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리먼사태 2년, 미국 경제 어디에 와 있나?

[분석]미국경제 '더블 딥'...한국 통상압력으로 나타날 것

등록|2010.09.15 11:58 수정|2010.09.15 13:00
'리먼 브라더스'라는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이 무너진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 사건은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탄이었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지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경제는 어느 위치에 서 있을까?

2008년 미국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급격히 둔화되던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대대적 재정확대 정책, 통화완화 정책으로 지표상 회복세를 보여 왔다. 특히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에 비해 미국 경제는 더욱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기부양의 효과가 시들해지고 올 4월 정부의 주택구입에 대한 세제 지원이 종료되면서 미국 경제는 다시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더블 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 기준)은 2010년 2분기 1.6%로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09년 3분기에 플러스 성장세(1.6%)로 돌아선 후 4분기 5.0%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1분기 3.7%, 2분기 1.6% 등으로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경제 어디에 와있나?

미국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이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소비회복세는 지지부진하다.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5월에는 1.0%, 6월에는 0.3% 감소하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7월에는 자동차와 휘발유의 판매신장에 힘입어 전월에 비해 0.4% 증가했지만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나머지 소매판매는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소비경기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민들의 소득 역시 늘어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개인 소득은 5월 0.3%, 6월 0.0%에 이어 7월 전월대비 0.2% 증가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게다가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하면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국민들의 소비유형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현재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5.9%를 기록 중이다. 경기침체 직전인 2007년의 1.7%에 비해 3.5배 가까이나 늘어난 상태이다. 민간부문의 부채축소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미국 가계가 이전과 같이 흥청망청 소비를 늘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소비중심의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5만 4천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며 9.6%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1%P 증가한 것으로 여전히 9% 후반대의 높은 실업률을 기록 중이다. 구직활동을 중단했거나 전업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제 근로자로 남아있는 사람들까지를 포함한 '사실상 실업률(U-6)'은 16.7%에 달하고 있다.

최근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가 조금씩 증가(7월 10만 7000명, 8월 6만 7000명)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2008~2009년 사이 약 8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민간 부문에서 매월 1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실업률을 8%대로 낮추려면 향후 3년간 매월 25만~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평균 5~6%의 성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미국이 5~6%대의 성장을 하기란 불가능 하다. 만약 미국의 예측대로 3%대의 성장을 한다 하더라도 실업률은 당분간 9%의 높은 실업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최저 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12월부터 생애 첫 주택구입자들에 대해 최대 80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면서 주택시장을 부양해 왔다. 그에 따라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세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4월 정부의 세제지원 혜택이 종료되면서 주택시장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4월의 세제혜택 종료 후 5월 전월대비 36.7% 급감(연율 26.7만 건)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에는 전월대비 12.1% 증가했지만 전월에 급감한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이지 판매 건수로 보면 역대 여전히 최악의 수준이었고, 7월에는 12.4%가 감소하며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1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기존주택 판매역시 5월 전월대비 -2.2%(연율 566만건), 6월 -7.1%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여 오다 7월에는 무려 27.2%나 급락했다. 이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거레가 감소하며 7월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대비 6% 하락하는 등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주택시장은 '더블 딥'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의 전망이 앞으로도 불투명 하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체된 모기지 연체율은 지난 2008년엔 3.3%에 불과했지만 현재 9.4%까지 치솟은 상태다(이데일리, 2010.8.17). 미국의 7월 주택 차압률은 6월 보다 9%, 전년 동월대비 6% 증가하며 8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모기지 연체율과 주택 차압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주택시장이 더욱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자산 가격 하락과 부채 상환 능력의 감소로 가계의 소비 감소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보이지 않는 대응수단

더욱 큰 문제는 향후 경기부양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0)금리가 지속 된지 오래라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국가재정 역시 비상등이 켜진지 오래다.

8월 19일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 연방정부의 2010회계연도(2009.10~2010.9)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9.1%에 달하는 1조 34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에 제시했던 1조 3680억 불에 비해 260억불 줄어든 것이지만 GDP의 9%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6월 30일 CBO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2010년 말 GDP의 65%에 달하고 2035년에는 GDP의 8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연방정부의 재정수입 가운데 3분의 1을 국채이자로 내야 함을 뜻한다(연합뉴스, 2010.7.1).

주 정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 정부의 경우 연방정부의 400억 달러 지원금을 포함하더라도 2011년 약 1,440억 달러의 예산 적자가 예상된다. 2011년에는 50개 주정부 가운데 46개 주정부에서 2012년에는 39개의 주정부에서 각각 총 1,210억 달러와 1,020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할 위기에 처해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10.8.17). 미국의 전체적인 국가부채는 6월 초 13조 508억여달러로 GDP의 89.4%에 달해 올해 안에 GDP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쓰기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비전통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써서라도 위기시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전통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중에는 달러를 찍어내는 방법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달러를 찍어내는 방법은 달러 자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중국 등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기축통화로써의 미 달러화의 지위도 위협 받을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오바마 행정부는 2차 경기부양책을 꺼내들긴 하였다. 9월 6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은 초기 자금 500억 달러를 투입해 도로 24만 1000㎞, 철도 6400㎞, 항공관제 시스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을 핵심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또한 8일에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에 10년간 1000억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총 2000억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화당은 선거용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공화당은 위험수위에 있는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민들 역시 부양책을 지지해줄지 미지수다.

정책의 실효성 역시 문제다. 8000억 달러에 달하는 1차 경기부양책에도 미국 경제는 회복을 하지 못했다. 이번의 2차 경기부양책의 액수는 1차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부양책이란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발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의 경우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소비부진으로 수요가 대폭 감소한 상태에서 설비를 늘리기 위한 세제혜택을 준다고 투자를 늘릴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과잉생산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꾸렸던 G20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G20국가들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은 미국경제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6월 26~27일 캐나다에서 열렸던 G20정상회의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G20국가의 공조체제는 균열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논의되던 국제공조 이슈들은 개별국가들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출구전략'을 개별국가들의 처지에 맞게 시행하기로 한 것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금융통제 방안에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중심적으로 논의되어오던 은행세는 11월 서울회의에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위기의 주범인 투기자본과 대형은행들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했다.

특히 추가적인 경기 부양과 관련해서는 각 국가 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스 등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지역에서는 재정긴축을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더블 딥' 우려에 빠져있는 미국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위기 초기에는 모두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부양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조금씩 각 국가들의 사정이 달라지면서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더블 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전처럼 G20 국가들의 재정확대에 기반해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의 근원적 문제

이번 위기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되어 왔던 '글로벌 불균형'등의 문제들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는 한편에 대규모 흑자를 보는 국가와 다른 한편에 대규모 적자를 보는 국가(미국)가 존재해 왔다. 거대한 소비시장인 미국에 상품을 팔아 대규모 흑자를 보는 국가들의 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유입(안전자산인 달러자산에 대한 투자)되었고,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미국에서는 소비와 차입이 늘어나며 미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고 주택시장 등에서 거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안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이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가치를 올리지 않으므로 인해 중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자국에 커다란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을 향해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위안화 환율을 '1달러=6.83위안'으로 고정시켜오다 6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며 위안화 절상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와는 달리 그 폭이 상당히 미미하다.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위안화는 9월 13일까지 1.17% 절상되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글로벌 불균형 조정에 필요한 위안화의 절상폭을 40%정도로 추정하고 있다(한국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불균형 조정에 관한 논의동향과 시사점', 2010.7). 그에 비하면 지금의 위안화 절상폭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중국은 6월부터 3개월 연속 2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수출에 의존하여 성장해온 나라들의 내수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국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오던 나라들이 경제체질을 바꾸겠다고 나설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하(고환율)해 수출을 늘려보려는 환율 전쟁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금융주도 경제성장의 한계를 경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소비의 핵심인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친환경 산업'에서 이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사업이라는 것이 시장을 형성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기술 수준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미국경제의 성장세는 다시 둔화될 것이며, 그것이 경제학적 정의에 따라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을 보이다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더블 딥'이냐 아니냐의 논란을 떠나 미국경제는 침체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할 '마법의 탄환'은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거세질 미국의 통상압력

이러한 미국경제의 침체는 한국에 있어서는 통상압력 강화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5년내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달성 불가능한 수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적극적인 수출확대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FTA 역시 이러한 미국 정책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 부담을 다른 국가들에 전가하려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한국경제를 놓고 봤을 때 우려를 낳게 한다. 최근 정부는 이란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안을 마련했다.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대미 편중외교의 결과다. 미국의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통상압력을 강화해 갈 것이고,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미국 쪽만을 바라보고 있다가는 한국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