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린 11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당 대표 및 최고의원 후보 9명이 함께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뉴시스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의 당권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11일 오후 치러진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강기정 의원이 비주류 연합 후보인 김재균 의원에게 지고 만 것이다.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대의원 투표로 치러진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김 의원은 전체 유효투표수 442표 중 247표를, 강 의원은 195표를 얻었다. 표 차이는 52표.
광주시당위원장 선거는 오는 10월 3일 치러질 예정인 당 대표 선거의 축소판으로 대의원들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였다. '광주'라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주류 측과 비주류 측 모두 사활을 걸었던 광주시당위원장 선거. 주류 측인 정 전 대표는 핵심측근을 내세워 '올인'했고, 비주류 측은 '연합 전술'로 맞섰다.
정 전 대표의 강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형성될 수 있는 대세론을 초반에 저지하기 위해 박주선-손학규-정동영 등 비주류 연합군이 형성됐고, 이 연합군이 정 전 대표의 조직력을 붕괴시킨 것이다.
특히 정 전 대표는 강 의원의 패배로 당권 도전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측근인 강 의원을 광주시당위원장에 출마시켜 튼튼한 조직력을 확인하고, 초반 여세를 몰아 대세론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뜻하지 않은 급제동은 정 전 대표에게 풀어야할 정치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486'과 동맹관계를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풀아갈 것인가는 으뜸 문제다. 당내 비주류들은 정 전 대표가 486들과 함께 공천 등 당 운영에서 자신들을 배척하고 소외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의원이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진 이유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주류 측이 공천 전횡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하지만 역으로 정 전 대표에겐 절호의 기회도 함께 찾아 왔다. 그동안 자신해오던 두루에 걸친 탄탄한 조직력에 틈새는 없었고 과대포장은 없었는지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가 빈틈을 찾아내 막고, 과대포장을 뜯어내 알차게 포장한다면 여전히 막강한 당권주자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 전 대표가 초반 뜻하지 않은 일격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민주당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 하나가 더 늘었다.
또한 광주시당위원장 선거결과와 함께 눈여겨볼 이는 박주선 의원이다. 비주류이면서 '호남 표'를 대표한다는 박 의원이 지닌 정치적 영향력의 실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1인 2표제로 진행될 당 대표 선거에서 누구든 호남 표를 얻기 위해서는 박 의원과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의원은 또 열린우리계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에서 민주계를 대표하며 최고위원을 지낸 바 있다. 한 민주계 당직자는 "우리에게 누가 있나, 박 의원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면서 그 이유를 묻자 "최소한 억울한 소외는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짧게 답했다. 민주계의 소외의식이 그만큼 깊다는 것이다.
박 의원에겐 호남과 민주계의 열띤 지원은 힘인 동시에 짐이다. 잘 활용하면 지렛대지만 잘 못 활용하면 함정이 되는 것이다. 다른 도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컷오프 통과한 당권 주자들의 연설대결 펼쳐져
한편, 컷오프를 통과한 민주당 당권 주자들도 광주시당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연설대결을 벌였다. 제일 먼저 연단에 선 박주선 후보는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새 인물로 민주당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천정배 후보도 "민주당은 인물·정체성·비전 등 하나부터 열까지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혁신을 주장했다.
손학규 후보는 "통합을 이끌어온 손학규가 통합정신으로 민주와 진보세력을 대통합해 정권창출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고, 정동영 후보는 "DJP연합보다 강력하고 넓은 연합으로 정권을 반드시 창출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정세균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정신을 온몸으로 계승하고 실천한 정세균이 당 대표 적임자"라고 주장했고, 백원우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후보는 "국민과 당원들은 평화개혁세력의 온전한 연대로 온전한 집권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조배숙 후보는 "'꼰대 민주당이 돼서는 안된다, 피부로 와 닿는 정책으로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는 "민주와 진보가 함께 정권교체하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진보이며 행동하는 양심"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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