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교재가 없어 공부를 못해요, 책 좀 주세요
[초등교과서와 교육과정의 문제⑨] 초등 4-6학년 보충교재 하루빨리 지급해야
유난히 더웠던 여름방학이 끝나간다. 중고등학교는 벌써 개학한 곳이 많고 초등학교는 이번 주부터 개학이 시작된다. 2학기를 준비하느라 교재연구도 하고 지난 주부터 학습준비물도 미리 신청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과서를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
뒷북쳐도 좋으니 제발 교과서 좀 주세요
초등학교에는 2009년 1, 2학년을 시작으로 7차교육과정에서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교육과정 수준이 올라간 데다 학년간에 배울 내용이 오고 가서 현재 3, 4, 5학년은 교과별로 학습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4, 5학년의 학습결손이 많아서 보충교재를 인쇄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교과부는 교사용 교재만 던져주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 (그림의 떡 초등교과서)
그런 가운데 이제 2학기가 다가왔다. 더 이상 교과부에 기대다가는 바쁜 2학기가 그냥 흘러갈 것 같아 지난 주에 학교에서 거래하는 인쇄소에 비용을 알아보았다. 당장 필요한 것만 물어보았는데, 예상대로 학년 전체 인쇄를 하려면 예산이 꽤 많이 든다.
게다가 4학년 과학은 컬러로 인쇄하면 비용이 1만5000원이 넘는다고 한다. 흑백은 가격이 1/3정도라고 한다. 과학교과서는 빼고 예산을 뽑아봐도 100만 원이 금방 넘어간다. 당장 학교에 배정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인쇄하려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상황이다.
이 문제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전국 4, 5, 6학년이 다 이 교과서를 받아야 한다. 이걸 학교별로 인쇄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교과부가 인쇄를 하면 돈이 훨씬 적게 들고 질도 훨씬 좋을 것이다.
예산이 없어서 못 준다구요?
4학년 과학은 교사 자료조차 오지 않았다. 사이트에 올려놓고 알아서 쓰라고 한다. 그 많은 양을 자료로 줘도 정규교육과정에 밀려 보기 어려운데, 자료조차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니 1학기 때 부분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그냥 눈으로만 보여주고 지나간 곳이 많다. 정리는 따로 할 곳이 없어 난감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좀 적극적인 학교는 갱지에 복사해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교과부 담당자(창의인재육성과)에게 학생용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교육과정이 바뀐 게 2007년인데 보충자료는 올해 새학기가 시작하고 올려놓고, 아직까지 예산도 확보를 못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에도 전화하니 바쁘고 돈 없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학교는 안 바쁜가? 교과부나 도교육청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이렇게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미루는 사이 벌써 2년이 지나갔다.
알면 가르치고 모르면 넘어가고?
수학은 어떤가? 현재 5학년 교육과정이 워낙 양이 많아서 방학식 전날까지 수업을 해야 겨우 끝날 정도다. 교사는 지금 내용 가르쳐가며 15시간이나 되는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골치 아픈데 교과서 걱정까지 해야 한다. 정말 교과부의 무성의에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의한 수학 보충 단원>
5학년 : 소수와 분수, 비와 비율, 수의 범위
6학년 : 방정식, 정비례와 반비례
6학년도 마찬가지이다. 7차에서 학습부담을 줄인다고 중학교로 올라간 내용을 다시 가져온 것이니 일단 내용이 어렵다. 교과부에서 나온 자료도 내용이 어렵게 써 있고 오탈자도 많다. 1학기에 일제고사 때문에 고생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갱지에 복사해서 주면 시험지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6학년은 이런 사태가 벌써 3년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3년간 수학교과서를 새로 개편해 만들었으면 비용도 적고 수업도 훨씬 효율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3, 4학년 영어교과서는 올해 1년만 쓰는데도 새교과서를 만들어준 걸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3년째 되어서도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모르는 교사들도 있다. 그간 못배우고 중학교 간 학생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수학 시간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영어도 교사용 교재만 줘서 학생용은 영어전담 교사들이 복사를 해서 가르치거나 공책에 쓰게 했다. 어차피 알파벳 학습이나 단어를 배우는 것이고, 보통 영어만 전담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재량으로 수업을 해나갔다고 한다. 그래도 사교육을 안 받은 학생들은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습결손은 어떻게 해결할까? 이런 내용을 잘 아는 교사가 있는 학교는 무슨 수를 쓰든지 공부하고, 안 그런 학교는 잘 모른 채 넘어갈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학교나 교사도 있을 수 있다. 한 교사는 그 내용 중에 일제고사 단골문제가 있는데 제대로 안 가르쳐 놓고 시험문제에 내나 보자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요즘은 무상급식에 학습준비물까지 국가나 시도교육청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적어도 교과서는 주어야 하지 않은가?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2학기에 4-6학년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7차교육과정과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생긴 공백을 보충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온 자료입니다. 왼쪽부터 6학년 사회, 수학, 4학년 영어 교재입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간 자료는 하나도 없습니다. ⓒ 신은희
뒷북쳐도 좋으니 제발 교과서 좀 주세요
초등학교에는 2009년 1, 2학년을 시작으로 7차교육과정에서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교육과정 수준이 올라간 데다 학년간에 배울 내용이 오고 가서 현재 3, 4, 5학년은 교과별로 학습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4, 5학년의 학습결손이 많아서 보충교재를 인쇄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교과부는 교사용 교재만 던져주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 (그림의 떡 초등교과서)
그런 가운데 이제 2학기가 다가왔다. 더 이상 교과부에 기대다가는 바쁜 2학기가 그냥 흘러갈 것 같아 지난 주에 학교에서 거래하는 인쇄소에 비용을 알아보았다. 당장 필요한 것만 물어보았는데, 예상대로 학년 전체 인쇄를 하려면 예산이 꽤 많이 든다.
▲ 당장 2학기에 4, 5, 6학년에게 필요한 보충교재 1부당 예산을 알아본 것입니다. ⓒ 신은희
게다가 4학년 과학은 컬러로 인쇄하면 비용이 1만5000원이 넘는다고 한다. 흑백은 가격이 1/3정도라고 한다. 과학교과서는 빼고 예산을 뽑아봐도 100만 원이 금방 넘어간다. 당장 학교에 배정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인쇄하려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상황이다.
이 문제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전국 4, 5, 6학년이 다 이 교과서를 받아야 한다. 이걸 학교별로 인쇄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교과부가 인쇄를 하면 돈이 훨씬 적게 들고 질도 훨씬 좋을 것이다.
예산이 없어서 못 준다구요?
4학년 과학은 교사 자료조차 오지 않았다. 사이트에 올려놓고 알아서 쓰라고 한다. 그 많은 양을 자료로 줘도 정규교육과정에 밀려 보기 어려운데, 자료조차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러니 1학기 때 부분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그냥 눈으로만 보여주고 지나간 곳이 많다. 정리는 따로 할 곳이 없어 난감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좀 적극적인 학교는 갱지에 복사해서 수업을 했다고 한다.
▲ 4학년 과학교과와 보충교재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빨간 색 부분이 보충교재로 공부할 내용입니다. ⓒ 신은희
교과부 담당자(창의인재육성과)에게 학생용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교육과정이 바뀐 게 2007년인데 보충자료는 올해 새학기가 시작하고 올려놓고, 아직까지 예산도 확보를 못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에도 전화하니 바쁘고 돈 없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학교는 안 바쁜가? 교과부나 도교육청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이렇게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미루는 사이 벌써 2년이 지나갔다.
알면 가르치고 모르면 넘어가고?
수학은 어떤가? 현재 5학년 교육과정이 워낙 양이 많아서 방학식 전날까지 수업을 해야 겨우 끝날 정도다. 교사는 지금 내용 가르쳐가며 15시간이나 되는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골치 아픈데 교과서 걱정까지 해야 한다. 정말 교과부의 무성의에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의한 수학 보충 단원>
5학년 : 소수와 분수, 비와 비율, 수의 범위
6학년 : 방정식, 정비례와 반비례
6학년도 마찬가지이다. 7차에서 학습부담을 줄인다고 중학교로 올라간 내용을 다시 가져온 것이니 일단 내용이 어렵다. 교과부에서 나온 자료도 내용이 어렵게 써 있고 오탈자도 많다. 1학기에 일제고사 때문에 고생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갱지에 복사해서 주면 시험지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6학년은 이런 사태가 벌써 3년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3년간 수학교과서를 새로 개편해 만들었으면 비용도 적고 수업도 훨씬 효율적으로 되었을 것이다. 3, 4학년 영어교과서는 올해 1년만 쓰는데도 새교과서를 만들어준 걸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3년째 되어서도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모르는 교사들도 있다. 그간 못배우고 중학교 간 학생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수학 시간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영어도 교사용 교재만 줘서 학생용은 영어전담 교사들이 복사를 해서 가르치거나 공책에 쓰게 했다. 어차피 알파벳 학습이나 단어를 배우는 것이고, 보통 영어만 전담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재량으로 수업을 해나갔다고 한다. 그래도 사교육을 안 받은 학생들은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습결손은 어떻게 해결할까? 이런 내용을 잘 아는 교사가 있는 학교는 무슨 수를 쓰든지 공부하고, 안 그런 학교는 잘 모른 채 넘어갈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학교나 교사도 있을 수 있다. 한 교사는 그 내용 중에 일제고사 단골문제가 있는데 제대로 안 가르쳐 놓고 시험문제에 내나 보자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요즘은 무상급식에 학습준비물까지 국가나 시도교육청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적어도 교과서는 주어야 하지 않은가?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2학기에 4-6학년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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