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네팔의 어린 난장이를 만난 이야기

[서평] 신명준의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를 읽고

등록|2010.08.22 17:48 수정|2010.08.22 17:48

▲ 책표지. ⓒ 고즈윈


책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신명준, 2010, 고즈윈 출판사)는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동아시아의 난장이'를 만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경선을 걷어내자 무수히 많은 전태일이 내 안으로 뚜벅 뚜벅 걸어들어 왔다'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특정주제를 정한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내용을 포괄하는 경우 노동관련 국제회의나 워크숍에 가면 '아동노동' 문제는 늘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의 하나이다.

유럽의 대표들은 신념에 가득찬 어조로 아시아의 아동노동에 대해 열정적인 비판을 쏟아내곤 하였다. 작은 손을 이용하여 축구공을 짓는 일이나 카펫을 짜는 일들에 동원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어느 회의에서는 시멘트 벽이 둘러쳐진 허름한 공장의 복도에서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아주 어린 소녀의 사진은 보여주었다. 마치 감옥안에서 탈출을 꿈꾸는 죄수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흑백 사진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시아에서 온 대표들은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몇가지 발언을 하고, 나는 어정쩡한 중간자로 관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의 이러한 아동노동 퇴치 노력이 제 성과를 내고 있는가. 깨끗한 옷입기 운동(아동노동 착취가 없이 만들어진 옷)을 하는 CCC 등과 같은 국제 NGO 들의 압력으로 카펫을 짜던 아이들은 사라졌지만 그 아이들은 쓰레기 산으로 혹은 더 위험한 채석장으로 일을 찾아 떠난 상태라는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해외 봉사를 떠나는 일들이 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선진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있는 어린 그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활동을 하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정무역'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공생무역'이라는 이야기는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아 후련했다.

네팔의 하얀 히말라야를 꿈꾸며 트래킹을 떠나려하는 사람들, 혹은 큰 희망과 꿈을 안고 해외 봉사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