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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시작, 이렇게 하면 쉽습니다

[서평] 책 좋아 글쓰는 이들의 책수다 모음 <100인의 책마을>

등록|2010.09.03 13:23 수정|2010.09.03 13:34

▲ 이집 저집, 이분야 저분야 책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있다 ⓒ 리더스가이드



짧지만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책을 즐겨 읽던 시절은 극히 일부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이전에 즐겼던 독서가 학교 입학 후 교과서와 참고서로 바뀌었고 그렇게 만 12년을 보냈다. 그리고 전공서적들로 4년.

이후 퇴근 후 '한잔'이 일상화된 직장생활에서 책을 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백수가 되고나서야 비로소 책과 친해졌다.

요즘 책에 관한 온라인 활동중이다. 가입한 관련카페만 10여 군데 되고 온라인 서점마다 제공하는 블로그를 개설했다(지금은 한군데만 업데이트 중이다). 책읽기 관련카페, 온라인 서점, 블로그 등을 누비며 마음에 드는 의견에 댓글을 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내가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내 생각과 닮아있는 '독서가'들을 보면 반갑기 때문이고 대화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드물긴 하지만 글쓴이와 다른 의견을 전하고 싶어서 댓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또, 가끔은 초보(?)에게 조언하는 것도 내가 쌓은 작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제인가 모 카페에 접속해서 질문방에 들어갔더니 다음 질문에 답을 한 이가 하나도 없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으면 졸음만 쏟아집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카페에 가입하자마자 이런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질문을 했을까. 거의 비슷하지만 좀 격이 다른 질문도 있다.

"책을 부지런히 사서 열심히 읽는 편입니다. 막상 선택한 책이 잘 읽히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고 책장에서 썩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책 선택의 요령이 있다면 조언 좀……."

고민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방 한쪽을 차지하는 책장에는 읽다가 만 책, 목차만 읽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동지이자 유경험자로서 좀더 성심껏 조언을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는 과제가 아니라고.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나 관심을 가지고 흥미로워하는 주제를 택해보라고.

그리고 정성스럽게 한권을 골라 푹 빠져보면 그 책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아 책이 열릴 것이라고. 그 가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즐겁게 책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처음에 한정되어있던 분야도 점점 영역이 넓어져서 책을 고르는 것도 즐거움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결국 '조언'은 순수하고 티 없는 질문에 대한 근원적 처방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책을 즐기는 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저런 상태(?)가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즐기며 책읽기', 읽는 이의 자아 이뤄

책 읽기는 즐기는 것이 돼야 한다. 본인의 순수의지로 책을 즐겁게 읽을 때에 저자의 정보가 내 지식으로 구축될 수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서는 안된다. 즐기는 책읽기는 읽는 이의 자아를 이루어간다. 한 권, 또 한 권 수백 권, 수천 권의 책 중에 단 몇 권으로 꼽히는 책들이 오늘의 나를 말할 수 있게 된다.

<100인의 책마을>은 '유쾌한 책읽기'의 이야기 모음이다. '이런 책읽기는 어때?'하고 내 놓은 제안서 느낌도 난다. 그의 삶을 엿볼수 있는 창 같기도 하다. 오늘의 책문화를 받치고 있는 힘을 가장 적절하게 풀어낸 책이라 생각된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참여한 책읽기에 관한 조언. 조언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강연이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 녹아있는 책들을 가볍고 즐겁게 툭툭 던져 놓는다. 읽는 이의 마음은 가볍고 경쾌하다. 각 분야로 나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이웃,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편안하게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동시에 왜 읽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과 함께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답도 들려준다. <100인의 책마을>이 가지는 강점은 편안함이다. 무겁고 현학적인 전문가들의 일부가 공유하는 죽은 정보가 아니라 살아있는 경험과 지식이다. 그들의 삶과 관계를 진하게 맺고 있는 책 이야기다. 오늘날 한국 출판문화의 새로움을 알리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출판문화는 독자중심에 있다. 소설의 경우 온라인 연재를 하고 온라인 독자의 반응이 좋으면 바로 출판한다. 많은 수의 조회로 이미 읽었던 독자들은 종이매체의 매력을 버리지 않는다. 출판과 함께 구매하는 독자들의 일부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서 글을 읽은 이들이다. 팬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의 작가는 과거 전례가 없는 어마어마한 선인세를 부담하고서라도 출간한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유통의 일부는 독자가 부담한다. 이미 읽고 리뷰한 이들의 블로그에 붙은 배너를 통해서 구매한다. 이때 리뷰는 어떤 마케팅보다 위력적이다. 남의 경험을 나도 경험해보고자 하는 충동을 출판사와 온라인서점 모두가 이용한다. 그래서 과거 일부 문학인들에게 돌리던 책들이 이젠 대부분 열성 독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들이 읽고 쓴 글들이 책에 관한 정보에 올라가고 이를 본 독자들이 구매단추를 누르기 때문이다.

'리더스 가이드'가 리뷰어들을 모아 직접 만든 책은 공모나 심사를 통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서평쟁이들의 흥겨움, 즐거움이다. 다소 어색하고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못한 문장들도 그런 이유로 흔하지 않은 '날것'에 대한 유쾌한 경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100인의책마을/ 김보일,김용찬 외/ 리더스가이드/ 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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