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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짧은 가족 휴가

마음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

등록|2010.08.25 18:16 수정|2010.08.25 18:16
"짧지만, 유익하게 보내자."

가족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뿐인 가족 휴가였다. 그것도 오전은 뺀 나머지 반일이었다. 하루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의 단합과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생활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유익하게 보내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휴가의 기간이나 장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하였다. 어렵게 그것도 정말 어렵게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가족 다섯이 함께 할 시간을 맞추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담양호가득 찬 호수 ⓒ 정기상



큰 아이는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큰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다 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둘째는 비교적 한가하였다. 문제는 막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막내는 보충학습과 학원 과외로 인해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결국 일요일 하루는 과외를 빠지기로 결정하였다. 서너 번의 연기 끝에 겨우 날짜를 잡았다. 다섯 식구가 이틀을 빼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겨우 하루를 준비할 수 있었다.

어렵게 날짜를 잡았으니, 최대한 효율성을 높여야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오전 시간이 날아가 버렸다. 둘째가 토익 시험을 접수시켰다는 것이다. 시험 보는 날짜가 바로 그날이란 사실을 까먹었다는 것이었다. 토익 시험 또한 둘째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었다. 가족 휴가도 중요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휴가 시간을 줄이기로 결정이 되었다. 시험은 오전 중으로 끝이 나니, 시험이 끝나고 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란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음을 나누는 시간점심을 먹으면서 ⓒ 정기상



집사람은 짧은 가족 휴가이지만, 알차게 채우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김밥을 싸는 등 휴가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시간이 짧지만,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족끼리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화합할 수 있는 휴가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준비하면서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집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노동이니, 지겨운 노동이 아니었으리라. 즐거운 놀이였으리라.

시험이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출발하였다. 시험 장소를 둘째를 데리러 갔다. 그 때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목적지는 아이들의 결정에 맡기기로 하였다. 아이들 셋이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선운사로 가자는 큰 아이 의견도 있었고, 내소사로 가자는 둘째의 생각도 있었다. 막내가 불쑥 한 마디 하였다. 담양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였으니, 그 곳으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막내의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안 가본 곳이니, 목적지로 정하였다.

무지개 다리죽녹원이 바라보이는 ⓒ 정기상



달리는 차 안에서는 이야기꽃이 피었다. 먹성이 좋은 아이들은 엄마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달렸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의견에, 자동차를 멈추었다. 월**을 사왔는데, 그 가격이 비쌌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과는 현저한 차이가 났다. 집사람은 불평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싸다고 하여 사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웃음의 소재거리가 될 뿐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끼리 대화하는 것만으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부군의 본부가 있었던 회문산을 지나 담양으로 접어들었다. 내리쬐는 햇볕이 얼마나 강한지, 뜨겁다 못해 탈 것 같았다. 점심시간은 지나 있었다. 차 안에서 계속 음식을 먹었으면서도 때가 되었으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즐기기 위해서 떠난 가족 휴가니, 탓할 수는 없었다. 담양호 부근에 주차하였다. 담양호는 지난 번 비로 인해 그득 차 있었다. 넓은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준비한 김밥을 먹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웃음꽃을 피우면서 점심을 먹었다.

휴식을 즐기는여유로운 길 ⓒ 정기상



담양호를 뒤로 하고 담양으로 향하였다. 담양은  대나무로 이름이 나 있는 고장이다. 대나무 박물관도 있었고, 죽녹원도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대나무가 물리쳐 줄 것을 기대하면서 죽녹원으로 향하였다. 죽녹원 주차장이 천변에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찾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잘 정돈되어 있는 천변을 걷고 있노라니, 상쾌하였다. 대나무 고장답게 초록의 대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담양을 돌아보고 다시 출발하였다. 내장사를 거쳐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불만이었지만, 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내장사를 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조차 가질 수가 없었다. 야속한 해님은 시간이 되니, 어김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붉은 저녁놀을 여운으로 남겨놓은 채로 서쪽 하늘로 넘어가버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였다. 낙지볶음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식당에서 해결하는 저녁 식사가 꿀맛이었다.

높은 하늘여름 ⓒ 정기상



짧은 가족 휴가였다. 아쉬움이 많았다. 여러 측면에서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이해는 하였다. 서로가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서로가 이해할 수 있으니, 생각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마음이 하나가 되니, 아쉬운 대로 만족할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낼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이란 기대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였다. 사랑을 주고,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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