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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천국 중국, 쫓아가기 버거운 혼인법

[중국근현대사 속 오늘] 남자는 돈 벌면 나빠지고, 여자는 나빠져야 돈 번다?

등록|2010.08.28 16:50 수정|2010.08.28 16:50

중국 CCTV 드라마 <중국식 이혼>중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드라마 <중국식이혼>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며 상대적으로 느슨한 도덕의식을 갖게된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 CCTV


1998년 8월 28일,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과 동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축첩금지 조항을 포함한 혼인법(婚姻家庭法) 초안이 공포되어 중국 사회에 많은 논란을 불러 왔다. 이 법안은 2001년 4월 정식으로 발효되어 현재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남자는 돈이 있으면 나빠지고 여자는 나빠져야 돈을 번다(男人有錢就學壞;女人學壞就有錢)"는 사회 분위기와 혼외정사에 대한 느슨한 처벌규정으로 얼나이(二奶, 두 번째 부인), 띠싼저(第三者, 혼외 애인)로 불리는 축첩과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어 서고 있다.

2007년 연말 중국은 '장옌(姜岩)사건'으로 시끄러웠다. 베이징에 사는 31살 부인이 직장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강요하는 남편에 대한 사연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 때문이다.

장옌은 자살을 준비하며 2개월간 자신의 심경과 혼외정사에 관대한 중국사회의 병폐에 대한 글을 올려 많은 누리꾼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 중국의 이혼손해배상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 매우 낮고 승소하더라도 위자료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적으로는 '잘못이 있는 쪽에서 이혼 시 피해자의 손실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지만 그 잘못을 증명할 증거와 배상액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둥(廣東)성의 경우 배우자가 동거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기한을 3개월로 규정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했을 때라고 모호하게 정하고 있어 동거를 입증하려면 이웃주민들의 증언과 증빙자료가 있어야만 할 정도다.

실제로 중국 법원은 배우자가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고 외도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우에도 배상 의무가 없다는 판결했다가 상소심에서 겨우 위자료 3500위엔(우리돈 약 63만 원)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불륜에 대한 법적 제재는 느슨하고 이혼으로 인한 위자료 비담은 적은 데다가 이혼수속절차마저 대단히 간단하여 중국은 '이혼천국'으로 불릴 정도다. 자연히 이혼이 급증할 수밖에 없고 이혼 관련 변호, 상담, 사설탐정 사업이 호황을 누린다. 한 해 150만 쌍 이상이 이혼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도시 이혼율은 이미 30%를 훌쩍 넘어섰다.

중국 일각에서는 너무 간단한 이혼 절차를 프랑스처럼 한쪽이 이혼을 요구한 경우 3년, 쌍방 합의 이혼요구도 6개월의 냉각기를 두자는 이혼숙려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혼인의 자유를 국가가 제한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경제적 부를 믿고 4인방 왕훙원(王洪文)의 유훈을 받들 듯 결코 이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도덕적인 작은 결함은 눈감아 주자는 사회분위기가 없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허리 이하는 평가하지 않는다'는 중국인의 관대하고 느슨한 성의식과 혼외정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배상조치가 너무 미흡해 축첩과 이혼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혼외정사에 대한 보다 엄정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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