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숲죽녹원 ⓒ 김강임
김장하는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뒤뜰에서 대나무 가지를 자르셨다. 그리고는 항아리에 담은 동치미와 김장김치 위에 대나무 가지를 가지런히 덮으셨다. 어머니께서는 김치나 동치미 위에 대나무 가지를 덮는 이유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다. 바람 부는 날 고향집 뒤뜰에서는 대나무 소리가 들려왔다. 이파리와 이파리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뭐랄까,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솔바람 소리 같기도 했다. 늘 잎이 푸르러 절개와 지조를 간직한 대나무, 요즘 대나무는 대잎차를 비롯해서 대통밥, 숯, 황토천연염색은 물론 대나무 숲 체험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죽녹원 입구죽녹원 ⓒ 김강임
대나무 하면 두말 할 것 없이 전라남도 담양이다.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282번지 죽녹원, 그렇게 많은 대나무와 그렇게 곧은 대나무는 처음 보았다. 16만㎡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진 대나무 동산에 오른 것은 태풍 곤파스가 북상할 즈음이었다.
삼림욕은 자주 해 보았지만 죽림욕은 난생 처음이다. 죽녹원 입구에서 대숲에 걸려 있는 신석정님의 <대숲에 서서>라는 시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성글어서 대숲이 좋더라'는 신석정님의 시처럼 죽녹원 대나무 숲에가면 '성글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다.
▲ 운수대통길죽녹원 운수대통길 ⓒ 김강임
대숲을 여는 첫 번째 트래킹 코스는 운수대통 길. '운수대통 길을 걸으면 1년 좋을 운수를 10년으로 늘린다'던데. 그래서인지 대숲에서는 산소가 뿜어 나왔다. 푸른 대숲에서 뿜어대는 음이온. 대숲 쉼터에는 향기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름드리 모아진 대나무 끝에 하늘이 가까스로 보였다.
마디마디 푸름이 젖은 대나무는 사람의 키보다 몇 배가 컸다. 100m 정도의 샛길로 접어드니 흙길이다. 오솔길 같은 대숲의 온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밖의 기온보다 4-7도 정도가 낮았다. 때문에 남녀노소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샛길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 사랑이 변치 않는길죽녹원 ⓒ 김강임
▲ 대숲죽녹원 ⓒ 김강임
정갈하게 다듬어진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을 걸어 보았다. 연인들의 달콤한 데이트코스라 할까. 떨어진 대나무 이파리가 숲을 만들어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었다. 쭉쭉 뻗은 왕대를 감상하노라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맑게 해주고, 저항력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를 인체에 유익하게 함은 물론 공기 정화력과 살균력이 뛰어나다'는 대숲. 그것은 대나무에서 음이온이 발생하기 때문이라 한다.
▲ 추억의 샛길죽녹원 ⓒ 김강임
▲ 대숲죽녹원 ⓒ 김강임
▲ 대숲죽녹원 ⓒ 김강임
대나무 뿌리가 듬성듬성 뻗어 있는 '추억의 샛길'은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고향길이다. 조금은 울퉁불퉁해서 시골길 같은 길을 미로 찾기 하듯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구부러진 길을 걷게 된다. 대숲의 알몸을 실컷 훔쳐보는 트래킹 코스다. 신발을 벗고 걸으면 건강에 좋다는 '죽마고우 길'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맨발로 '죽마고우 길'에서 추억을 쌓았다.
▲ 죽마고우길죽녹원 ⓒ 김강임
▲ 죽마고우길죽녹원 ⓒ 김강임
죽녹원 2.2㎞ 트래킹, 대나무에서 내품는 음이온과 엄청난 산소를 마셨기 때문일까. 내 심신은 그야말로 알파상태였다. 나는 그때서야 어머니께서 담가주신 동치미와 김장김치가 왜 시원하고 맛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2010년 8월 28일 다녀온 담양 죽녹원 기행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