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적임자"-"대입 치렀어도 대학원 무시험 입학 안 돼"
김황식 총리 후보, 정치권 큰 반대 없는 가운데 민노당 "꼭두각시 총리 전락할 것"
▲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16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는 16일 "총리로 정식 임명되면 이명박 대통령을 잘 보좌해 부강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의 국무총리 인선 발표 뒤 감사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각오를 밝힌 김 후보자는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하면서 국리민복과 나라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낙마한 김태호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많은 메시지를 쏟아냈던 것과 반대로 김황식 후보자는 말을 아꼈다. 이날 청와대의 정식 발표 이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아직 (후보자 지명) 통보를 못 받았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한 김 후보자는 청와대의 발표 뒤에도 "청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차후 여러분과 만나 더 상세한 말을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청와대 인선 발표에서 "김 후보자가 그동안 군 면제 경력 등으로 인해 정부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 수 있고 감사원장 직위를 도중에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 많은 부담을 느껴 수차례 총리직 제의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직접 김 후보자 설득에 나서 후보자로 확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임 실장의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 "고사한 적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분이 맡았으면 하는 충정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의 설명은 2006년 미국 대학원 유학 중이었던 자녀의 교육비를 불법으로 소득공제 받은 부분은 추후 반납해서 시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군대에 안 간 것이 아니라, 김 후보자 양눈의 굴절각도가 5디옵터 이상 차이가 나 당시 병역처분 기준에 따라 군대에 갈 수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임 실장은 "개선된 절차에 따라 200개 자기검증서를 체크하고 질적 검증과 내부 사전 면접을 모두 거친 뒤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제기됐던 세금 탈루 부분은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누이들로부터 2억원을 빌렸지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는 사실상의 증여에 해당되며, 이럴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 김 후보자는 빌린 2억원 중 현재까지 1억원을 갚았고, 나머지 1억원은 갚지 못한 상태다.
여당 "공정사회 구현 적임자" - 야당 "철저 검증"
김 원장의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 여당은 환영 의사를 밝혔고, 야권에서도 반대의견을 내기보다는 철저한 검증 의지를 밝히는 정도다.
국무총리 후보자 발표가 나오자 한나라당은 즉각 환영했다.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법조계의 높은 신망을 받아온 경륜 있고 도덕성을 겸비한 분이 총리 후보자가 됐다"며 "공정사회 구현의 적임자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2008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도 무난히 통과한 도덕성을 갖췄고, 호남 출신으로 지역 화합에도 도움이 될 분으로 지장·덕장·용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호평했다.
배 대변인은 "야당도 국정 동반자로서 후보자의 도덕성,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검토하되 인신공격성 흠집잡기는 자제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영택 민주당 대변인은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지역 편중 인사와 지역 간 불균형 인사 해소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주요 공직을 거치며 상당한 검증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내각 인사들처럼 대통령에 대한 '예스맨'이 아닌, 헌법상 내각통할자로서 책임 있는 국정수행을 할 것인가에 이번 인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논평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인사는 지역 안배와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총리직에 맞는 도덕성과 직무수행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감사 발표 늑장, 역대 최악의 꼭두각시 총리 전락할 것"
이와 달리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청문회 통과 자신감'에 대해 "착각"이라며 "대입시험을 치렀다고 대학원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우 대변인은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 기능을 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며 감사원이 4대강 감사결과를 국정감사 이후로 늦추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감사원은 4대강 감사를 직무유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김황식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된다면, 청와대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역대 최악의 꼭두각시 총리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혹평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진보신당은 한 번의 총리 후보 낙마 이후 새롭게 내정된 만큼 더욱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적합성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며 "2008년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제기된 병역기피, 세금 탈루 등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한 재규명과 함께 김 지명자의 업무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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