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명성황후 상궁의 시급은 얼마?
보조출연자들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 항의... 방송사·기획사는 '모르쇠'
"현장 가면 보조출연자들은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요, 모든 말이 욕에서 시작해 욕으로 끝나지. 24시간 일해도 내 손에 들어오는 건 3만 7000원뿐이고, 기획사랑 방송사에서 제대로 돈 준다고 지난번에 협상 해놓고도 말뿐입니다."
배영락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전보연)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백발이 성성한 67세의 배 위원장은 "MBC <민들레 가족> 결혼식 장면에서 주례도 봤고, 이순재씨의 보험 CF에 '돈 바로 주나요'라고 묻는 게 나"라며 "어렸을 때부터 꿈이 배우여서 애들 다 키우고 꿈 한 번 이뤄보려고 보조 출연을 한 지 벌써 10년"이라고 했다. MBC <김수로>, <민들레 가족> 등 출연작을 나열하는 배 위원장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소박했던 그의 꿈은 촬영현장에서 이어지는 "야 이 XX"라는 욕에 밟혔고, 24시간 일해도 돌아오는 돈은 3만 7000원뿐인 현실에 눌렸다. 이에 배 위원장은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달라"는 집회를 하기 위해 MBC 앞에 섰다.
방송사도·기획사도 모르쇠... 보조출연자들 "최저임금 보장하라"
24일 오후 2시, 배 위원장과 함께 MBC에 모인 100여 명의 사람들 역시 그와 같은 처지의 보조 출연자들이다.
"야 이 XX놈들아, 우리 돈 내놔."
보조 출연자들은 집회 구호 치고는 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목청이 터져라 한바탕 욕을 해댄 집회 참가자들은 후련한 듯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동안 드라마 스태프, 기획사 관계자에게 들어왔던 욕을 되돌려준 셈이다.
'전보연은 뿔났다'는 붉은 머리띠를 머리에 동여 맨 모습에선 투사의 모습이 보이지만 흔히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노동가'는 모르는 그들이다. 그저 노래에 맞춰 팔뚝질만 열심히 할 뿐이다. 생전 '노조'며 '집회'를 몰랐던 50~60대 노장들은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기 위해 거리에 앉았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 3사,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4개 기획사와 전보연이 단체협상을 해서 지난 5월 1일부로 시간당 최저임금, 연장수당, 철야수당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24시간 일하고도 3만 7000원을 받고 있다"며 "방송사는 기획사에 돈을 지급했다고 버티고, 기획사는 방송사로부터 받은 돈이 없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사라진 돈을 찾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보연은 지난 4월 30일 방송사의 용역을 받아 보조 출연자 섭외를 담당하는 4개 기획사와 단체협약 및 임금 협상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 4개 기획사 중 3곳(한국예술, 태양기획, 대웅기획)이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방송사와 기획사가 합의 사항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보조 출연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이어 "촬영 현장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우리의 요구"라며 "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MBC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인권적인 대우 받지만.. "연기가 좋아서 27년째 보조 출연"
실제 현장에서 만나본 보조 출연자들이 전한 촬영 현장에서의 반인권적 대우는 심각했다. 27년 동안 보조 출연자로 활동한 김선희(55·가명)씨는 "KBS 드라마 <반올림>을 찍을 때였는데, 그 날 바람이 엄청 불어 정말 추웠는데도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보조 출연자를 서강대교 밑에 그대로 방치했다"며 "한 컷 찍으려고 보조 출연자들을 절대 못 움직이게 해서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다 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이런 식의 학대를 너무 받다 보니까 가슴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며 "우리는 죽든지 말든지 제작 스태프들이며 기획사들은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허우대는 굉장히 멀쩡하고 근사해 보이지만 밑자락에 있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게 방송국"이라며 "주연 배우들은 큐 한 번 당 500만 원인데 우리는 시간당 2000원 남짓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이런 대우를 받는데도 27년간 보조 출연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나도 나만의 연기철학이 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주로 <장희빈>이나 <명성황후> 등 사극의 상궁으로 많이 등장했는데 대사도 제법 많아 연기를 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배영락 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배 위원장은 "학원에서 배운 연기를 제대로 발휘해서 TV에도 많이 나오고 싶고, 얼굴도 많이 비추고 싶은데 노조 활동을 하면서 보조 출연 일거리가 뚝 끊겼다"며 "상황이 이렇게 안 좋지만 앞으로도 연기는 꼭 계속하고 싶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배영락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전보연)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백발이 성성한 67세의 배 위원장은 "MBC <민들레 가족> 결혼식 장면에서 주례도 봤고, 이순재씨의 보험 CF에 '돈 바로 주나요'라고 묻는 게 나"라며 "어렸을 때부터 꿈이 배우여서 애들 다 키우고 꿈 한 번 이뤄보려고 보조 출연을 한 지 벌써 10년"이라고 했다. MBC <김수로>, <민들레 가족> 등 출연작을 나열하는 배 위원장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소박했던 그의 꿈은 촬영현장에서 이어지는 "야 이 XX"라는 욕에 밟혔고, 24시간 일해도 돌아오는 돈은 3만 7000원뿐인 현실에 눌렸다. 이에 배 위원장은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달라"는 집회를 하기 위해 MBC 앞에 섰다.
방송사도·기획사도 모르쇠... 보조출연자들 "최저임금 보장하라"
▲ 24일 오후 2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MBC 앞에서 '최저임금' 보장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 이주연
24일 오후 2시, 배 위원장과 함께 MBC에 모인 100여 명의 사람들 역시 그와 같은 처지의 보조 출연자들이다.
"야 이 XX놈들아, 우리 돈 내놔."
보조 출연자들은 집회 구호 치고는 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목청이 터져라 한바탕 욕을 해댄 집회 참가자들은 후련한 듯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동안 드라마 스태프, 기획사 관계자에게 들어왔던 욕을 되돌려준 셈이다.
'전보연은 뿔났다'는 붉은 머리띠를 머리에 동여 맨 모습에선 투사의 모습이 보이지만 흔히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노동가'는 모르는 그들이다. 그저 노래에 맞춰 팔뚝질만 열심히 할 뿐이다. 생전 '노조'며 '집회'를 몰랐던 50~60대 노장들은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기 위해 거리에 앉았다.
▲ 보조출연자들의 시급이 2125원밖에 안 됨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MBC 앞에 걸려있다. ⓒ 이주연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 3사,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4개 기획사와 전보연이 단체협상을 해서 지난 5월 1일부로 시간당 최저임금, 연장수당, 철야수당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24시간 일하고도 3만 7000원을 받고 있다"며 "방송사는 기획사에 돈을 지급했다고 버티고, 기획사는 방송사로부터 받은 돈이 없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사라진 돈을 찾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보연은 지난 4월 30일 방송사의 용역을 받아 보조 출연자 섭외를 담당하는 4개 기획사와 단체협약 및 임금 협상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 4개 기획사 중 3곳(한국예술, 태양기획, 대웅기획)이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방송사와 기획사가 합의 사항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보조 출연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이어 "촬영 현장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우리의 요구"라며 "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MBC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인권적인 대우 받지만.. "연기가 좋아서 27년째 보조 출연"
▲ 집회에 참석한 한 보조출연자가 사극 복장을 갖춰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주연
김씨는 "이런 식의 학대를 너무 받다 보니까 가슴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며 "우리는 죽든지 말든지 제작 스태프들이며 기획사들은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허우대는 굉장히 멀쩡하고 근사해 보이지만 밑자락에 있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게 방송국"이라며 "주연 배우들은 큐 한 번 당 500만 원인데 우리는 시간당 2000원 남짓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이런 대우를 받는데도 27년간 보조 출연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나도 나만의 연기철학이 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주로 <장희빈>이나 <명성황후> 등 사극의 상궁으로 많이 등장했는데 대사도 제법 많아 연기를 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배영락 위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배 위원장은 "학원에서 배운 연기를 제대로 발휘해서 TV에도 많이 나오고 싶고, 얼굴도 많이 비추고 싶은데 노조 활동을 하면서 보조 출연 일거리가 뚝 끊겼다"며 "상황이 이렇게 안 좋지만 앞으로도 연기는 꼭 계속하고 싶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