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가 만든 교과서, 왜 어려운가 했더니
[초등교과서와 교육과정의 문제⑦] 집필부터 적용까지 총체적 부실구조
지금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1~4학년은 2007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것이고, 5~6학년은 7차교육과정이라 내년부터 새 교과서를 쓰게 된다. 그런데 새 교과서를 보면 교사나 학생, 학부모 모두 "왜 이렇게 어렵지?" 한다. 대체 누가, 어떻게 만들었기에 어렵다고 하는 걸까?
책을 쓰는 사람은 수업과 업무에 시달리는 초등교사들
초등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은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교사들이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많고 교원대에 파견나와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 교사들도 참여한다. 이들은 본인이 지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도교수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있는 교사는 수업하고 일하는 틈틈이 주말에 몇 번 워크숍을 하고 단원을 맡아 쓰게 된다. 교원대에서 공부하는 교사는 뭐 좀 배워 보려고 대학원에 왔는데 배우기도 전에 일을 맡아 교과서를 만들거나 실무를 돕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를 다 쓰기도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이렇게 전국에 흩어진 교사들이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같은 교과서 안에서도 진술 방식이나 구성 방식이 달라지고, 단원마다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한 번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번 수정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아 나중에는 몇 사람이 고칠 때도 있다. 그러면 이름만 내 것이지, 전혀 내가 쓴 게 아니라는 항변도 나오게 된다.
사실 교과서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랴부랴 편찬위원회나 학회에서 교육과정을 해석해 단원으로 나누고 거기에서 또 주제별로나 소단원으로 나눠서 쓰는데 문장이나 낱말 하나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자료 구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아 자기 학급이나 주변의 도움을 얻을 때가 많다. 자료를 잘못 쓰면 지적재산권 침해나 표절 시비에도 걸린다. 삽화는 일반 출판 시장에서 들이는 돈보다 훨씬 적게 줘야 하므로 맘에 안들 때도 많다. 내용이 바뀔 때마다 삽화도 바꿔야 하니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평소에 교과서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실제로 쓰려면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들 가르치거나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의지는 크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도저도 못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고등에 맞춘 교육과정에 사전 연구자료도 부족
그래도 전국 아이들이 쓸 교과서라는 점 때문에 힘들어도 책이 완성될 때까지 애를 쓴다는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교육과정 자체다. 국어를 예로 들면 1, 2학년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한글기초교육은 거의 안들어 있고, 아이들 발달단계보다 요구수준이 너무 높아 아무리 책을 쉽게 쓰려고 해도 이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교육과정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심의를 통과할 수가 없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할 내용과 활동을 제시한 일종의 설계도인데,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과 학생들이 배울 교과내용이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중등 연구진(주로 대학교수)이 거의 결정하거나 중등체계에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부터 공부할 내용을 차근차근 설계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내용을 미리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1, 2학년이 배울 내용이 아이들 수준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양도 많아져 결국 학부모 숙제로나 해결될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책에는 분명 1시간 분량인데 실제 제대로 하려면 2~3시간으로도 부족한 내용도 많이 있다.
나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개정되던 시기에 교육과정심의회위원으로 심의회에 3~4차례 참여했다. 사전에 여러 선생님들과 분석해 보니 7차교육과정보다 교과내용이 더 어려워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춰 달라는 건의서를 계속 냈다. 교과서를 만들 때 참고할 내용에 대한 제안서도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첨부파일 참조). 하지만 교과부는 이미 만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교사가 재량껏 가르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교사들이 책을 쓰면서 낱말 몇 개, 삽화나 제시되는 활동을 조금 바꾸는 걸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단원실명제 운운하며 초등 교사들이 썼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교과서를 쓸 때에는 교과 내용 말고도 학년 수준에 맞춰 구체어나 추상어의 비율, 어휘 수, 학생들의 경험 수준이나 능력, 다른 교과와의 연관성에 대한 기본 자료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었고, 8번째 바뀌었는데 축적된 연구 자료도 없다. 이러니 1학년 교과서에 이해할 수 없는 낱말이 나오고, 학습목표가 무슨 대학논문 제목 같은 것도 많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연구자나 교사가 와도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두 달 만에 쓰고 검토 과정도 부실
2007개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지만 공모제로 진행돼 책을 쓸 기관이나 학회를 선정했다. 같은 교과라도 해도 학년별로 개발진이 달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2개 학년씩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5, 6학년 체육, 음악, 미술, 실과는 검정교과서제가 도입되었다. 국정 교과서 개발 기간은 매우 짧다. 선정되면 1, 2학년 1학기 교과서는 1~2개월에 실험본 교과서를 쓰고 3개월부터는 삽화 발주, 4개월째는 교사용 지도서를 끝내야 한다.
2학기 교과서나 다른 학년도 완성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 되지만 초판은 보통 3-4개월 안에 만들고 수정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게다가 교과서를 쓰는 교사들이 교과교육과정을 다 이해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공부하면서 책을 써야 하므로 더 힘들다. 초등교육과정 자체가 중등 내용을 압축하고 내용간 연관성이 부족한 것도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실험본 교과서는 심의를 거쳐 현장에서 직접 수업을 통해 검토를 받고 최종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교과서를 검토하는 학교(현장적합성검토학교)에서도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고, 다른 업무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검토하기가 어렵다.
새 교과서만이 아니라 7차 교과서에서 빠진 내용도 보충해 줘야 하므로 수업 부담도 매우 크다. 교과서 연구진이 와서 연수를 해줘도 쉽지 않다. 한 교사는 연구학교 중에서 가장 힘든 연구학교라고 실토했다.
검토내용은 주로 눈에 띄기 쉬운 편집상의 문제,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제재 같은 걸 지적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가르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이니 수정과정에 반영이 많이 되는 편이다. 이렇게 초등 교과서는 만드는 과정, 검토하는 과정이 다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 인력도 부족, 1명이 200~300권 검토?
전에도 교과서가 어렵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교육부 시절에는 교과별로 편수관제도가 있어 교과서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MB정부에서 교과부로 바뀌면서 편수관제도는 폐지되고 교과서선진화부서가 있지만, 교과부 업무가 통폐합되면서 업무 부담이 매우 커졌다.
교육과정 개정기라 교과서 업무가 계속 생기고, 교과서, 지도서, CD 등을 검토하고 심의도 진행해야 하는데 업무 담당표를 보면 교과당 한 사람이 배정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사람이 300권에 가까운 분량을 검토해야 한다는 기사도 보았다. 실제 교과부에 연락을 하면 항상 바빠서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거나 시도교육청에 물어보라고 한다.
교과서 예산은 어떨까? 초등학교 교과서와 지도서 개발비는 1권당 5000만 원, CD는 2000만 원이다. 최근 몇 년간 아동도서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책 수준도 높아졌는데 이에 비해 교과서 개발 비용은 넉넉하지가 않다. 과학만 차세대교과서사업이라며 1억 5000만 원을 줘서 겉모습이 많이 변화됐다. 이렇게 예산도 넉넉지 않고 내용 부담도 커서 교과서를 만들려는 학회나 대학이 많지 않아 5, 6학년 과학교과서는 2차 공고까지 내서 겨우 선정이 됐다.
이렇듯 초등 교과서가 자꾸 어려워지는 것은 한 두 가지 이유가 아니고, 교과서를 만드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이 안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가 바뀔 때마다 가졌던 기대가 이제는 실망으로 바뀌고 교과서가 오히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교과부는 교과서선진화작업으로 미래형 교과서를 만들고 책값도 올리고 교과서 대여제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본도 안 갖춰진 상태에서 형식만 바뀐다고 저절로 책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흔히 유초등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본이라고 한다. 초등교과서가 자꾸 어려워지니 유치원부터 선행학습을 한다는 걱정이 많다. 교과서가 하나의 자료일 뿐이고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가르치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나 어렵기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릴 때부터 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공부하고 어려우면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나 어려움도 커진다. 초등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초등교과서와 교육과정 관련 기사>
- 사교육없이는 부진아 만드는 1학년 국어교과서
- 4년 배워도 눈뜬장님 만드는 영어공교육
- 왜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라?
- 뜻은 4학년때 나와, 3학년땐 일단 외워?
책을 쓰는 사람은 수업과 업무에 시달리는 초등교사들
▲ 올해 3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만든 교과서입니다. 교과서 맨 뒷장을 넘겨보면 책을 만든 연구진, 집필진, 심의진 이름이 나오는데 책을 쓴 사람은 대부분 교사가 많습니다. ⓒ 신은희
초등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은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교사들이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많고 교원대에 파견나와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 교사들도 참여한다. 이들은 본인이 지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도교수가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있는 교사는 수업하고 일하는 틈틈이 주말에 몇 번 워크숍을 하고 단원을 맡아 쓰게 된다. 교원대에서 공부하는 교사는 뭐 좀 배워 보려고 대학원에 왔는데 배우기도 전에 일을 맡아 교과서를 만들거나 실무를 돕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를 다 쓰기도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이렇게 전국에 흩어진 교사들이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같은 교과서 안에서도 진술 방식이나 구성 방식이 달라지고, 단원마다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한 번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번 수정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아 나중에는 몇 사람이 고칠 때도 있다. 그러면 이름만 내 것이지, 전혀 내가 쓴 게 아니라는 항변도 나오게 된다.
사실 교과서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랴부랴 편찬위원회나 학회에서 교육과정을 해석해 단원으로 나누고 거기에서 또 주제별로나 소단원으로 나눠서 쓰는데 문장이나 낱말 하나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사진자료 구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아 자기 학급이나 주변의 도움을 얻을 때가 많다. 자료를 잘못 쓰면 지적재산권 침해나 표절 시비에도 걸린다. 삽화는 일반 출판 시장에서 들이는 돈보다 훨씬 적게 줘야 하므로 맘에 안들 때도 많다. 내용이 바뀔 때마다 삽화도 바꿔야 하니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평소에 교과서는 어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실제로 쓰려면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들 가르치거나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의지는 크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도저도 못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고등에 맞춘 교육과정에 사전 연구자료도 부족
▲ 2007개정교육과정은 2004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2006년 8월에 수학과 영어를 먼서 개정하고 2007년 2월에 총론과 나머지 교과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세계속의 인재를 기르고 7차교육과정보다 학습부담을 줄인다고 하였는데, 교과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 신은희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할 내용과 활동을 제시한 일종의 설계도인데,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과 학생들이 배울 교과내용이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교육과정도 중등 연구진(주로 대학교수)이 거의 결정하거나 중등체계에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부터 공부할 내용을 차근차근 설계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내용을 미리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1, 2학년이 배울 내용이 아이들 수준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양도 많아져 결국 학부모 숙제로나 해결될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책에는 분명 1시간 분량인데 실제 제대로 하려면 2~3시간으로도 부족한 내용도 많이 있다.
나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개정되던 시기에 교육과정심의회위원으로 심의회에 3~4차례 참여했다. 사전에 여러 선생님들과 분석해 보니 7차교육과정보다 교과내용이 더 어려워 아이들 발달단계에 맞춰 달라는 건의서를 계속 냈다. 교과서를 만들 때 참고할 내용에 대한 제안서도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첨부파일 참조). 하지만 교과부는 이미 만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교사가 재량껏 가르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교사들이 책을 쓰면서 낱말 몇 개, 삽화나 제시되는 활동을 조금 바꾸는 걸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단원실명제 운운하며 초등 교사들이 썼다고 책임을 떠넘긴다.
교과서를 쓸 때에는 교과 내용 말고도 학년 수준에 맞춰 구체어나 추상어의 비율, 어휘 수, 학생들의 경험 수준이나 능력, 다른 교과와의 연관성에 대한 기본 자료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넘었고, 8번째 바뀌었는데 축적된 연구 자료도 없다. 이러니 1학년 교과서에 이해할 수 없는 낱말이 나오고, 학습목표가 무슨 대학논문 제목 같은 것도 많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연구자나 교사가 와도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두 달 만에 쓰고 검토 과정도 부실
2007개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지만 공모제로 진행돼 책을 쓸 기관이나 학회를 선정했다. 같은 교과라도 해도 학년별로 개발진이 달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2개 학년씩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5, 6학년 체육, 음악, 미술, 실과는 검정교과서제가 도입되었다. 국정 교과서 개발 기간은 매우 짧다. 선정되면 1, 2학년 1학기 교과서는 1~2개월에 실험본 교과서를 쓰고 3개월부터는 삽화 발주, 4개월째는 교사용 지도서를 끝내야 한다.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 |
①교과용도서 편찬기본계획 수립 → ②편찬 지침, 집필 지침 확정 → ③연구개발기관 공모 및 선정 위탁 → ④편찬심의위원 위촉 → ⑤편찬방향·집필세목 작성→ ⑥수정·보완 →⑦원고본 집필(교과서) →⑧수정·보완 →⑨개고본 집필(교과서) →⑩수정·보완 →⑪실험학교연구(초등) 및 현장검토(중등) →⑫수정·보완 → ⑬생산·공급 → ⑭적용 * 2007개정교과서는 공모에서 선정, 집필과 심의, 실험학교 검토까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학년이나 교과에 따라 기간이 조금 더 짧거나 길어지기도 합니다. |
▲ 내년도에 쓸 6학년 1학기 과학 교과서를 미리 가르쳐보고 문제점을 써놓은 자료입니다. 현재 20개 학교에서 교과별로 내년도 5, 6학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김천동신초
2학기 교과서나 다른 학년도 완성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 되지만 초판은 보통 3-4개월 안에 만들고 수정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게다가 교과서를 쓰는 교사들이 교과교육과정을 다 이해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공부하면서 책을 써야 하므로 더 힘들다. 초등교육과정 자체가 중등 내용을 압축하고 내용간 연관성이 부족한 것도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실험본 교과서는 심의를 거쳐 현장에서 직접 수업을 통해 검토를 받고 최종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교과서를 검토하는 학교(현장적합성검토학교)에서도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고, 다른 업무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검토하기가 어렵다.
새 교과서만이 아니라 7차 교과서에서 빠진 내용도 보충해 줘야 하므로 수업 부담도 매우 크다. 교과서 연구진이 와서 연수를 해줘도 쉽지 않다. 한 교사는 연구학교 중에서 가장 힘든 연구학교라고 실토했다.
검토내용은 주로 눈에 띄기 쉬운 편집상의 문제,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제재 같은 걸 지적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가르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이니 수정과정에 반영이 많이 되는 편이다. 이렇게 초등 교과서는 만드는 과정, 검토하는 과정이 다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 인력도 부족, 1명이 200~300권 검토?
전에도 교과서가 어렵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교육부 시절에는 교과별로 편수관제도가 있어 교과서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MB정부에서 교과부로 바뀌면서 편수관제도는 폐지되고 교과서선진화부서가 있지만, 교과부 업무가 통폐합되면서 업무 부담이 매우 커졌다.
교육과정 개정기라 교과서 업무가 계속 생기고, 교과서, 지도서, CD 등을 검토하고 심의도 진행해야 하는데 업무 담당표를 보면 교과당 한 사람이 배정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사람이 300권에 가까운 분량을 검토해야 한다는 기사도 보았다. 실제 교과부에 연락을 하면 항상 바빠서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거나 시도교육청에 물어보라고 한다.
▲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개발일정입니다. 2006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과정에 교과부 인력이 축소되고 부서가 바뀌고 담당자도 계속 바뀌는 상황입니다. 영어는 2008년도에 수정고시되어 원래 올해부터 검정교과서를 쓰기로 했다가 1년씩 늦어졌습니다. ⓒ 신은희(교과부자료수정보완)
교과서 예산은 어떨까? 초등학교 교과서와 지도서 개발비는 1권당 5000만 원, CD는 2000만 원이다. 최근 몇 년간 아동도서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책 수준도 높아졌는데 이에 비해 교과서 개발 비용은 넉넉하지가 않다. 과학만 차세대교과서사업이라며 1억 5000만 원을 줘서 겉모습이 많이 변화됐다. 이렇게 예산도 넉넉지 않고 내용 부담도 커서 교과서를 만들려는 학회나 대학이 많지 않아 5, 6학년 과학교과서는 2차 공고까지 내서 겨우 선정이 됐다.
이렇듯 초등 교과서가 자꾸 어려워지는 것은 한 두 가지 이유가 아니고, 교과서를 만드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이 안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가 바뀔 때마다 가졌던 기대가 이제는 실망으로 바뀌고 교과서가 오히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교과부는 교과서선진화작업으로 미래형 교과서를 만들고 책값도 올리고 교과서 대여제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본도 안 갖춰진 상태에서 형식만 바뀐다고 저절로 책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흔히 유초등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본이라고 한다. 초등교과서가 자꾸 어려워지니 유치원부터 선행학습을 한다는 걱정이 많다. 교과서가 하나의 자료일 뿐이고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가르치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나 어렵기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릴 때부터 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공부하고 어려우면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나 어려움도 커진다. 초등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초등교과서와 교육과정 관련 기사>
- 사교육없이는 부진아 만드는 1학년 국어교과서
- 4년 배워도 눈뜬장님 만드는 영어공교육
- 왜21�3=7인지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하라?
- 뜻은 4학년때 나와, 3학년땐 일단 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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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번 기사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써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초등학교 교과서 제도가 공모제와 검정제로 바뀌었는데 이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또 이렇게 어렵고 아이들에게 어려운 교과서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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