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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은 놀고 먹는다? 그건 오해일 뿐"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 멜번 화재 복구 등 봉사활동 활발

등록|2010.09.01 15:01 수정|2010.09.01 15:01

인터뷰에 응한 학생회원들뒷줄 왼쪽 부터 시계 방향으로 : 김재호 학생회장, 서진우 부회장, 황수림 위원, 김세라 총무 ⓒ 스텔라 김

'요즘 젊은 애들은...' 이 말은 몇 천 년 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에 새겨진 최초의 문자에도 쓰여 있었다는,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말도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많은 매체들이 '유학' 또는 '유학생들의 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만 크게 다루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실지로 이곳 호주에도 많은 한인 유학생들이 있는데 오랜 시간 그들을 지켜 본 결과, 우려할 정도의 유학생활을 하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에 남을 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 꽤 많은 유학생들은 부모님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용돈 정도는 아르바이트로 벌면서 생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적은 비율의 '잘못된 상황'이 더 크게 두드러져 보이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만난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 임원들 역시 그런 견해를 더 굳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었다.

"많은 분들이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는 '놀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오해를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실지로 선배님들이 활동을 했던 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포스터가 나붙은 댄스 파티 등의 행사만 많이 화자가 되다 보니 그런 오해를 받았던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구요."

김세라 총무는 그래서 이번 학생회 임원들은 더욱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며 또 앞으로도 그런 취지의 모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멜번 대학교 학생들 중에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한국어, 한글 그리고 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류열풍도 한몫을 해서 그런지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친구들이 참 많아요."

부회장 서진우씨는 명칭은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이지만 그 회원이 되기 위해 꼭 한국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어느 국적이든 한국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호의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지어 멜번대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넓게 열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취지로 회원으로 가입한 학생들 중 한국어를 배우기 원하면 무료로 한국어 지도도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19대를 맞이한 대학생회는 '성년의 나이'에 접어든 만큼 그 활동도 '우리끼리 모이고 즐거운' 것에서 보다 발전되어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선배들이 해 온 것처럼 여전히 신입생 환영회를 갖고, 더불어 새내기 후배들을 위해 같은 과를 택하고 있는 선배들이 한국어로 '무료 과외'를 해 주기도 한다. 특히 유학을 온 학생의 경우, 다른 여러가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때 학과 시간에 들은 강의를 한국어로 다시 설명 들음으로써,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하게 더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졸업생 선배들을 초빙해 향후 진로에 대한 상담 시간을 마련하고, 인터뷰하는 방법,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아직 그 기억이 생생한 선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처음 입학하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또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학생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입을 했지요. 거기서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이 참 많았어요.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학과 수업은 물론, 대학생활 자체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내기 한 학기를 거쳐 이제 임원이 된 황수림씨는 그래서 내년, 또 그 다음 해 자신의 후배들이 생기면 자기가 받은 이상의 것을 돌려주는 것으로 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우리 학생회에서 특히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계획을 세운 것 중의 하나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단체가 되자는 것과 더불어 호주 사회에도 참여하는 '한인 젊은이'가 되자는 것입니다."

현재 멜번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회장 김재호씨는 그래서 지난 달 호주 화재 현장 복구 사업에 실지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재작년 2월 7일은 아마 멜번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모두 아픈 사실로 기억을 하시겠죠. 바로 큰 화재가 났던 블랙 새터데이(Black Saturday, 검은 토요일)였으니까요.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라도 집을 잃고 가족의 목숨까지 잃은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잖아요. 그런데 아직 그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인 학생회 이름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호주 구세군에 알렸다. 물론 크게 환영했고 20명 이상이 참여해야 버스 등을 제공하며 봉사 활동에 동참시킬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그 이상의 회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선뜻 말은 했지만, '즐겁게 노는 소풍'도 아닌데 과연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줄까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 봉사활동을 마치고 기념 촬영 ⓒ 스텔라 김


하지만 약속 당일, 4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새벽부터 모두 약속 장소에 모였다. 그리고 정말이지 '의기양양'하게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 이름을 앞세우고 하루 종일 주최측을 놀라게 할 만큼의 일을 소화했다. 남학생들은 벽돌을 나르고, 나무를 치우는 등 노동을 하고, 여학생들 역시 엄청난 양의 빨래와 그 빨래를 말려서 개켜 나누는 일까지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봉사 활동을 하고 한 사나흘은 허리가 뻑뻑했어요. 집에서 이렇게 했으면 엄마한테 늘 칭찬 받는 딸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통증이 그냥 아픈 게 아니라 기분 좋더라구요."

봉사활동을 했던 빅토리아 주 화재현장화재 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인학생회원들 ⓒ 스텔라 김


김세라씨의 말에 이어 "이것저것 불평 불만도 많은 편이었는데 그렇게 모든 걸 잃고 구호품으로 받은 헌 옷가지도 감사하고 소중해 하는 이재민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지, 나는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를 오히려 더 배운 시간이었어요"라고 황수림씨가 보충 설명을 했다.

"앞으로 해야 할 행사들도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곧 열릴 이민 세미나도 그 중 하나이지요. 물론 여기서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학우들도 있고, 멜번대학교를 비롯 많은 학교에 교민 학생들도 많지만, 수시로 변경되는 이민법 때문에 이곳에 정착해서 자신의 꿈을 더 크게 펼치겠다고 계획했던 친구들이 혼란을 갖기도 해요. 그래서 전문가를 모시고, 학과 선택과 영주권 신청의 관계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회원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인회의 행사에 자원봉사를 청하고, 복지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필요로 하는 곳에는 모두 힘을 합쳐 활동을 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많은 좋은 말을 입으로 옮길 수는 있지만 '실천하고 활동하는 젊음'이 줄어드는 요즘, 봉사활동의 '고생'을 '즐거운 경험'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의 젊음은 듣는 이에게도 싱그러운 힘을 옮겨주고 있었다.

아자, 아자 !  한인 학생회! 싱그런 그들의 함성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묻어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멜번저널 중복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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