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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나는 이 가을에 무엇을 수확할까?

등록|2010.08.22 16:56 수정|2010.08.22 17:03

▲ 밤나무집 정원길에 떨어진 의 밤 가시 하나 ⓒ 이안수



한낮의 폭염 속에서도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기운이 감돕니다. 아침에 이불자락을 당기게 된다는 손님의 얘기를 들은 것이 벌써 10일 전이었습니다. 정말 이제는 이른 아침에 피부에 닿은 공기가 참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그제 아침 산책길에 땅위에 떨어진 밤 가시 하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웃 밤나무집의 호젓한 정원길 위에 떨어진 밤 가시였습니다.

오동일엽(梧桐一葉벽오동 나무의 잎이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안다)이라 했습니다. 이 풋풋한 녹색의 밤 가시가 갈색 밤 톨의 크기를 이기지 못해 벌어질 날이 멀지않았음을 제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제 빵빵한 고무풍선 속의 더운 공기처럼 팽창되었던 여름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22일) 일본 사세보시의 국제교류팀장인 국제정책과 계장 미츠요시 아키코씨와 모티프원에서 소찬으로 아침을 함께했습니다.

그녀가 어제 본 경이로운 풍경을 얘기했습니다.

"반구정에 들렸습니다. 그 길가에 늘어선 빨간 카펫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빨간 카펫은 멍석 위에 말리고 있는 붉은 고추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일(23일)은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입니다. 이미 입추를 지났고 백로를 향해가는 노정에 있는 절기입니다. 어휘의 표면적인 의미는 '더위가 머뭄'을 나타내지만 이는 '마지막 더위'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름과의 작별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풀밭 속에서도 더 이상 모기가 두려움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밤 가시는 가을을 상기시키고 농부들은 여름의 땀과 바꾼 붉은 고추를 수확하고 있는데 눈앞에 다가온 이 가을에 나는 무엇을 수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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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과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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