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애플-구글TV 공세에 "뭉쳐야 산다"
"스마트TV도 스마트폰 꼴 날라"... 국내 가전업계 '위기감'
▲ 스마트TV 관련 산학연관 모임인 '스마트TV포럼' 창립 총회가 삼성전자, LG전자, KT 등이 참석한 가운데 7일 아침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다. ⓒ 김시연
"스마트TV는 혼자선 안 된다."
세계 TV 시장을 장악한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체가 정부와 연구소, 통신사, 방송사 등 관련 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이 스마트TV 시장까지 넘보자 이번엔 스마트폰 '악몽'을 재현하지 않겠다며 뭉친 것이다.
스마트TV포럼 통해 산-학-연-관 '협력' 모색
스마트TV 관련 산학연관 모임인 '스마트TV포럼'은 7일 아침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윤부근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을 초대 의장으로 선출했다. 스마트TV포럼에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KT, LGU+, SK브로드밴드 등 통신사업자, ETRI, KETI 등 연구소, NHN, KBS 등 콘텐츠업체 등 2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회장 서유열 KT 사장)가 실무를 맡는다.
지난달 31일(아래 현지시각)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TV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자 설명회'에 이어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 'IFA2010'에 참석하는 등 바쁜 해외 일정을 소화한 윤부근 사장은 이날 스마트TV포럼 창립식에 맞춰 귀국했다.
윤 사장은 "독일 IFA2010 전시회를 계기로 스마트TV가 수년간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며 전 세계 업계가 무차별 경쟁에 돌입했다"면서 "포럼을 통해 콘텐츠, 통신사, 가전사,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환경을 만들어 스마트TV 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애플-구글TV 출시 앞두고 전 세계 가전시장 '전운'
▲ 삼성전자 서초 사옥 딜라이트에 전시된 삼성 스마트TV ⓒ 김시연
스마트TV란 인터넷에 연결해 웹 검색, 앱 스토어, 게임, SNS 등 기존 PC 기능을 수행하면서 방송 시청도 할 수 있는 차세대 TV다. 단순히 인터넷과 연결돼 VOD 서비스를 제공해온 IPTV 같은 '인터넷TV'보다 PC에 더 가깝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른 디지털기기와 앱과 콘텐츠를 교류하는 '3스크린'(스마트 스크린) 기능을 갖춰 가정 내 '디지털기기 허브' 역할까지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체 플랫폼을 갖춘 '스마트TV'를 시판하고 있으며, TV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삼성 앱스'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앱 숫자가 아직 100여 개에 불과해 기존 TV의 부가 기능 정도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올 하반기 소니를 통해 미국 시장에 먼저 선보일 예정인 구글TV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탑재해 PC에 좀 더 가깝고 '안드로이드 마켓' 앱들도 뒷받침돼 벌써부터 큰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 역시 지난 1일 기존 TV에 연결해 iOS(아이폰 운영체제)의 각종 서비스와 음악,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셋톱박스인 '애플TV'를 99달러(약 12만 원)에 선보이며, 본격적인 스마트TV인 '애플iTV'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앱 숫자가 25만 개에 이르는 애플 앱스토어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아이패드 출시 몇 달 만에 1만 개가 넘는 전용 앱이 등장한 것처럼 애플이 TV용 앱 스토어를 열 경우 그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 지난 1일 선보인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 ⓒ 애플 제공
"TV도 하드웨어에서 운영체제-콘텐츠 경쟁으로 변화"
국내 가전업계 역시 스마트폰 경쟁과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최평락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 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국내 가전업계가 전 세계 디지털TV 점유율 38%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스마트TV 폭풍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라면서 "과거 하드웨어만 잘 만들면 됐지만 운영체제(OS), 콘텐츠 확보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평락 원장은 "운영체제나 서비스 플랫폼이 글로벌 기업에 열세지만 세계 최고 수준 TV 세트 경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한류 콘텐츠를 가져 업계가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 주도도 우리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만기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국장) 역시 "스마트폰 이어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세계 시장 우위를 지닌 국내 가전업계가 애플, 구글에 압도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삼성, LG, KT 등이 공동 대응해 다행"이라면서 "스마트 혁명은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기 어려워 생태계가 잘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글-애플 등 외국 업체와 맞서려면 국내 스마트TV 관련 업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첫 단추는 국내 스마트TV 사업자를 위한 독자적 OS나 플랫폼(미들웨어) 개발에 달려있지만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당장 삼성, LG 역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오픈 플랫폼인 '구글TV'를 만들어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는 한편 독자적 플랫폼도 개발하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구글TV OS 채택 고심... 독자 플랫폼 개발 중"
▲ 7일 아침 '스마트TV포럼' 창립 총회에서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윤부근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김시연
다만 윤부근 사장은 이날 구글TV OS 채택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검토는 하고 있지만 여러 장애 요인이 있어 어느 게 나은 방향인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방송사와 콘텐츠 사업자들이 구글이나 애플에 얼마나 협력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구글TV가 이번 베를린 전시회에서 실체를 보여주지 않은 만큼 일단 제품이 나오면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TV 독자적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모바일은 '바다'로 따로 가고 있지만 디지털 가전 전체를 아우르는 '바다'보다 한 단계 위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독자 플랫폼'에 대한 미련도 감추지 않았다.
또 삼성 앱스 경쟁력과 관련해서도 "TV와 모바일 환경은 달라 숫자 비교는 곤란하다"면서 "TV용 앱은 건전성 문제로 정제된 앱이어야 해서 앱 숫자보다 얼마나 지역화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2012년쯤 스마트TV 시장이 본격화해서 대판 붙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TV 시장에 디스플레이 변화는 있겠지만 기능 면에선 스마트TV가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모바일 기기는 수명이 짧은 데 비해 TV는 7년은 봐야 하기 때문에 '레고'처럼 새로운 게 나오면 쉽게 조립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 시판되는 삼성 3D TV는 모두 스마트TV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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