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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는 이건희 "위에서 30년간 상생 밀었는데..."

17일 출국, 전경련 회장직도 고사... "내년 삼성도 쉽지 않을 것"

등록|2010.09.17 16:03 수정|2010.09.17 16:06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을) 과거 30년 동안 위에서는 쭉 해왔는데, 잘 안됐다. 문제는 아래에서 피부로 못 느끼는 것 같다."

17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열리는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출국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대중소기업 상생과 향후 경기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의 '중소기업과 상생 워크숍'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사장단에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30년간 (삼성 협력업체들과 상생을) 쭉 해왔기 때문에 사장단에서 잘 알고 있다"면서 "문제는 부장, 과장, 대리급들이 아직 피부로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위에서 (상생협력을) 밀어서 해왔는데 잘 안되더라"면서 "(부하직원들은) 개인 성적 때문에 조금 안 맞는 게 있고 (상생 의지가) 밑에까지 다 가야 협력이 된다"고 말했다.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등 어려울 수도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유성호


이 회장은 내년 반도체 경기전망 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다. '내년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경기전망이 밝지 않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확실히 모르지만 조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경쟁력은 있지만, (내년에) 어려울 가능성은 있지 않겠느냐"고 이 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공석 상태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수락 문제에 대해서도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일이 하도 많아서, 건강도 별로 안 좋고…"라며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항에는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와 함께 삼성 고위사장단 인사들도 대거 나왔다. 최근 사면복권된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 등이 모습을 비쳤다.

한편, 이 회장은 오는 20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와세다대는 최근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1965년 이곳 상학부를 졸업했다. 상학부는 현재의 경영학부와 비슷하다.

이 회장, 20일 와세다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 받는다

이 회장은 이날 학위를 받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저야 영광이죠"라며 "1960년대 초에 학교를 다녔으니…"라고 짧게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와세다대학 쪽에서 몇 차례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었다"면서 "(이 회장께서) 고사를 하시다가 이번에 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0년 서울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2005년 고려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때는 일부 학생 등이 학위 수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었다.

이 회장이 해외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것은 와세다대학이 처음이다. 이번 수여식에는 홍라희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이 이 회장과 함께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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