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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덜컥수" 발언 원희룡, 야당에 '뭇매'

민주당 "개혁적? 권력 하수인, 수구 보수" 맹공... 당·청-야당 충돌 확산

등록|2010.09.16 16:14 수정|2010.09.16 16:14

▲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 권우성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비공개 제안' 발언이 정부-여당과 제1야당의 충돌로 확전되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뜻하지 않은 '역공' 탓이다.

16일 민주당은 "대기업에서 1억원 받고 휠체어 타고 다니던 사람", "손바람 내다가 덜컥수를 둘 수 있다"(15일 기자간담회)는 등 원색적인 발언으로 박 대표를 비난한 원 사무총장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적'으로 평가 받아온 원 사무총장의 과거도 싸잡아 비난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원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대통령이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사무총장이 된 뒤 지난 8월 6일에는 '수술 도중에 멈추면 사람이 죽는다, 무책임한 일'이라며 4대강 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돌변했다"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일을 화풀이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조영택 대변인도 "원 사무총장의 행위는 제1야당 대표에게 무례를 범한 것"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는 또 "대통령 활동에 대해 금도 운운하는 것은 과거 전제군주,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던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원 사무총장의 '박지원 때리기'를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이뤄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대변인에 더해 여당의 사무총장까지 나서 야당 대표를 공격하는데는 '작심한' 청와대의 불쾌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대표의 발언이 보도된 뒤 열린 이명박 대통령 주재 청와대 회의(15일)에서는 "박 대표가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하는데, 한나라당은 왜 제대로 대응을 못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런 청와대의 기류가 여당에 전달됐고, 결국 원 사무총장이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원 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기 직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박지원 대표에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안의 비중을 감안해 당 지도부 중 한 사람이 '총대'를 메기로 했고, 등 떠밀린 '선수'가 원 사무총장이었다.

등 떠밀려 나선 원희룡, "개혁 탈을 쓴 구태 정치인" 비난 자초

여야 양쪽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보수로 평가 받던 원 사무총장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데 대해 민주당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사무총장이 진정 개혁 정치인이라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그 자리를 변하게 해야 한다, 그게 개혁"이라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변하면 진정한 개혁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원 사무총장은 개혁의 탈을 쓴 구태 정치인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그는 "여당과 청와대 대변인을 총동원한 것도 부족해 개혁 소장파 사무총장까지 동원한 것을 보면, 참 곤궁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조영택 대변인도 "한나라당 내에서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평가 받아온 인사마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개혁의 가면을 쓴 수구 보수의 실상을 보는 듯하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 사무총장이 정치인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여당 의원들은 뒷조사해서 입막음하고 '덜컥수'로 잡아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을 대변하는 민주당은 절대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관련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박지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표에 이어 발언에 나선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야당 대표의 입을 막고 공갈협박하는 게 청와대의 신(新) 공정 기준인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는 야당 대표의 발언에 발끈할 게 아니라, 낙지머리 중금속 혼란이나 책임 있게 결론 내 추석 때 걱정없이 먹을 수 있게 하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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