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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자가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된다!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보고

등록|2010.08.26 14:44 수정|2010.08.26 14:44
24일 MBC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PD수첩 방영 프로그램을 보았다. 보고난 첫 느낌은 "아하! MB가 또 잔머리를 굴렸구나!"였다. 아마, 나 말고 다른 시청자들 중에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들 앞에 공표했다. 그리고 이것을 믿고 진짜 "강 정비사업"에 기초한 안을 2008년 12월에 올렸다가 바로 대통령에게 퇴짜맞고 넉달 뒤, 수심 6m에 기초한 "운하용 강사업안"을 다시 만들어 올렸다는 게 방영의 주 내용이다.

그렇다면 처음 안을 기초하여 올린 공무원들은 어지간히도 대통령의 마음을 못 읽는, 대통령의 속내를 모르는 "어수룩한" 공무원이란 얘기가 된다. 그런데 이 경우 진짜 책임은 "어수룩한" 공무원에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

"운하 안 하겠습니다" 해놓고 속으로 "강사업을 가장해서 운하를 하면 되지. 두고 봐라"라고 하는 것은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대기업의 CEO는 가끔 잔머리를 굴려도 된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처하기 위하여, 또는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하여. 그런데 CEO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통치권자가 되고 나서도 그 버릇을 못 고쳤다면 큰 일이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다. 그 약속, 그 발언은 억만금과도 같다. 기업 백개가 쓰러지더라도 대통령의 약속 하나의 중요성은 지켜져야 한다. 대개 최고통치자의 부류에는 네 가지가 있다. 명군(名君),현군(賢君),암군(暗君),폭군(暴君)이 그것이다.

명군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통치철학이 있다.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등용하며, 각 인재들이 최대 능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면서, 국민들에게 강압하지 않고 뜻을 모아 국정에 감응되어 따라오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세종대왕이다.

현군은 비전 제시나 백년지대계를 생각하지는 못하더라도,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줄 알고, 충직한 간언을 잘 받아들여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며, 국민들의 가려운 곳과 어려운 사정을 잘 살필 줄 안다. 조선시대 영조나 정조가 대표적인 예다.

암군은 충언과 간언을 잘 구별하지 못하며, 자기 뜻에 동조하는 신하는 중용하고, 반대하거나 껄끄러운 소리를 하는 신하는 자꾸 멀리하거나 내친다.

대표적 암군, 백제의 의자왕은 총명하여 중국으로부터 "해동증자"라는 별명까지 들었다. 그런데 자기의 똑똑함을 과시하여 "예스맨"은 중용하고 싫은 소리, 충성스러운 반대(Loyal Opposition)의 말을 하는 신하는 점차 멀리하였다. 그 결과 나라를 말아 먹었다.

폭군은 나라를 자기와 측근의 사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군주다. 즉 국민과 국부의 전체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여도 가책을 받지 않는 지도자다. 수(隋)나라 양제(煬帝)가 대표적인 예다. 경항대운하도 자기의 놀이배를 띄우기 위해 만들어 원성을 샀다.

마키아벨리즘대로 생각하면 최고통치자는 권모술수를 마음대로 활용해도 정당성이 부여된다. 삼국지에서도 조조가 갈증에 지친 군사들을 이끌고 가다 "멀지 않은 앞쪽에 큰 매실나무 숲이 있는데 매실이 수도 없이 달려있다. 그곳에 가서 휴식하며 달고 신 매실을 실컷 먹고 갈증을 달래도록 하자!"라고 거짓말을 해 병사들의 볼에 일시 신맛이 돌고 입 속에 침이 흘러 갈증을 면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이 정사의 얘긴지 야사의 얘긴지 알 수 없으나, 설사 정사의 얘기라 할지라도 하나의 장수로서는 할 수 있는 얘기지만 군주가 거짓말을 밥먹듯 해선 안 된다. 아니 조조가 그러했기 때문에 아들 대에 결국 사마(司馬)씨에게 나라를 뺏긴지도 모르겠다.

삼국지를 보면 제갈량은 항상 잔꽤에 밝다. 그래서 늘 사마중달에게 전투에서 번번히 이긴다. 그러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전통병법학에 능한 사마중달의 승리였다.

최고통치자는 지혜를 얼마든지 각료, 막료들에게서 빌릴 수 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설쳐서는 안 되며, 자기가 잔머리를 굴려서는 안 된다. 머리 쓰는 것은 부하들의 몫이다. 자신은 경청하고 판단을 내리고 더 좋은 결론에 이르도록 부추기는 것으로 족하다.

"거기에 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하면서 부하들의 발언을 가로 막으면 암군(暗君)의 망쪼가 드는 시초이다. 지금 한반도 북쪽에는 전무후무한 폭군이 나라를 피폐하게 하고, 국민을 신음하게 하고 있다. 반 남은 남쪽에서 마저 암군이 설쳐대어 나라가 어두워지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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