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선거법 위반 범죄, 제가 시켰습니다"
이한준·이세형·박종래 구의원 탄원서에서 고백.... 검찰, 사법처리 여부가 관건
▲ 민주당 이한준·이세형·박종래 등 3명의 대전 대덕구의원들이 배포한 의정보고서. ⓒ 김기석
김원웅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 형을 받은 민주당 소속 대전 대덕구 3명의 기초의원들의 범죄행위를 자신이 모두 시킨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월 민주당 이한준·이세형·박종래 대덕구의원들은 8쪽으로 된 자신들의 의정보고서에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김원웅 예비후보의 업적을 홍보하거나 한나라당 소속 현 정용기 대덕구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대덕구민에게 배포했다.
이들은 6·2지방선거에서 모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의해 고발되어 지난 6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2심 재판을 앞두고 김원웅 전 의원이 지난 11일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피고인 3인의 범죄행위는 모두 자신의 권유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밝힌 것이 뒤늦게 공개됐다.
18일 김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 전문을 공개했다. A4 한 장 분량의 이 탄원서에는 이번 사건의 일련의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탄원서에서 김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의정활동보고서 제작, 배포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한준·이세형·박종래 3인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면서 "이 의정활동보고서 제작에 본인이 상당 부분 관여했음을 밝힌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본인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 구의원 3인은 의정활동보고서를 제작·배포하자는 본인의 권유에 따랐을 뿐이며, 의정보고서 문안을 작성하는 데도 관여한 바 없다"고 고백했다.
김 전 의원은 또 "특히 당시는 지방선거 구의원 공천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기에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본인에게 위 3인은 호감을 사야 될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사안은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과는 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실을 밝힘에 따른 불이익이 있다면 받아들일 생각"이라면서 "법률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이미 밝혔다고도 적었다.
▲ 김원웅 전 국회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 전 의원은 끝으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저 김원웅이다, 3인의 구의원들에게는 잘못이 없다"면서 "이러한 정상을 참작하여,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신임을 다시 받은 3인이 지역주민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내용은 18일 오후에 열린 이들 3인에 대한 공판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박범계 변호사(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는 "문제의 의정 보고서는 김원웅 전 의원에 의해 제작되었고, 김 전 의원의 지시에 거부하지 못하고 구민들에게 배포되었다"고 변론했다.
박 변호사는 또 "피고인들이 1심 판결 이후 많은 고민과 번뇌를 거쳐 이러한 사실을 밝히게 됐다"면서 "이러한 정황을 참작해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드는 재선거를 치르는 불행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도 이러한 내용을 감안한 양형구형 및 재조사를 검찰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최종적으로 사법처리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한편,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1일 오후 3시 30분, 316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의원이 제작해 배포하려 한 의정 보고서 초안을 받는 자리에 함께 있었던 박영순 전 민주당 대덕구청장 후보를 불러 증인심문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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