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고 노무현 대통령 측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다면, 더 이상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파면을 미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명예훼손 규탄 및 서울경찰청장 파면 촉구 대책회의'는 23일 저녁 "이명박 대통령은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또 조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소서 사죄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고 노 대통령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에는 누리꾼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조 후보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때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서 노 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검찰 조사와 관련해, 그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유족들의 이해를 구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로 가게 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조 후보가 지난 3월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강연에서 '고 노 대통령 차명계좌'를 언급한 것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송구스럽다. 제가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책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궤변만 늘어놓아"

대책위는 이날 성명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조현오 후보자는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망언을 놓고 발뺌과 궤변으로 일관했다"며 "진정으로 반성하기는커녕 특검 이후 결과를 보고 사퇴할 수도 있다며,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궤변만 늘어놨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조현오 후보자의 망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권에서 물타기용으로 내놓은 특검 주장에 빌붙어 어떻게든 인사청문회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특검 주장은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여권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현오 후보자의 망언 등에 물타기를 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적 술수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조현오 후보자의 망언은 분명한 허위사실이다. 이는 검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현오 후보자에 대해 이미 고소·고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의 망언에 대한 사실 여부는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조현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법치를 지켜야 할 15만 경찰의 최고책임자가 될 자격이 전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이명박 정부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파면하고, 검찰은 허위사실로 전직 대통령을 모독한 조현오 후보자를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누리꾼 "사죄는 당연하지" ... "감히 어디를 오겠다고"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조현오 후보자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반드시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거라"라고, 다른 누리꾼은 "사죄는 사죄고 법적 책임은 또 다른 것이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죄는 당연지사"라고 주장했다.

홈페이지에는 "무릎 꿇고 사죄하는 사진 각 신문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와야 한다. 그래야 조중동 애독자들도 아무 말 못한다"거나 "간절히 그렇게 되길, 두 말이 필요 없으리"라는 글도 올아와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감히 거기가 어디라고 지가 가서 사죄한다고"라거나 "감히 봉하를 가겠다고? 저는 반대다. 진정 사죄를 하고 싶으면 노무현 대통령님 영정 사진에 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누리꾼들은 "사퇴하고 사죄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라", "감옥에나 갈 X이 감히 어딜 오겠다고. 오기만 해봐라", "아서라 부정탄다. 오염투성이 독극물이 어딜 감히. 사과도 필요없다. 사퇴하고 이 나라를 떠나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