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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현장 조사 나온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었는데..."

환노위 의원들이 방문한 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표정

등록|2010.09.19 09:34 수정|2010.09.19 09:34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국회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파헤치러 온다고 하여 관심이 생겼습니다. ⓒ 변창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소식지에 불법파견 관련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그 내용을 보니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이 현장조사차 방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경(민주당) 의원, 홍희덕(민주노동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이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환경노동위 국회의원이 왜 전격적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현장조사차 방문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지난번 강화도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모임이 있었을 때 기자 수첩을 몇 개 얻은 게 떠올랐습니다. 취재할 때마다 요긴하게 쓰고 있는데 이번에도 한 번 활용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수첩과 사진기를 챙겨 가지고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갔습니다. 사실 속으로 '안 들여보내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주 내내 점심시간에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해 왔었습니다. 그런 이유를 들어 사측에서 출입 거부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고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노조 소식지엔 오늘(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 조사가 진행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오전 9시 30분에 현대자동차 정문에 도착하여 고객 안내실로 들어가 출입 상담을 받았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수첩을 내밀며 안내원에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데요. 오늘 국회 조사단이 와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요. 취재를 좀 하고 싶어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출입이 가능합니까?"

안내원이 말했습니다.

"노조에 누구 아는 분 계세요? 노조에서 방문 허락이 떨어져야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안내원은 노조 전화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고객 안내실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분을 밝히고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통화 후 10분 정도 흘렀습니다. 노조로부터 출입이 허가되었다며 출입 절차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출입 허가 문서에 간단히 기록을 하고 신분증을 주었습니다. 안내원은 저에게 방문증을 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달고 현대자동차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취재 열기여러 방송사에서 나와 현대차 불법파견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의 방문 모습을 담으려 하였다. ⓒ 변창기


정문을 통과하여 현대자동차 노조 대회의실로 가보니 이미 많은 언론사에서 와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미리 와 있던 다른 언론사 분에게 진행 상황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인원이 다 차면 간담회를 먼저 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하고 그 후에 현장 방문에 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 와서 대기 중인데 서울에서 오는 국회의원이 늦어 진행이 다소 늦었습니다.

환경노동위 국회의원, 현자 노조, 시민단체 대표가 다 모였고 행사는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현대차 노조 대표가 진행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홍희덕 의원님의 주선으로 이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부터 현자 노조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노조 입장은 그렇습니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해 일부 승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기자들에게는 나누어 주지 않고 국회의원과 지역 단체 대표와 노조간부에게만 나누어준 복사 용지를 보며 그는 다시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비정규직 현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2년 이상이 4230명으로서 전체 51.67%를 차지하고 2년 이하는 3957명(48.33%)으로 모두 818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복사 용지로 나누어 준 내용엔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으나 여기선 전체 상황만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자 노조 대표가 계속 말했습니다.

현자 노조현자 노조 대표가 불법파견 관련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간에 있는, 안경을 낀 사람이 현자 노조 이경훈 대표다. ⓒ 변창기


"우리 현자 지부는 그동안 처우개선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처우문제가 열악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처우개선 문제에 역점을 두어 왔는데 7월 22일 대법원에서 이렇게 판결이 나올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현자 지부 대표는 2공장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도 했으며, "일부 승소 판결이 난 불법파견 문제가 고법에서 완전히 판결 날 때까지는 6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면서 기다릴 사안이 아니므로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차원에서 9월 28일 요구안 발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자 노조 대표가 상황 설명을 다 하자 참석한 국회의원이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금속노조 차원에서, 정규직 노조 차원에서 이번 불법파견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정치권은 제도를 바꾸어 비정규직 확대를 막는 역할을 하고 노조는 특별교섭을 통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에 현자 노조 대표는 "2년 이상과 이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규직, 비정규직 정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이번 대법 판결로 노동계 당사자는 굉장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며 파기환송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하였습니다.

국회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능하면 금속노조, 현자 노조와 논의해서 정몽구 회장을 불러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현자 노조에 부탁하는 말을 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해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어찌 현장을 한번도 확인 안 하고 논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오늘 현장을 한번 답사해 보려고 온 것입니다. 현자노조에서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현자 노조 대표는 "현장 방문은 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언급한 후 "그래도 굳이 방문하겠다면 제가 안내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대표는 이어 "이번 국감에 가능하다면 우리 지부와 비정규직 지회를 증인으로 세워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강조하면서 말했습니다.

"현장 방문차 오신 국회의원들에게 현장 방문은 좀 재고해 달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승수 국회의원 발언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조승수 의원이 현대차 불법파견 관련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변창기


현자 노조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국회의원이 말했습니다.

"그동안 노동환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갑자기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아직 일부 다툼이 남아 있으나 대법원에서 판결 받은 것은 주목받는 상황입니다. 이런 권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포함한 것인데, 여기 와보고 생각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와 연구를 더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울산에 간다고 하니까 경총에서 노동자를 선동하러 간다면서 부당하고 불손한 성명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에서 비정규직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규직 노조가 나서야 합니다. 정규직-비정규직 입장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가입률을 높여서 공존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까?"

현자 노조 대표는 국회의원의 이야기가 끝나자 말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작업을 하고 있고 신분 차별에 대한 사회 구조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의원님들은 작업장 갔다가 가버리시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저희들에겐 그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현장 노동자와 대화나 악수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하는데 누가 와서 악수를 청하면 현장 노동자들이 짜증을 낼 수 있습니다. 노조는 신분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예로 작업 조끼도 같은 것을 지급합니다. 작업복 벗고 일하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국회의원은 1공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의견을 냈으나 현자노조 대표는 3공장에 가보자고 맞섰습니다. 이야기가 맞서자 현자 노조 대표는 "내부 이야기를 해야 하니 기자분들은 나가 달라"고 말해서 기자는 모두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전 10시 40분경부터 진행된 대화는 낮 12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방문 계획에는 현자 노조와 간담회를 간단히 하고 나서 현자 노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며, 낮 12시에는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항의 집회를 하는 곳에 가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 현장 답사를 가는 것으로 진행된다고 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고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항의 집회에도 오지 않았으며 간담회 후 바로 3공장으로 현장 답사를 갔다고 합니다.

저는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항의 집회에 가보았습니다. 그 집회는 국회의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국회의원들과 만나 비정규직 현실을 전하기 위해서 계획된 중요한 집회였는데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사측 관리자로 보이는 여러 사람이 사진기를 두 대나 들고 서서 비정규직 집회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집회를 마친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국회의원이 여기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왜 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실망스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국회의원을 만나 우리 비정규직 현실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싶었는데 안타깝네요.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도 그렇고요. 1공장은 (2005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해고된 후 이번에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이끌어낸) 최병승 동지가 일했던 곳이라 상징성이 있어요. 방문처가 1공장이 아니라 3공장으로 바뀐 것도 정규직 노조에서 틀어서 그리 된 것 같네요. 불법파견 문제를 풀 마음이나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힘차게 모임을 하고 40분 후 자진 해산했습니다. 1공장 정규직 활동가가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함께 식당에 가서 점심 먹고 현대자동차 공장을 빠져나왔습니다.

1공장 집회낮 12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불법파견 관련 투쟁 집회를 하고 있었다. 현자 노조 1공장 간부가 투쟁 발언을 하고 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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