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온탕에 큰 것을 실례했습니다"
40대 장애 아들 돌보는 칠순의 노부... 그들이 동네 목욕탕을 떠난 사연
지난 7월 말, 늘 닫혀 있던 동네 목욕탕 남탕 입구 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주섬주섬 옷을 입는 사람도 있고 문을 더 활짝 열라는 사람도 있다. 탕 안으로 들어가는 문도 열려 있다. 건물 바로 옆에 일터가 있어 3년 넘게 매일 다니는 목욕탕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간이매점에서 면도기 등을 파는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누가 온탕에 큰 것을 실례했습니다."
목욕 준비를 하고 탕 안에 들어서자 코 평수를 넓히지 않아도 냄새가 난다.
"장애자를 입장 시켜서 내가 뭔 고생이여."
온탕 물을 빼고 투덜거리며 청소를 하는 아저씨. 매일 목욕탕에 오는 장애가 있는 40대 아들과 칠순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다. 목욕하는 동안 내내 머릿속이 휑하다. 냄새도 냄새지만 그 상황에서 당황했을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 그려져서다.
목욕탕에 '실례'한 40대 장애 아들
이들 부자를 목욕탕에서 처음 본 건 2년 전이다. 아들은 저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물장구도 쳤지만, 옆 사람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아 별 문제가 없었다. 물론 다소 불편했더라도 칠순이 다 된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을 물 속에서 걷는 연습도 시키고 머리도 감겨주는 등 정성을 다해 씻기는 모습을 보면서 구태여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을 게다.
이런 노부의 정성 때문인지 최근 그 아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 예전에 했던 행동들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다음 날. 같은 시간 목욕탕에 갔는데 뜻밖에도 그 부자가 목욕을 끝내고 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더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목욕탕 입구에 들어서자 카운터 앞에서 남자 손님 두 명이 직원에게 따지는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이번에는 온탕보다 훨씬 넓은 물안마탕에서 노부의 아들이 실수를 한 것이다.
물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심증은 가지만 확신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는 목욕탕 입장도 있었지만, 결국 그 부자가 목욕탕에 오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끝이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 아버지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집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을 찾아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40대 장애 아들을 돌보며 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부는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지만 그간의 고통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자식 생각하면 눈 감을 수 없다는 그들, 짠하다
몇 년 전 광주 우산동에서 전신마비로 누워 있는 68세의 딸을 50년간 혼자 돌본 101살 엄마 박옥랑 할머니의 가슴 먹먹해지는 자식 사랑 얘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불쌍한 딸을 위해서도 오래 살아야지, 내가 세상을 뜨면 혼자서 어떻게 살겠소."
"딸은 나한테 몸을 기대고, 나는 점차 흩어지고 있는 정신을 딸에게 맡기고 사는 셈이죠."
"어미로서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세상을 등질 때 딸애도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와 같은 것이다. 평생 힘든 삶이었지만 당신들이 세상에 없을 때를 생각하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그들. 그래서 항상 짠하다. 우리가 어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겠는가.
가로수 이파리가 입추가 지나서인지, 가을 기운에 꺾여서인지 그 아버지처럼 수척해 보인다. 쉽지는 않겠지만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에서 열심히 운동해, 건강한 모습으로 가까운 날 목욕탕에서 다시 그 부자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무슨 일 있어요?"
"누가 온탕에 큰 것을 실례했습니다."
목욕 준비를 하고 탕 안에 들어서자 코 평수를 넓히지 않아도 냄새가 난다.
"장애자를 입장 시켜서 내가 뭔 고생이여."
온탕 물을 빼고 투덜거리며 청소를 하는 아저씨. 매일 목욕탕에 오는 장애가 있는 40대 아들과 칠순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다. 목욕하는 동안 내내 머릿속이 휑하다. 냄새도 냄새지만 그 상황에서 당황했을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 그려져서다.
목욕탕에 '실례'한 40대 장애 아들
▲ 패션전문지 엘르 최고 편집장 쟝.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로지 왼쪽 눈꺼풀만으로 의사소통하며 재기하는 모습을 그림 영화 <잠수종과 나비> 중 한 장면. ⓒ 유레카 픽쳐스
이런 노부의 정성 때문인지 최근 그 아들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 예전에 했던 행동들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다음 날. 같은 시간 목욕탕에 갔는데 뜻밖에도 그 부자가 목욕을 끝내고 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당분간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더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목욕탕 입구에 들어서자 카운터 앞에서 남자 손님 두 명이 직원에게 따지는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린다. 이번에는 온탕보다 훨씬 넓은 물안마탕에서 노부의 아들이 실수를 한 것이다.
물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심증은 가지만 확신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는 목욕탕 입장도 있었지만, 결국 그 부자가 목욕탕에 오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끝이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 아버지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집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을 찾아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40대 장애 아들을 돌보며 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부는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지만 그간의 고통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자식 생각하면 눈 감을 수 없다는 그들, 짠하다
▲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늘 짠하다. ⓒ 이스트필름
몇 년 전 광주 우산동에서 전신마비로 누워 있는 68세의 딸을 50년간 혼자 돌본 101살 엄마 박옥랑 할머니의 가슴 먹먹해지는 자식 사랑 얘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불쌍한 딸을 위해서도 오래 살아야지, 내가 세상을 뜨면 혼자서 어떻게 살겠소."
"딸은 나한테 몸을 기대고, 나는 점차 흩어지고 있는 정신을 딸에게 맡기고 사는 셈이죠."
"어미로서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세상을 등질 때 딸애도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와 같은 것이다. 평생 힘든 삶이었지만 당신들이 세상에 없을 때를 생각하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그들. 그래서 항상 짠하다. 우리가 어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겠는가.
가로수 이파리가 입추가 지나서인지, 가을 기운에 꺾여서인지 그 아버지처럼 수척해 보인다. 쉽지는 않겠지만 장애인복지관 수영장에서 열심히 운동해, 건강한 모습으로 가까운 날 목욕탕에서 다시 그 부자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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