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반문명적이고 야만적인 자연학살, 즉각 멈추시오

4대강 반대 부천지역 릴레이 단식농성 2일차 일기

등록|2010.08.23 14:11 수정|2010.08.23 14:11
"멀쩡한 강을 왜 파헤쳐?", "돈 지랄이야 돈 지랄!".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아침부터 농성장을 지나치는 시민들이 한 마디씩 하셨지요. 저는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모든 진실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강을 방치한 나라, 없어~ 이건 해야 해~", "대운하는 안 되지만 강은 좀 고쳐야 혀~"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유럽의 운하와 대비한다면 견해 차이가 있으나 '치산치수' 정도라면 이 말씀들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2007년 MB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로부터 시작된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이제 다 드러났다고 할 것입니다.

단지 아직도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서민경제의 파탄상황을 고려할 때 2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전용이 초래할 사회복지예산의 축소,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교부금의 대폭적인 삭감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기초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대 흐름 속에서 정부가 4대강사업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검증, 사회적 합의를 회피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신뢰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의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분배, 계급)보다 사람과 자연의 상생을 본질로 한 '지속가능한 지구'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과 문화와 문명의 관계를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태초 이래 자연은 쉬임없이 자기운동을 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산과 강, 들판과 습지, 언덕과 호수와 같은 다양한 지형지물과 자연의 질서가 만들어졌지요

그 중에서도 산과 강은 바다와 함께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였으니 수백만 종의 다양한 동·식물들이 이를 중심으로 생성, 진화하고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오면서 오늘의 생태계를 이루었습니다. 인간도 이 생태계의 일원으로 시작하여 만물의 영장(?)으로 발전해 왔지요

특히 물은 계곡과 시내, 크고 작은 지천과 강, 호수와 바다를 이루며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오늘의 문화와 문명을 형성하는 근원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의 소산인 문화와 문명의 변화, 발전과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개입과 간섭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가로지르지 못한다' 라는 자연의 순리는 누구도 거스를 수는 불문율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오늘날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이른바 '4대강 사업'은 이러한 순리와 불문율을 유린하는 '한반도 대운하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는 점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거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 4월, 부천시민연합의 남한강 순례과정에서 본 강천보 인근의 현장, 최근 지평교회 교우들과 함께 방문한 이포보와 낙동강의 공사 현장은 목불인견 그 자체였습니다.

강변과 모래톱은 물론 강바닥을 완전히 드러내고 터무니없이 높은 보를 쌓아 6m 깊이의 물을 가두는 것은 원리상으로 '자연의 강'을 MB식 '청계천'의 확대판인 콘크리트 소재의 '인공의 강'으로 돌변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결과 수천 년을 흐르며 형성된 드넓은 모래톱과 늪, 이를 토대로 자라는 수많은 수목들이 굴착기 삽날에 무참히 훼손된 광경은 자연생태계를 향한 일방적인 인간의 전쟁수행이 낳은 참혹한 참화였습니다.

이는 자기방어력을 갖지 못하는 동식물의 속성에서 볼 때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나 세르비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진 이른바 인종청소(Genocide)보다 더 반문명적이고 더 야만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동식물에 대한 집단학살은 현재까지 계속되는 중앙아프리카나 과거 보스니아 내전시 세르비아계에 의한 인종청소나 비견되는 '자연학살(naturecide)'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관점은 이를 전제로 해서만 진실입니다. 인간의 오만함, 욕심, 어리석음에서 빚어지는 자연에 대한 제노사이드=자연학살은 지속불가능한 지구를 만들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토건족들은 즉각 제노사이드(Genocide)보다 더 반문명적이고 더 야만적인 자연학살(naturecide)을 즉각 멈추시오!

현재 이포보에서 살인적인 무더위와 함께 한 달이 넘도록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환경운동활동가들의 절규도 본질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상생,공존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구,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몸부림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우리 부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릴레이 1인 단식농성도 사실은 생명과 생활의 연대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이루자는 간절한 기도이자 끝없는 우리의 욕망에 대한 참회라고 봅니다.

이러한 소망의 불씨를 지피자는 기도와 참회의 현장에서 저희들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하게되어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참가하시는 모든 분들과 시민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8월 23일
 풀뿌리 부천자치연대 공동대표 백선기 올림
덧붙이는 글 백선기 블로그와 부천지역 언론매체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