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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중심' 수능 2번...사교육 부담 사라질까

대입선진화연구회, 대입 전형 개선 방안 발표... 대학과목선이수제, 우려된다

등록|2010.08.19 18:08 수정|2010.08.20 09:34

▲ 2009학년도 대입수능시험 당일날 모습. ⓒ 권우성


대입선진화 연구회(총괄위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19일 대입 전형 개선 방안과 2014년 수능시험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의뢰해 진행된 이번 연구의 결과는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대학마다 다른 복잡한 전형요소양식을 통일시켜 영국과 같은 공통지원서 양식을 개발하고, 대입지원과정 간소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대입 지원방식을 일원화한다(제1요소)
②대입 수시전형을 단순화시키되 '입학사정관제'로 통일하거나 '전형틀을 2,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제2요소)
③고교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와의 연계 차원에서 현재 진행하는 '예비대학 프로그램'(UP)을 대학 학점 인정을 넘어서 '대입전형 자료'로 활용한다(제3요소)
④2014년 수능시험부터 수능부담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 시험에서 수리영역과 같이 국어, 영어에서도 난이도 낮은 유형(A형)과 현재의 난이도 유형(B형)으로 나누어 학생들이 선택하게 한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난이도 유형(B형)은 국영수 세 과목 중 두 과목 이상을 응시하지 않도록 한다. 또 사탐과 과탐 과목은 최대 4과목 선택에서 각 1과목(종전 2과목 통합 수준)으로 축소하여 입시 부담을 완화한다(제4요소)
⑤수능시험은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2회 복수시행을 통해 실수 등으로 인한 수험생 피해를 완화한다(제5요소)

이번 개선 방안을 분석한 결과를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제1요소), 학생들에게 학습 고통을 가중시키고 중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긴장 관계에 있었던 대학입시제도의 개선효과는 미미(제2요소, 제4요소, 제5요소)하다는 것입니다. 또 중등학교에서는 국영수 교과 편중 현상을 강화시킬 것이며(제4요소), 일부 영역에 있어서는 오히려 입시부담을 강화시킬 것(제3요소)입니다.

수시 전형 단순화는 바람직... 입학사정관제 통일은 부정적

우선 대학전형자료의 공통양식 개발 및 활용과 통일된 시스템 운영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전부터 대입시와 관련, 입학전형양식을 단순화 하고 통일시켜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야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른 서류 양식으로 인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켰던 상황은 이로 인해 다소 완화될 것입니다.

또 그동안 사설대행업체가 원서접수를 대행하면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등이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를 영국의 대입 전형 관리체제를 본받아 공신력 있는 단위에서 일원화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수시모집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사실 각 대학교의 수시모집 전형을 보면, 요구하는 제출 서류 등은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차이 때문에 일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 복잡함 속에서 사교육 입시컨설팅 시장 등이 확장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시 모집을 단순화시키되, 특히 이를 입학사정관제로 통일시킬 경우 미래가 그리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수시모집이 전체 입시모집 인원의 60%를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입학사정관들이 이 많은 수의 수험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입니다. 현재도 수많은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제대로 된 면접을 실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그보다 수십 배 많은 수험생들의 입학 사정을 처리하는 수시전형과 연계시킬 경우, 전형 과정이 부실해 질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이렇게 무리하게 수시와 연결시키기보다는 그에 앞서 문제가 되는 많은 요소들을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입학사정관제 증가, 인성영역의 입시도구화 우려

입학사정관 전형의 공통 기준을 설정했다는 점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예컨대, 고교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토익, 토플, 텝스 등의 공인인증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 등은 필요합니다.

다만, 각 대학들이 대교협에서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 수준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약한 처방입니다. 일전에도 사교육이 붙지 않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발표했다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 대학이 생겨도 징계하지 않겠다는 대교협 회장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와 관리 없이는 전면화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관련 정책은 폐기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지속적 시행을 위해서라도 이것이 가져올 사교육 유발 부작용이나 대학의 비도덕적, 비공익적 판단을 방지하는 엄격한 보완장치를 만들어야합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안을 보면, 그런 의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 자체의 타당성에 관한 논의 역시 필요합니다. 내용을 보면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교과영역에서 성적 중심에서 인성의 영역까지 이를 확대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든 삶의 영역을 입시 전형의 자료로 포함하고 이를 NEIS 혹은 별도 진로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할 경우 "인성 영역의 입시도구화"라는 딜레마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또 나아가 입력 과정의 비리나 대행, 조작의 문제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고교 측이 기록의 진위에 대한 검증을 하거나 조작 등을 방지할 추가적 보완책을 마련할 경우, 불필요한 행정낭비의 양산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입학사정관들이 제시된 내용을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런 막대한 부담을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안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학과목선이수제, 또 다른 사교육 바람 불러온다

▲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모습. ⓒ 권우성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건, 대학과목선이수제(AP 또는 UP)의 입학전형 연계입니다. 발표된 내용에는 "고려할 수 있음"이란 조심스런 표현을 썼습니다만, 대학과목선이수제를 만약 입학전형과 연계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일부 영재 수준의 학생들에게는 대학과목선이수제가 나쁘다 할 수 없고, 이 경우 대학에 진학 한 후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서 이를 입시전형의 한 요소로 인정해줄 경우, 대학과목 선이수제는 사실상 '대학교과목의 선행학습'이 되고 이를 위한 별도의 부담(학습 부담 및 사교육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필요한 일부 (영재) 학생들의 선택 영역이었던 부분이 입학전형과 연계되는 순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대학교과 선행학습에 뛰어들도록 재촉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교 교육과정 왜곡이라든지 사교육 유발, 과목 개설에 대한 고교 및 대학의 부담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입니다. 아울러, 형평성 차원에서 결국 이공 계열 외에도 인문계열에서도 대학과목선이수제 열풍이 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핵심은 2014학년도 입시(현재 중3)부터 국영수의 경우 수능 A형(현행보다 쉬운 수준)과 B형(현행 수능 난이도 수준)으로 나누고 B형은 최대 두과목만 응시하도록 한 것과 사탐과 과탐을 한과목씩 보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 방안은 B형이 현행 수능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다소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상위권 대학의 입장에서는 국영수 전교과에 걸쳐 B형의 성적을 선호하겠지만 제도적으로 2과목으로 이를 억제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상위권 학생들의 학습 부담에도 약간 긍정적 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과목을 B형으로 요구할 것인가와 관련된 전망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는 A형 관련, 문과 학생들에게는 '수학'이, 이과 학생들에게는 '국어'가 해당될 것 같지만, 상위권 상위학과(경제,경영학과의 경우)의 전공 특수성과 "수학 우수자=성적 우수자" 등의 등식 속에서 성적 우수자를 독식하고자 하는 대학의 의도와 맞물려, 문과이면서도 국어는 A형을 요구하고, 수학 B형을 요구하게 되면, 현재와 같이 영어·수학 사교육에 편중된 사교육 시장의 판도에 별 영향을 못 줄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또 이렇게 영수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고 사탐, 과탐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경우, 입시에 좋은 실적을 위해 개별 고교에서 교육과정의 자율편성권한을 '국영수 과목 강화'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 공교육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능 2회 실시, 실수 만회 효과있지만 합격선 높아질 것

수능을 두 번 보는 것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혼재해 있습니다. 평소 열심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당일의 컨디션 저하로 시험을 못 봐서 좌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기회가 두 번 제공된다는 점은 의미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표준점수체제로 점수 산출 방식을 개선할 경우,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점수 좋은 학생들이 1.5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대입 합격선은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전체 학생들 차원에서는 그리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 애초에 복수 수능체제 논의를 시작할 때는 국민공동기본교육과정과의 연계 속에서, 국민공동기본교육과정이 종료되는 고1 때는 수능Ⅰ, 2·3학년 이후는 수능Ⅱ 형태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중학교 3학년으로 내림으로써, 수능 복수화 논의는 그 논의의 철학이 가볍게 되어 버렸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제시된 안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입학전형에 관한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결국 상위권 대학들의 의지에 따라서 제시된 내용의 상당수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단위학교에서 사탐과 과탐의 비중이 약화된 틈을 이용하여, 국영수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시킬 것 같아 우려됩니다. 근본적으로는 수능에 관한 비중을 대폭 낮추면서 내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성천 기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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