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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허하시다구요. 시원한 쎄미탕 한 그릇 어떠세요?"

매운탕의 으뜸, 여수의 원조 쎄미탕집 비법공개

등록|2010.08.29 14:14 수정|2010.08.29 14:14

▲ 20여년째 원조 쎄미탕 집을 운영하고 있는 봉정식당에서 주문한 쎄미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 심명남


"아따 시원한 매운탕 맛은 손맛도 손맛이지만 첫째가 싱싱한 생선을 쓰는데 있당께. 바로 잡은 것을 안쓰고 냉동된 생선을 쓰면 어떤 양념과 조미료로도 그 맛을 낼 수가 없지라"

쎄미탕에 푹 빠졌다. 어디서 이런 맛이 우려 나오는 것일까?  먹으면 먹을수록 참맛이 느껴져서 그 비법이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매운탕으로 다져진 20년 경력을 가진 그녀의 노하우는 기본에 충실할 뿐 평범해 보였다.

남도(南道)의 자랑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음식 맛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그 지방 특유의 맛집이 있게 마련이다. 대장간에는 연장이 말해주듯이 식당에는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맛,맛,맛이 깃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분좋게 돈을 쓰고도 맛의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여수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 돌산 갓김치, 봉산동 게장백반은 이미 잘 알려진 대표음식이다. 하지만 전날 먹은 술독도 풀고 매운탕으로 시원하게 몸보신 하고 싶다면 중앙동의 음식거리를 지나칠 수 없다. 이중 으뜸은 쎄미탕이다.


"우리집 맛의 비결은 싱싱한 생선에 있죠. 그날그날 어시장에서 장을 보고 재료가 다 떨어지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문 닫지라."



여수시 중앙동에서 20여 년째 원조 쎄미탕 집을 운영하고 있는 봉정식당 유영순(59세)씨의 설명이다.

▲ 식당에는 이곳을 찾은 김주하 아나운서와 기념사진을 찍은 유영순씨의 사진이 걸려있다. ⓒ 심명남


맛있는 매운탕을 끊이기 위해 그날그날 장을 보는 곳. 이곳의 대표음식은 생선 매운탕과 선어회다. 돗병어회와 민어 그리고 볼락매운탕, 쏨뱅이탕, 용서서탕, 장어탕 등 다양한 음식중 특히 쎄미탕의 시원한 맛은 '이보다 좋을 순 없다'로 표현해도 좋을 듯싶다.

▲ 쑤구미라 불리는 사철고기 쎄미는 남해안 부근에서 주로 잡히는데 가장 맛있는 철은 알을 쓸때인 4월~7월이다. ⓒ 심명남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지금의 쎄미로 불리우는 쑤기미에 대해 '손치어, 석어(쏘는 물고기)는 등지느러미에 강한 독이 있고 성이 나면 고슴도치처럼 되어 적이 가까이 가면 찌른다. 이것에 찔리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철고기인 쎄미는 남해안 부근에서 주로 잡히는데 가장 맛있는 철은 알을 쓸 때인 4월~7월이란다.
못 생긴 고기로 인생역전... 알고 보니 그 이름은 '쎄미'

유씨가 쎄미탕 집을 하게 된 동기는 흥미롭다. 당시 쎄미가 매운탕으로 입성하지 않던 시절, 어느날 아들과 함께 시장에 생선을 사러 나갔다 볼락을 샀는데 그 중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하고 못 생긴 고기가 몇 마리 섞여 왔단다. 집에서 그 생선을 골라 어떻게 해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된장 풀어 무우 썰어넣고 끊였더니 국물이 그렇게 시원하더란다. 나중에 이름을 알고 보니 '쎄미'였다는 것.

"그때는 쎄미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고기값이 쌌제. 처음 보는 고기라서 그냥 한번 끊여 먹어보니 보통 시원한 것이 아니여. 그래서 이것으로 속풀이 해장국을 끊여주면 손님들이 참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구만요."

▲ 쎄미탕 맛은 시원한 지리탕이 제격이다. ⓒ 심명남

▲ 봉정식당의 대표음식은 매운탕과 선어회 종류다. ⓒ 심명남


이후 유씨는 싼 값에 재료를 살 수 있는 쎄미탕 집을 차리게 되었다. 입소문을 통해 지금도 많은 단골손님들이 끊이질 않고 가게도 확장했다. 그런데 그 흔하고 값이 싸던 쎄미가 지금은 한 상자에 20만원이 넘을 정도로 몸값이 폭등했다. 맛도 맛이지만 쎄미를 잡는 배들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희귀성이 배가된 듯싶다.
그래서인지 가격이 좀 세다. 이곳 쎄미탕은 1인분에 1만원이다. 2명이 1인분을 시키기엔 적지만 3명이 가면 2인분을 4명이 가면 3인분을 시켜 먹어도 좋을 듯싶다. 주문한 음식은 일단 주방에서 쎄미탕을 1차로 끊여서 냄비로 가져와 또다시 끊인다. 큼지막한 냄비에 쎄미와 함께 콩 된장이 어우러진 쎄미 지리탕은 속기운을 확 돋구어주는 느낌이다. 또한 음식으로 함께 나온 콩잎은 맛의 운치를 더한다.

▲ 쎄미탕이 나오기전에 먼저 나온 깔끔한 밑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 심명남




주인에게 살짝 물어봤다.

"무슨 조미료를 쓰기에 이런 맛을 내죠?"
"우리집 쎄미탕의 비법은 시원한 육수에 있어요. 조미료 대신 멸치종류인 뒤포리 달인 육수를 사용해요. 그래서 뒷맛이 깔끔하지라."

매운탕 맛의 비법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유씨의 말에 장사에 대한 욕심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방할 수 없는 이곳만의 맛. 전날 마신 허한속은 쎄미탕 국물맛에 자꾸만 숟가락이 멈출 줄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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