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40년 전 결혼사진, 디지털로 복원하다

꼬박 이틀 걸려 100여장의 사진 스캔

등록|2010.09.03 13:34 수정|2010.09.03 13:34

성철경 주례 선생님과 함께 결혼식을 마치고 성철경 주례 선생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오랜만에 시간이 있어 문갑 서랍 깊숙이 처박아둔 지난 시절 앨범을 열어보니 사진을 끼운 비닐이 흡착되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사진 보관 상태에 문제가 심각하다. 하긴 40년된 사진들이니. 만약 이 사진들을 그냥 이 상태로 두었다가는 우리 부부의 결혼식 사진은 영원히 없어져 버리게 될 것 같아 '어떻게 하지?' 궁리를 한다.

앨범을 새로 사서 정리한다 하여도 우리 부부 아니면 어차피 누가 들춰보지도 않을 사진인데. 요즘 세상은 사진이 넘쳐 나는 세상 아닌가. 훗날 자식들이 그 옛날 엄마, 아빠 결혼사진 앨범을 꺼내 볼 있이 있겠는가.

그래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번 기회에 우리 부부의 빛바랜 사진들을 내 손으로 복원(스캔작업)하여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화질도 선명치 않고, 상태도 변질하여 좋지 않은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을 정성껏 스캔했다.  꼬박 이틀이나 걸려 우리 부부의 빛바랜 결혼사진 100여장을 디지털로 복원시킬 수 있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가족사진 결혼식을 마치고 양가 가족이 모여 기념 가족 사진을 ⓒ 윤도균


복원된 사진들이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실력으로 이 만큼 복원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의미있고 보람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청파 윤도균과 김정애의 결혼 사진을 공개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본다.

1975년 3월 30일(일요일) 정오 유난히 봄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경기도 파주시 소재 "파주 금촌 예식장"에서 우리 부부는 우리 부모님과 이웃에 살면서 형님 아우 하고 지내시던 그 파평초등학교 성철경 교장선생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우정반지를 끼워주는 친구 그러나 친구가 끼워준 반지는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돌려주고 친구들은 나중에 나에게 "우정반지"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 윤도균


장인 어른께 신부 인계받아 장인 어르신이 데려온 신부를 날렵하게 채 가지고 주례석으로 가는 나와 아내 ㅋㅋㅋ ⓒ 윤도균


성언선언문낭독 성철경 주례선생님께서 "성혼선언문" 낭독을 하시는 모습 ⓒ 윤도균


우리 부부의 약혼사진선볼때 아내 얼굴 한번 보고 우리는 약혹식날 다시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자칫 뜬 혼인같아 걱정했을텐데, 그 시절엔 부모님 말씀을 천륜으로 아로 우리는 결혼을 하였다. ⓒ 윤도균


그런데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신혼살림이라고 차렸지만 살림이 어려웠던 관계로 주례선생님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생존하여 계셨을 때는 자주 연락을 하시며 만나셔 "성철경 선생님" 안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었는데….

처가댁에서 기념사진약혼식을 마치고 처가댁에서 기념촬영을 ⓒ 윤도균


동네 친구들과 결혼 피로연 장면 한 마을 친구들이 결혼식날 저녁에 피로연석에서 선물을 전달받고 있는 장면 ⓒ 윤도균


또 총각 시절 농촌생활 친구 모임 중 '두더지 회'라는 친목회가 있었다. 그 시절 우리 모임에서는 결혼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3돈꺼지 금반지를 신랑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일 늦게 결혼을 한 나는 회비가 바닥이 나 그 반지를 끼지 못할 처지가 됐다.

임기응변식으로 우선 먼저 결혼한 친구 반지를 나에게 끼워주고 나중에 새로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그 약속은 부도가 나고 40여년이 지나 버리고 말았으니. 그렇다고 인제 와서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 하면 아마도 친구 녀석들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겠지?

play

청파의 결혼사진 동영상결혼사진 수십장을 한데 모아 사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 윤도균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