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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뒤덮은 십자가, 대한민국은 교회 주식회사?

차주용 개인전 'The One' 리뷰

등록|2010.09.09 14:00 수정|2010.09.09 14:00

▲ The one ⓒ 차주용


▲ The one ⓒ 차주용


서양사회는 4세기에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기독교윤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 후 바티칸을 중심으로 서양인들은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대륙에 선교사를 파견하여 기독교 교리를 전파했다. 심지어는 선교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종교개혁이후에 기독교가 구교와 신교로 분리되면서도 서양의 기독교인들은 꾸준히 선교 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서양사회는 20세기 초반 이후 현대화과정을 거치면서 교회가 위축되고 교인들의 수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선교의 대상이었든 한국은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전쟁, 개발독재시대,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기독교가 세를 급격하게 확장해 서양의 기독교 국가들보다도 더 기독교적인 니라로 변모했다. 동네마다 십자가 있는 건물이 여기저기에 있고, 심지어는 같은 건물에 작은 교회가 몇 개씩 자리 잡아 있기도 하다.

한국기독교는 교파에 따라서 서양교회보다 더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경우도 많이 있다. 지나치게 기독교 근본주의적이고 성경 중심적인 모습을 보여 타종교에 배타적이다. 그래서 무신론자나 타 종교인들이 기독교인들을 경계하기도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심한 경우에 고립되어 있는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에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차주용은 도시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가 설치된 풍경을 밤에 찍었다.

▲ The one ⓒ 차주용


▲ The one ⓒ 차주용


▲ The one ⓒ 차주용


작가가 이번에 전시한 작품을 한 장 한 장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마치 한국의 도시는 교회로 포위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도시 곳곳에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 있다. 작가가 찍은 도시밤풍경사진을 보면 모든 시민들이 기교독교 교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국의 교회들은 지난 반세기 이상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교회가 전국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20세기 후반부터는 하나님의 지상 명령이라고 하는 전도를 가장 잘 실천한 교회가 한국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상징적인 모습을 작가가 시각화한 것이다.

서양사회의 문화적인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에는 다신교나 철학이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였다면 중세부터는 기독교가 지배하였다. 그 이후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벗어나면서부터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했고, 현재는 자본과 예술이 지배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현재 한국사회는 종교와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고층빌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서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상징적인 모습을 밤 시간에 찍은 것이다.

작가는 이번에 일반건물들 사이에 수 없이 세워져 있는 교회건물을 밤에 찍어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좀 더 명료하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어두컴컴한 도심의 밤에 켜서 있는 붉은 색의 십자가가 좀 더 강하게 감상자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다.

붉은 색으로 설치되어 있는 십자가의 모습이 종교적인 성스러움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주식회사 교회의 상징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로인해 좀 더 희극적인 풍경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동시대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시각화한 사진기록물이다.
덧붙이는 글 2010.9.1 _ 9.7
갤러리 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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