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나라당은 왜 '안원구 증인채택' 반대하나

[取중眞담]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에 대한 부담감 때문?

등록|2010.08.25 16:01 수정|2010.08.26 11:49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 뉴시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6일 열린다. 이 후보자에게는 현재까지 ▲위장전입 ▲석사논문 표절 ▲부친·장녀의 수천만원 예금보유 논란 ▲안원구 전 국장 표적감찰-사퇴압박 지시 등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후보자는 이 가운데 위장전입과 석사논문 표절 의혹은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나머지 의혹들은 일축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 본청 감찰팀을 동원해 안원구 전 국장을 표적감찰하고 사퇴압박을 지시했다는 의혹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당시 서울청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본청에서 직접 수행하는 일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특히 본청 감찰담당관실에서 하고 있던 업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그러한 권한도 없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자료 중에서)

그런 가운데 이 후보자의 '표적감찰-사퇴압박 지시' 의혹을 증언해줄 안 전 국장의 증인채택이 최종 무산됐다. 한나라당쪽은 "안 전 국장만은 절대 안 된다"며 안 전 국장의 증인채택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상득-박영준'까지 포기하겠다는데 '도곡동 땅' 때문에 '결사반대'?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16일과 17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세 차례의 전체회의를 열고도 안 전 국장의 증인채택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차관까지 포기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안 전 국장만은 절대 안 된다'며 안 전 국장의 증인채택에 반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쪽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증인채택을 반대하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 전 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할 경우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나올 가능성 때문에 증인채택을 결사반대하고 있다는 것.  

안 전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시절인 지난 2007년 7~8월께 실시된 포스코건설의 정기세무조사 과정에서 강남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적힌 '전표형식'의 문건이 발견됐다. '강남 도곡동 땅'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부터 '실소유주=이명박'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쟁점이었다.  

안 전 국장의 증언에 따르면, '그 문건'은 포스코건설 내부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포스코건설의 재무자료들과 함께 딸려온 이 문건에는 도곡동 땅의 번지와 면적은 물론이고 '실소유주'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실소유주로 거론된 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다.

이는 "김만제 회장이 골프를 치는 자리에서 '이명박씨가 도곡동 땅이 자기 소유인데 (포스코건설에서) 사달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직원들로부터 이 문건의 발견사실을 보고받은 안 전 국장은 "정기세무조사의 본질과 관련이 없고 공무원이 공무상 취득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풍파가 일어날 수 있다"며 '보안유지'와 함께 '문건 파기'를 지시했다.

안 전 국장의 '조치'로 인해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던 그의 선에서 은폐됐다. 국세청장 등 윗선은 물론이고, 포스코건설쪽에도 관련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당시 대선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은 이렇게 사라진 셈이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 의혹 풀렸지만 계속 사퇴압박 시달려  

▲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 오마이뉴스

그런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난해 6월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은 국세청 내부에서 쟁점화됐다. 안 전 국장이 지난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국세청 본청 감찰팀의 한 간부는 안 전 국장에게 명예퇴직신청서를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 국장님이 대구청장 시절에 MB 관련 뒷조사를 하였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전 정부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국세청 차원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 이번 6월 말까지 명퇴신청을 하시면 좋은 모양으로 나가실 수 있으니 잘 생각하시라."

이에 안 전 국장은 "왜 날 자꾸 전 정부 사람으로 몰아가느냐"며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줬으면 줬지 뒷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2007년 포스코건설 정기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을 발견한 뒤 이를 은폐했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 일은 결과적으로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국세청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감찰팀 직원을 대구로 내려보냈다. 감찰팀 직원은 포스코건설 세무조사를 맡았던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 전·현직 관계자들을 만나 증언을 청취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미보도 <월간조선> 기사('심층추적-2007년 대선 당시 태풍의 눈이었던 도곡동 땅의 진실')에 따르면, 이 감찰팀 직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7월, 대구지방국세청은 포스코건설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해당기업으로부터 재무 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뜻밖의 문건이 발견됐다. 1995년 포스코건설(당시에는 포스코개발)이 서울 도곡동 땅을 구입했는데 그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이었다. 그러나 이 문건은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던 안원구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폐기처분을 지시해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월간조선>은 "감찰직원이 이 내용을 확인한 시점은 백용호 국세청장이 내정되기 바로 직전이었다"며 "감찰직원이 대구에서 확인한 내용은 본청 감찰과장을 거쳐 당시 허(병익) 국세청장 대행과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감찰직원이 대구로 출장가기 전, 당시 청장대행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몇몇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를 적시한 포스코건설 내부문건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이를 확인할 목적으로 감찰직원을 대구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들은 현장을 다녀온 감찰직원으로부터 VIP(대통령)와 관련된 사안을 접한 후 다소 놀랐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후(6월 21일), 백용호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세청장에 내정됐다." (미보도 <월간조선> 기사 중에서)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MB 뒷조사' 의혹이 풀렸는데도 안 전 국장은 더욱 거센 사퇴압박에 시달린 것이다. 안 전 국장의 증언이다.

"그런데 감찰이 이런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제가 그 사실을 가지고 현 정부와 맞서려 한다는 보고를 함으로써 저를 반정부 인물로 몰아가고 있음. 본인은 이 일과 관련해 정말로 납득이 안 됨. 오히려 이와 관련해 거대한 음모가 진행된다고 느껴짐." (지난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도되지 않은 <월간조선> 미편집본 기사. ⓒ 오마이뉴스 구영식


안원구 입 막지 않으면 'MB 비밀' 다시 드러난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국세청 감찰직원으로부터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 조사내용을 보고받은 인물에 이현동 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마이뉴스>에서 이미 두 차례 보도한 것처럼, 이 후보자가 안 전 국장의 표적감찰-사퇴압박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증언들을 종합할 때 '강남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과 안 전 국장의 '표적감찰-사퇴압박'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민주당이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을 포기하고서라도 안 전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노력해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처지에서 안 전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위험인물'이다. 안 전 국장의 입을 막지 않으면 이 대통령의 '비밀'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판이다. 그러니 안 전 국장이 증인으로 나오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세청 주요 간부들, '도곡동 땅 문건' 역이용해 안원구 사퇴 압박"

다음은 지난해 9~10월께 작성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도되지 않은 <월간조선> 기사의 일부다.

(전략) 이 무렵(국세청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을 확인하고 있을 때) '도곡동 땅' 관련 정보가 국가정보원으로 건네졌다. 해당 정보는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고위간부의 귀에 들어갔다. 이 고위 간부는 다시 확인작업을 벌였다. 그는 대구지방국세청 전·현직 관계자를 접촉해 문건이 발견됐을 당시의 상황과 문건이 적힌 내용, 문건의 현존 여부를 물었다. 이 간부는 "포스코건설 내부문건에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가 VIP(이명박 대통령)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보안유지에 신경을 썼다.

이와 별도로 또다른 국정원 직원은 포스코건설을 방문해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이 국정원 직원은 포스코건설 고위인사에게 '도곡동 땅의 소유주'와 관련된 문건이 존재하는지를 물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에게 "그런 문건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세청과 일부 국정원 관계자가 취득한 '도곡동 땅' 관련 정보는 해당조직의 책임자인 백용호 국세청장과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정확히 보고되지 않았고, 청와대에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 정보는 국세청과 국정원 고위관계자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제3의 인물에게 흘러갔다. 국세청과 일부 인사들은 사적 라인을 통해 VIP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중략)

국세청은 현재 국세청 해외교육 대상자 신분인 A씨(안원구 전 국장)의 퇴직을 요구하고 있다. 사퇴의 근거는 A씨가 '정 정권 사람'이며 '대구청장 재직 시 이명박 대통령을 뒷조사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오히려 현 국세청 주요 간부들이 '도곡동 땅' 정보를 역이용해 A씨가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를 뒷조사했다고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본청 감찰 소속 관계자는 2007년 당시 포스코건설을 세무조사했던 대구지방국세청 전·현직 관계자에게 '이상한'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감찰직원은 '당시 대구청장이었던 A씨가 포스코건설 문건을 폐기처분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원했다는 것이다. 대구지방청 전·현직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확인서를 써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도곡동 땅' 정보를 알고 있는 국가정보원 고위간부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이 고위간부는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 등 주변인물에게 "A씨가 '도곡동 땅'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한 인사는 국정원 간부에게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2007년 대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던 A씨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도곡동 땅' 문건을 폐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는 이득을 본 셈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