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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가 주렁주렁, 병원이 아닙니다

여수시 금오도, 섬 동네에서 영양제 맞은 어르신들 '싱글벙글'

등록|2010.08.23 14:10 수정|2010.08.23 14:11

▲ 여수시 남면 금오도 행 철부선을 타기 위해 모인 봉사자들. ⓒ 임현철


"이번 주 일요일에 뭐 하요? 섬에 봉사 가는데 같이 갈라요?"

지인의 취재요청이었습니다.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봉사활동이 넘치는지라, 이런 동행취재는 될 수 있는 한 피합니다. 그런데 여수농협에 다니는 지인이 이메일로 보낸 계획서를 보니 괜찮더군요. 또 최근 섬에 가본 지도 오래돼 구미가 당겼습니다. 

♬ 룰루랄라~. 일요일 아침, 여수시 남면 금오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찌는 더위에도 불구, 바다에서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대요. 금오도에 도착해 두모리 두포(초포)로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 금오도 초포 주민들과 인사하는 여수농협 배상현 조합장. ⓒ 임현철


▲ 상생의 길, 1사 1촌 자매결연식 후 기념촬영. ⓒ 임현철


▲ 금오도 초포마을에서 열린 자매결연식. ⓒ 임현철


상생의 길, 농촌과 업체의 1사 1촌 돕기 협약식

봉사에 앞서 여수농협(조합장 배상현) 주관으로 기업체와 농촌이 1사1촌 맺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초포마을과 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간 협약입니다. 농촌은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병원은 이를 이용하는 것이죠. 농촌과 병원이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이었습니다.

고종길 초포 이장은 "동네 생기고 우리 동네를 도와주겠다는 협약식을 한 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면서도 "우리 동네는 방풍, 취, 고구마 등 밭작물과 수산물이 많이 나는데 이것들을 안정적으로 사준다니 신이 절로 난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어 의료봉사, 이·미용 봉사, 농기계 수리, 가사 봉사 등이 펼쳐졌습니다. 어르신들 한 분 두 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시더군요. 어르신들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도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 섬 마을 가사봉사. ⓒ 임현철


▲ 이미용 봉사. ⓒ 임현철


▲ 청소봉사. ⓒ 임현철


난생 처음 본 영양제 놓기, 봉사 활동 중 '대박'

대박 코너가 있었습니다. 의료봉사였는데 그중 '영양제'를 놔주는 곳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드러누워 너나 할 것 없이 영양제를 맞는데,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흐뭇하더군요.

이런 의료봉사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이것 땜에 섬 봉사 동행취재에 나선 것입니다. 그림이 멋지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엉덩이를 까고, 윗옷을 벗는 어르신들은 아픈 데는 죄다 내놓았습니다.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한의사가 침을 놓는 광경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 섬 어른들이 맞을 영양제를 준비하는 간호사. ⓒ 임현철


섬 동네에서 영양제 맞은 어르신들 '싱글벙글'

영양제를 맞고 계신 하삼례(75) 할머니는 "병원에 가서도 다른 데 치료하느라 링거를 못 맞는디 요로코럼 동네에서 링거를 마즌께 너무 조아 뿌러"하시면서 한의사에게 "나가 늘거서 어깨, 목, 허리까정 안 아픈 디가 없어"라고 호소하십니다.

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홍종기 과장은 "박기주 원장님이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고, 또 섬에서 맞기도 힘든 영양제를 어르신들께 맞춰드리자고 아이디어를 냈다"더군요.

영양제를 다 맞은 어르신들 밖에서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 "아이, 니 링거 맞았냐? 안 마졌으면 얼릉 가서 마져"라며 싱글벙글 권하시기까지 합니다.

저도 한 대 맞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어르신들 생각지도 않았던 영양제를 맞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작은 아이디어가 만든 의료봉사는 이렇게 대박 났습니다.

▲ "영양제를 동네에서 맞을 줄이야..." ⓒ 임현철


▲ 영양제를 맞는 어른들과 이야기 중인 박기주 원장.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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