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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1일 유정 선생 추모제가 열립니다

조동호 선생 56주기 추모제전, 서대문형무소 내 독립관서 거행

등록|2010.09.04 13:52 수정|2010.09.04 13:52

▲ 유정 조동호 선생 56주기 추모제전 및 학술포럼이 2010년 9월 11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공원 내 독립관에서 거행됩니다. 그 행사를 알리는 초청장 사진입니다. ⓒ 이명재



초청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우편으로 보내왔습니다. '유정 조동호 선생 기념사업회'에서 온 것입니다. 수신인에는 제 주소와 우편번호 그리고 교회 이름 밑에 '이명재 이사님 귀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신을 돌보지 않으시며 또 가정조차 돌볼 여유도 갖지 못하고 풍찬노숙하며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신 독립운동가들, 그들 중 한 분인 유정 선생이십니다. 한 일 없는 제가 유정 선생의 기념사업회에 이사를 맡을 자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직함을 받고 이름을 올려놓은 지 6년째입니다. 매년 9월 11일에 봉행되는 유정 추모제전에 참석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송구스런 마음에서 유정 선생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만 하면 할수록 독립운동가로서의 유정 선생이 더욱 선명하게 클로즈업되고 있습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캐어낼수록 감추인 보화가 빛을 발하듯 진면목이 드러나는 분이 유정 선생입니다.

매년 거행되는 유정 선생의 추모제전은 모범적인 기념행사로 꼽힙니다. 그 공의 대부분은 이현희 회장님과 조윤구 상임이사님에게도 돌려져야 할 것입니다. 조윤구 선생은 유정의 맏아들입니다. 중증 장애의 몸을 가지고 추모제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은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조 선생님은 당과 혈압을 안고 사는 분으로 서지도 못하고 심지어 앉지도 못하는, 그래서 순전히 누운 상태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하니 그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식순을 보니 많은 분들이 참석하는군요. 그 중 추모사를 해 주실 분들은 새로운 분들로 정해져 있습니다. 동국대학병원 병원장을 지내신 김종설 박사님은 과거 유정 선생과 함께 생활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의 추모사는 아주 생생한 회고가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또 한분 박성수 교수님은 제가 알기로는 독립운동사를 연구해서 학계에 초석을 놓은 학자 중 한 분입니다. 저도 대학시절 그의 책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창작과비평자)를 탐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이 책은 판매금지된 도서여서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도 순서의 하나를 맡게 되어 있습니다. 기도 순서자로 초청장에 인쇄되어 있군요. 이미 참석할 사람이니까 저는 뻬고 다른 훌륭한 목사님을 기도 순서자로 알아보시라며 극구 사양했는데도 실무 총책 조윤구 선생은 요지부동입니다. 우리 사업회 이사 중에 목사님이 계신데, 왜 다른 분에게 기도를 맡기냐는 것입니다.

2부로 학술포럼이 계획되어 있는 것도 관심을 갖게 합니다. 추모제전으로만 행사를 채운다면 고정되어 있는 유정 선생을 기리는 데 그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매년 유정 선생의 활동을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그것을 대중 앞에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유정 선생을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활동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해를 거듭할수록 유정 선생을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게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는 홍윤정 박사가 '한.중 호조사(韓中 互助社)와 유정 조동호'를 발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어 기념사업회 회장이자 독립운동 연구의 권위자이신 이현희 박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유정 조동호'라는 주제로 발표를 합니다. 매년 한 가지씩 주제를 연구 발표하고 이것이 쌓여 간다면 멀지 않아 유정 선생이 역사에 정장을 입고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나실 것입니다.

유정 조동호 선생은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해방 정국에서도 가만히 계시지 않았습니다. 몽양 여운형 선생과 함께 조선건국준비위원회(건준) 조직 선전부장을 맡아 조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신 분입니다. 공교롭게도 이것이 올가미가 되어 남한 정부로부터 좌익으로 몰려 독립운동가로서의 예우를 제대로 받지 못해왔습니다. 다행히 노무현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월 1일 유족들의 노력과 연구 결과의 방증으로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고 지금은 대전 국립 현충원에 모셔져 있습니다.

9월 11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개인적 혹은 가족 단위로 시간을 즐기기 좋은 때입니다. 저는 개인도 전체 속에서 빛을 발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오후 3시30분 서대문형무소 역사공원 내 독립관에서 봉행되는 추모제전에 참여하는 일은 전체 속에 나를 위치지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서 갖은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민족 독립의 일념으로 투쟁한 한 독립운동가를 만나고 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추모제전 준비에 수고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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