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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MB 정부, 국민투표로 4대강 사업 결정하자"

언론·정치·종교·시민사회단체 한목소리로 "국민투표"

등록|2010.09.16 13:57 수정|2010.09.16 13:57

▲ 정계와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측의 움직임이 바쁘다. '살아 있는 4대강' 국민답사를 추진하더니 이제는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학계, 정계, 종교계도 나서 140명의 국민투표 제안단을 꾸렸다.

국민투표를 촉구하며 이름을 건 서명자들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공사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대한 중대한 사안이기에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라며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이부영 전 국회의원, 문국현 사람과희망정책연구소 대표, 김병상 신부 등 23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민투표 촉구 서명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부와 여야 정당,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는 '4대강 사업 국민투표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국민투표 제반 업무를 협의·추진하고 이 모든 것은 2010년 12월 31일 이전에 끝내자"고 제안했다.

언론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은 "국민의 60% 이상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현실인데도 정부가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인 민주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주권재민의 원리에 의해서 국민의 의사를 정식으로 묻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임 전 부사장은 "국민투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 임기 동안에 국정 수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헌정상 처음 있는 투표일지 모르겠지만 꼭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 발언자로는 이부영 전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전 의원은 "일부 여론에서 오도하듯 4대강 문제를 걱정하는 종교계, 시민사회가 환경근본주의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오염이 심각한 수역이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 한해서는 민관이 함께 조사해서 합의된 곳은 공사를 하자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일체 답변 없이 공사를 강행해왔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측은 합의의 여지를 열어 놓고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정부가 독단적으로 공사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투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 수행 어려워질 것"


종교계도 나섰다. 김병상 신부는 "4대강 사업은 국토의 기반을 뒤엎는 공사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생존에 관한 사업"이라며 "이 땅의 국민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길을 갈 수 있도록 4대강 사업이 새롭게 변화되고 자연 친화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발언한 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은 "상식적으로 투표는 정상적인 소통이나 협의나 대화가 더 이상 어려운 시점에서 시행하게 되는데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까지 왔다는 것은 현재 소통이 지연되고 단절됨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단절의 결과는 상당히 불행하게 이어져온 것을 역사 속에서 배워왔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가톨릭 사제단이나 온몸을 던진 스님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또는 이런 사업에 무지하기 때문에 이견을 제시한 게 아니다"라며 "그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 대화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대화에서 막막함을 느낀 국민이 국민투표를 들고 나선 것 자체에 대해서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학영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국민투표는 찬성과 반대가 있으니 다른 사람 주장도 어떻게 나오는지 다뤄보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젠 찬반을 떠나 국민 투표를 받아들여서 국민들이 갈등 속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의 대표자로는 운하반대 교수모임 최영찬 교수가 나섰다. 최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법 등 많은 법을 위반하고 있고, 재정적으로도 적자가 나는 사업이며, 해외 하천 전문가인 독일의 헨리히프라이제(Henrichfreise) 박사가 판단했을 때에도 당장 중단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미래를 해치는 사업"이라며 "4대강 국민투표를 통해서 미래 세대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3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해 레이첼 카슨홀을 가득 채웠다. 연세 지긋한 원로들이 다수 참석해 시민사회단체들의 젊은 활동가들은 회견장 무대에 앉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이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4대강 국민투표로 결정합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저마다 들고 "4대강 사업 국민투표 시행하라"고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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