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보미'는 '가사도우미'가 아닙니다!
[아이돌보미서비스②] 아이돌보미의 활동범위는 '돌봄'과 관련된 행위로만 제한
▲ 아이돌보미 시스템 ⓒ 조정림
아이돌보미와 아이를 맡기는 이용자들 간에는 '서로 인격적으로 대하고 친절하며 상냥하게 대해야 한다'는 사항이 양측 서약서에 공통으로 들어있다. 이용자들은 활동하는 아이돌보미에게 '선생님'이라는 공식명칭을 써야한다.
아이돌보미제도가 처음 생긴 초기의 일부 이용자들은 아이돌보미를 도우미아줌마로 착각하기도 했다. 아이돌보미는 가사활동까지 했으면 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아이를 맡기고 나가면서 "아이가 너무 순한데 '시간이 되시면' 집 정리 좀 부탁드려요" 라고 말하는 이용자들에게 '남는 시간'이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3살 된 여자아이를 두 달 동안 돌봐 준 남혜연(39세, 2기 아이돌보미)씨가 겪은 일이다. 어느 날, 활동이 끝나기까지 20여 분을 남겨두고 이용자가 일찍 귀가했단다. 남씨는 이용자 가정이 아이돌보미 활동시간에 대한 이용금을 모두 부담하는 '다형' 상황에서 일했고, 하루 5시간씩 일주일에 5일 꾸준히 아이와 만나고 있었다. 물론 평소에 아이엄마와 관계가 좋았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용자가 저한데 활동비를 더 준다면서 센터와는 별개로 가사도 부탁하더라고요. 좋은 말로 거절했는데 표정관리하느라 혼났어요. 나를 어떻게 생각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자존심도 상했어요. 물론 이용자 사정이 있었겠지만 정말 가사가 필요했다면 가사도우미를 알아봐야 했던 거 아닌가요?"
이용자뿐 아니라 아이돌보미도 아이의 안전돌봄이 가장 우선임을 인식해야 한다. 센터에서도 이런 인식을 각인시키고 아이의 안전한 돌봄을 강조하며 '가사활동제외'를 거듭 이해시킨다.
아이돌보미와 이용자 연계, 센터 역할 중요
양육과 학습돌보미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일지를 작성한다. 아이를 돌보는 시간동안 아이의 특이사항이나 반응은 어땠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센터 홈페이지에 입력한다. 일지는 센터의 팀장과 아이돌보미의 창구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지의 기타사항을 통해 정보교환도 하며, 이것은 다음 연계시 참고 자료가 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만족'이다. 한번 이용했던 사람이 계속 연계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센터의 팀장은 이용자의 전화만 받아도 어떤 아이돌보미가 이 가정에서 활동하면 맞을지 '감'을 잡는단다.
"1기 활동이 미미했던 것과 달리 2기 선생님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편이에요. 이제 1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참 많았어요. 이용자와 아이돌보미선생님이 잘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이용자의 요구사항에 선생님들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할지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어요. 또 이용자가 2시간 서비스 신청을 해놔서 저희 돌보미선생님과 연계를 시켜드렸는데, 집에 가보니 바로 취소를 했다는 거예요. 그럴 경우 이용자에겐 벌점이 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3번 이상 서비스를 취소하면 1개월 이용을 제한합니다." (센터 팀장)
아이돌보미는 센터의 연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가정의 어린이들과 만난다. 이제 백일이 지난 갓난아기부터 기저귀를 떼며 고집이 생기는 아기, 다문화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의 유아나 어린이, 고3 수험생처럼 공부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 성품이나 교육, 재능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꼭 한 가지, 아무리 배가 부르고 노는 일이 즐거워도 해가 떨어지면 엄마를 찾는 공통점이 있다. 그 '엄마'가 아이에게 돌아오는 시간까지 아이돌보미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했던 엄마가 퇴근하면서 반갑게 아이와 만나는 장면은 집으로 돌아가는 돌보미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맡겨진 내 아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있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엄마들이 먼저 느낀다.
아이돌보미, 부모·아이 소통창구 역할도
아이돌보미들이 활동하면서 꼭 아이와 만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상행동이나 특이한 말버릇, 거친 욕을 하는 아이의 배경에는 부모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그런 부모들과 대화도 하며 부모·아이 간 소통창구 역할도 한다.
생후 8개월 된 남자 아기 성주를 일주일에 5일, 오전과 오후로 2시간과 3시간씩을 돌볼 때였다. 하루 5시간이지만 두 건으로 나뉜 터라, 나는 영주(여, 초등학교 1학년)를 오후에 볼 수 있었다. 영주는 성주의 누나였다.
아이들의 엄마는 오전에 성주를 맡기고, 취미로 주민센터에서 위탁받아 교육하는 봉제를 배우러 다녔다. 예의 바르고 깔끔해서 내가 오갈 때마다 인사를 빠트리는 때가 없었고, 집안은 언제나 반짝거렸다. 성주가 침을 흘리며 입으로 물고 빨아대는 장난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삶았다.
오후에는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아이를 맡겼는데, 그때마다 나는 성주와 영주 모두 같이 있을 때가 많았다. 성주는 서비스를 받는 아이지만, 영주는 시간과 요일에 맞춰 피아노와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학습지교사가 오면 제 방에서 수업을 받기도 했다.
40대 초반인 아이 엄마는 영주와 일곱 살 터울이 둘째를 낳고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고 했다. 영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사를 했고 바로 아이를 낳아서 이웃과 사귀기가 더 힘들었단다. 성주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새삼 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고 한다. 괜한 짜증은 영주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엄마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잠깐씩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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