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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이면 숲에서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비 온 다음날 동네 공원에서 바라본 곤충들의 세상

등록|2010.08.19 10:55 수정|2010.08.19 11:25
올해는 여름 날씨가 참 희한하다. 비가 갑자기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밤에는 나이트 클럽을 방불케하는 천둥 번개로 잠을 못 자게 한다. 이것도 지구 온난화 현상의 일종인건지 아무튼 전혀 새로운 날씨가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비가 틈틈이 자주 오는 게 인간에게는 귀찮은 일이지만, 자연과 자연속의 동식물들에게는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비온 뒤, 동네에서 가까운 서울월드컵경기장 부근의 하늘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보면 작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생생하게 보곤 한다.

▲ 비온 다음날 자전거 타고 찾아간 하늘공원 밑 오솔길 ⓒ 김종성


서울 상암동의 하늘공원 밑으로 이런 나무들과 함께 정겨운 흙길이 있다. 여유롭게 걷기에 참 좋은 오솔길이며 요즘엔 매미들이 사방에서 부부젤라보다 큰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도심 속에서 듣는 매미소리는 시끄럽기만 한데 이런 숲길에서 들으니 리듬이 느껴지고 소음으로 들리지가 않는다.

▲ 풀숲에 곤충이 많은 만큼 거미들이 흔히 보인다. 개체수를 자연조절하는 자연의 섭리가 느껴진다. ⓒ 김종성


비가 온 후, 풀숲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바로 거미가 아닐까. 보일듯 말듯 하얀 거미줄을 쳐놓고 가만히 기다리는 화려한 색 피부를 지닌 거미를 볼 때마다, 먹고 먹히며 개체수를 조절하는 자연의 섭리를 실감하곤 한다.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발로 돌돌 말땐 그나마 인간세상에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 이름모를 곤충의 알록달록한 피부가 참 예쁘기도 하다. ⓒ 김종성


친구야, 경치 참 좋다 그쟈 ~ 빨간 등딱지가 예쁘기도 한 곤충 두 마리가 마치 친구처럼 나란히 서서 눈 앞의 공원 풍경과 저 너머 인간세상을 감상하고 있다. 한낱 곤충들에게서 문득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지 떠오르게 되고, 오래 전의 그 친구가 그리워졌다.

▲ 키 큰 나무위를 오르는 동작이 너무 귀여웠던 굼벵이 ⓒ 김종성


내 새끼 손가락만한 굼벵이가 꾸물꾸물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귀엽다. 자연에게 받은 본능이겠지만 저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가히 예술적이라 한참을 서서 쳐다보며 감상하였다. 인간 여러분, 위험하니 따라하지는 마세요!

▲ 사마귀가 보란듯이 취해 준 자세. 마치 무적의 전사같다. ⓒ 김종성


곤충계의 무서운 포스를 지닌 존재는 단연 사마귀다. 손가락만한 크기임에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와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창같은 앞발을 드는, 도통 겁이라곤 모르는 자연의 무법자. 사마귀를 볼 때마다 내가 작은 벌레로 태어나지 않은 걸 참 다행스럽게 여기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 풀숲에서 듣는 매미소리는 노래하는듯 리듬이 느껴진다. ⓒ 김종성


낮이고 밤이고 울어대어 도시인들에게 시끄럽다고 원성을 사고 있는 매미들. 사실 밤에는 얘들도 쉬어야 하는데 도시속의 인공조명들 때문에 낮인줄 알고 울어대는 것이란다. 나름 억울한 매미들의 이런 맴맴 울음소리는 수컷매미들이 암매미를 유혹하여 짝짓기를 하기 위함이라니, 자연속 동식물의 종족 번성 본능은 참 치열하기도 하다.

▲ 굼벵이로 살다가 성충인 매미가 되어 벗은 허물이 마치 오래전의 화석같다. ⓒ 김종성


매미는 굼벵이로 7년간 땅속에서 절치부심하며 지내다가 이맘때쯤의 8월이면 나무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비로소 성충인 매미로 제 2의 탄생을 한다. 허나, 매미에게 주어진 삶은 짧디 짧은 열흘간. 오랜 기간 어둠 속에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왔는데 겨우 열흘간의 삶만 주어지다니. 매미가 여름날 그토록 애닳게 울어대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 꽃처럼 예쁘고 화려한 나비가 날아와 내 자전거 핸들 앞에 앉았다. ⓒ 김종성


8월은 나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비가 그치자 꽃잎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색의 나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 내 자전거에 매단 가방의 빨간색을 꽃으로 알았는지 어떤 나비가 살며시 날아와 앉아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한다.

집에 오는 길, 비가 아니 소나기가 또 내린다. 잠시 피할 데를 찾다가 그냥 소나기를 맞으며 집까지 달려갔다. 자연이 선사하는 비에 온몸으로 샤워를 하니 동심으로 돌아간듯 즐거웠던 8월의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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