 주는 감동이 이토록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기 시작하는 것이다. ⓒ 엠넷미디어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이 그동안 귀로만 듣던 음악을 이번에 화제가 된 장재인의 경우처럼 감동을 담아 가슴으로 듣는 '경험'을 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드라마가 비록 시청률을 위한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슈퍼스타K 2>는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처럼 '이야기'와 '실력'을 지닌 원석들이 묻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 얘기했듯 버려진 원석은 그저 '돌덩이'다. 누군가 두 손으로 짚어 내주지 않는 이상, 사람들 발에 차이기 십상인 이 돌덩이를 모두의 앞에 선보이는 것이 바로 그들의 역할이다.

물론 누군가 지적했듯 <슈퍼스타K 2>에서 최종 우승을 한다고 해도, 그 다음날부터는 기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슈퍼스타들과 무한경쟁을 해야하는 커다란 벽이 버티고 서 있을지 모른다. 그런 날이 오면 몇몇 수상자들은 친구들과 클럽에서 그냥 즐겁게 연주하고 노래할 때가 더 좋았다고 회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슈퍼스타K 2>가 말한 음악의 '기적'이라 말하기엔 조금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기적'은 무엇일까. 거기에 대한 답은 앞서 말한 장재인의 경우처럼 기타와 사람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음악에서 진정한 기적이란, 대중들이 미디어가 각색해서 보여주는 드라마나 음악을 벗어나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음악과 음악인들에게 그러한 관심을 쏟고 감동을 발견할 때 이루어진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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