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하면서 대학 졸업? 이재오 '허위학력' 공방
민주당 인사청문회 앞 의혹 제기, 이재오 측 "강제징집 때문에..."
▲ 7.28 재·보궐선거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가 7월 28일 밤 서울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위치한 선거사무실 앞에서 당선소감을 발표한 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총공세에 나선 민주당이 19일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에 대한 허위학력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가 군 복무 중 학교를 다니고 파견교사로 근무하는 등 정상적인 수학(修學)과정으로 보기 힘든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 측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설명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이 당시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두 번이나 공부할 기회를 박탈당했던 상황, 그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운영위 민주당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오 후보자가 중앙농민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는지 여러 가지 의문점이 발견됐다"며 "이 후보자가 중앙농민학교에서 정식으로 수학하지 않았다면 졸업자격이 부여된 것은 학사비리이고 비리학력"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66년 3월 서울 강동 소재의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해 1970년 2월 졸업했다. 이 후보자는 중앙농민학교 졸업장을 갖고 1970년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입학, 졸업 후 교편을 잡았다.
중앙농민학교는 국민대학교가 인수해, 국민대 농업경영학과로 분류된다. 이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에 중앙농민학교 졸업증명서와 함께 '국민대 농업경영학과(중앙농민학교)'라고 학력을 표기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중앙농민학교 입학 직후인 1966년 4월부터 3년간 경기도 포천에서 군 복무를 했다. 또 1967년부터 제대할 때까지는 경기도 포천의 '이동중학교'에서 약 1년 반 동안 파견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영내생활을 해야 하는 일반사병이 군 복무 중에 대학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과 경기도 포천을 매일 출근하면서 학교생활을 했다면 군 복무를 안 한 것이고, 또 군 복무를 열심히 했다면 학교생활을 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후보자의 (중앙농민학교) 성적기록표는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모든 필체가 동일하고 학점 계산도 틀리는 등 한 사람이 급조해서 기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 후보자가 학교를 졸업한 해 졸업생은 153명인데 재학생 수는 42명에 불과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 후보자가 이런 졸업장을 갖고 1970년도에 고려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그 후 고등학교 선생으로 재직했다"며 "법원의 판례를 볼 때 농업학교 졸업이 허위라면 졸업 후 입학한 대학원도 허위고 그 후 공직에 출마한 것도 전부 허위"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96년 중앙대(경제학과)를 졸업한 것에 대해서도 "중앙대는 군대를 가기 전에 제적당했다가 1990년대 복학해서 졸업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앙농민학교 학력을 갖고 대학원에 들어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재오 측 "여러 차례 해명했다, 군사독재정권 시대 이해 못한 것"
그러나 이 후보자 측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미 몇 년 전 그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언론에 여러 차례 충분히 설명했고 이 후보자의 저서 <함박웃음>에도 잘 나와 있다"며 "박 의원이 당시 군사독재정권 시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에도 '중앙농민학교'를 국민대 농업경영학과와 병기했다, 우리가 국민대를 졸업한 것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6.3 한일회담 비준 반대 운동으로 중앙대에서 제적을 당했고 그를 안타깝게 여긴 중앙대 교수들의 도움으로 중앙농민학교에 편입할 수 있었다"며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한 직후에 이 후보자는 또 강제징집을 당해 두 번째로 공부할 기회를 잃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중앙대 교수들이 이 후보자의 학적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고 이 후보자는 편입과정에서 중앙대에서 취득한 3학기 학점을 인정받고 군대에서 3학기를, 제대한 뒤 나머지 2학기를 마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됐던 군 복무 중 학점 이수와 파견교사 경력에 대해선 "당시엔 교사가 부족해 고학력자인 군인들을 교사로 파견하는 제도가 있었다"며 "앞서 이 문제를 취재했던 <신동아>, <서울신문>도 국방부에서 당시 군인파견교사 제도에 대한 공문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자는 이 제도에 힘입어서 영외거주를 하면서 계절학기 수업, 리포트 등을 통해 나머지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다"며 "당시엔 대학교가 많지 않아 공무원들도 재직하면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