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모래사막이 있다?
영겁의 세월의 흔적, 대청도 옥죽포 모래산
▲ 대청도 옥죽포해수욕장에 있는 모래산 ⓒ 조정숙
대청도는 인천광역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에 있다. 인천연안여객버스터미널에서 쾌속선을 이용해 약 3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대청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주민은 12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의 80%가 어업이고 20%는 논농사와 밭농사를 겸하는 전형적인 어촌지역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홍어 잡이로 성황을 이루던 곳이지만 지금은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한 관관휴양지로서 변모해 가고 있다. 섬 전체가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여건과 국가안보상 전략적 요충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덜 훼손되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 옥죽포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모래산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있는 주민 ⓒ 조정숙
▲ 옥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들어서자 많은 붉은게들이 재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 조정숙
"늙은이 찍어서 뭐하게 자꾸 찍어...처자는 어디서 왔는가?"
투박한 황해도 말투지만 내심 사진 찍는 걸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훈훈하고 끈끈한 정이 묻어난다.
"뭐하시나요?"
"어... 여기 모래산이 있는데 잡초가 많이 났어. 그래서 잡초제거하기위해 온 거여. 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늙었지. 이곳을 떠난 적이 없어. 어렸을 때부터 여기 모래산을 보며 자랐지. 이곳에서 대대로 살아온 조상들이 말씀하셨는데 수십만 년 아니 수백만 년에 걸쳐 바람에 날린 모래가 작은 동산을 이루다 지금에 큰 모래산이 되었다고 하셨어. 이곳에 오면 해수욕도 즐기기만 꼭 한번은 모래산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이곳이 관광지가 될 줄은 몰랐지~ 그래서 잡초를 뽑고 있는 거여."
옥죽포해수욕장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도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한국에서 유일하게 모래산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의 길이는 1.5㎞며 폭은 50m로 된 해변으로 되어있다. 인근 해안지구는 대규모 해안사구가 발달해 생태계가 잘 유지되어 있고, 곳곳에 형성된 모래사장과 모래톱은 해안사구와 함께 특이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영겁의 세월과 함께 바다의 고운 모래가 바람에 실려 날아가 모래산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근처 포구를 산책하고 있는데 수십 마리의 붉은 게가 모래구멍사이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행한 지인들이 "어머 저 꽃게 처음 보는데 너무 예쁘다. 빨간색 물감을 들여 놓은 것 같아" 녀석들은 제 집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고 뭐가 그리 바쁜지 이집 저집을 들락거리더니 제집을 찾아 바지런히 움직인다.
▲ 농여해수욕장에 있는 기암괴석 ⓒ 조정숙
▲ 간조 때 전망대에서 바라본 농여해수욕장 ⓒ 조정숙
▲ 농여해수욕장 백사장을 걷고 있는데 부부바위라 이름 붙이고 싶은 바위가 입을 맞추고 있다. 그 곁에 아이들 바위도 있다. ⓒ 조정숙
대청도 관광은 차량 사정이 여의치 않아 트럭을 타고 하게 되었다. 비포장도로인 언덕을 덜덜거리며 달리다 보면 이리저리 엉덩이를 찧어야 하기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오르고 내려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자 농여해수욕장이 나온다.
깨끗한 해안과 간조 때 나타나는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간조가 되어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데 기암괴석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모습은 꼭 부부가 입을 맞추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곁에는 아이가 부모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나름 이 바위를 부부바위라고 이름 붙여 준다. 여름철에는 가자미 잡이가 유명하며 사시사철 낚시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대청도는 그리 넓지 않은 곳이기에 이곳저곳 한 바퀴 돌다보면 바위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탄동에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이곳의 동백나무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된 것들로, 한여름에도 숲에 들어서면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 모래울해수욕장(사탄동)에 수백년된 소나무가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 조정숙
사탄동해변(예전에는 모래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은 우거진 수백 년 된 해송과 고운 백사장이 짙고 푸른 바닷물의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해수욕장길이는 1㎞ 넓이 100m의 넓은 모래사장으로 덮여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주변 어느 곳에서 낚시를 해도 우럭, 놀래미, 농어를 잡을 수가 있는 곳이다. 전복 가리비등 각종 해산물도 풍부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나 어릴 적에는 고래가 이곳까지 떠 밀려와서 동네 사람들이 집채만 한 고래를 잡기도 했어요."
꽃게 철에는 꽃게가 많이 잡히는데 모두 인천연안부두를 통해 꽃게마니아들에게 팔린다고. 대청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순(57)씨는 말한다.
▲ 바위틈에 붙어 있는 사람 키만한 다시마를 일행이 따서 들고 있다. ⓒ 조정숙
▲ 간조 때 농여해수욕장 백사장을 걷고 있는 사람 ⓒ 조정숙
대청도는 어느 곳을 가나 곱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한적한 이름 모를 바닷가를 걷고 있는데 바다 가운데에서 농어가 뛴다. 일행 중 몇 명이 그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탄성을 지른다.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믿지 않은 표정이지만 이내 2단 뛰기를 하는 농어를 보며 철석거리는 파도소리보다 더 큰 환호성을 지른다.
근처 바위틈 사이에는 자연산 다시마가 파도에 출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 일행이 재빨리 다시마를 따서 집으로 가져가겠다며 챙긴다. 다시마가 사람 키보다 커 보인다. 다시마도 따고 농어가 2단 뛰기를 하며, 철석 이는 파도소리가 음악이 되니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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