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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의혹' 때문에 '대권주자'에서 '썩은 양파'로

김태호 총리 후보 잇단 위증으로 '행주 같은 걸레' 별명만 얻어

등록|2010.08.29 10:39 수정|2010.08.29 10:49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아내가 2004년 경남도청 과장 출신의 강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민주당 이용섭 의원의 의혹제기와 관련,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40대 대권주자' '소장수의 아들'로 불렸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결국 사퇴하면서 '썩은 양파' '행주 같은 걸레'라는 '별칭'만 남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에 대해 ▲불법 은행대출 ▲부인의 관용차 사용, 공무원 가사 도우미 등 도지사 직권남용 ▲부당한 금전거래 ▲재산 불성실 신고 ▲세금탈루 ▲부인 뇌물사건 보도 무마 의혹 ▲군납비리 연루 의혹 ▲논문 중복 ▲스폰서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서 비롯됐다.

김 전 지사에 대해서는 2007년 4월 박 전 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고, 이에 대해 검찰 수사도 이뤄졌다. 수사 당시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을 알게 된 시점을 2007년 말로 주장해 혐의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전 지사는 박 전 회장과 알게 된 시점에 대해 "2007년 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답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2006년 가을 박 회장과 골프를 친 증거를 제시하자 "2006년 가을쯤부터 만났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또한 김 전 지사가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 전 지사에 대한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김 후보자가 경남도지사였던 지난 2006년 2월 21일 한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이 다음 날짜 <경남신문>에 실렸는데, 이것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보도된 것.

▲ 2006년 2월 21일 경남 창원에서 있었던 한 출판기념회장에서 나란히 선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동그라미 안 왼쪽이 박연차 전 회장). <경남신문> 2006년 2월22일 기사. ⓒ 화면캡쳐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연이어 위증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김 후보자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여당 내 여론도 급격히 악화됐다. 야당에서는 각종 의혹이 끊임 없이 불거진 것에 빗대 '썩은 양파'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여당에서는 "걸레 같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 손님이 다시 찾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다수 의원들은 여론을 무릅쓰고 김 후보자 인준을 강행할 경우 국정운영 및 여당의 정치적 부담을 크게 우려했다. 한나라당 친이계에서도 "김태호 살리려다 대통령 죽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김 후보자 내정 철회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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