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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김황식 "총리 안간다"... 말바꾸기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땐 "흔들리지 않겠다"... 대통령 설득에 소신 접어

등록|2010.09.16 18:21 수정|2010.09.16 18:32

▲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16일 국회 예결위에서 총리 내정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황식(62) 감사원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총리로 안 간다"고 말해 말바꾸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지난 2008년 9월 2일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총리로 지명되면 가겠느냐"는 질문을 두 차례나 받고 "가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당시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만 직무에 있어서는 독립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감사원이 존립할 필요가 없다, 김 (감사원장) 후보자의 소신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막말로 총리를 제안 받았다고 한다면 안 간다, 감사원장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감사원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대법원하고 똑같다"면서 "(감사원장은) 대법관직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법관으로서, 만약 감사원장이 아니라 총리 제안을 받았다면 안 갔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날 김 후보자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더 강한 어조로 '총리로 가지 않겠다'는 요지의 답을 했다.

그는 백 의원이 "감사원장보다 더 높은 행정부의 직위, 총리나 대법원장이 있는데, 대통령이 그런 곳에 임명하면 (감사원장) 임기를 단축시킬 의향이 있느냐,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자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16일 청와대의 총리 지명 발표가 난 직후 감사원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하겠다"고 수락했다.

물론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 직위 사퇴가 부담스러워 수 차례 고사했다"(임태희 실장)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득하면서, '흔들리지 않을' 소신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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