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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창설 기념일에 친일노래 불린 까닭은?

[현장] 한국광복군 창립70주년 친일&항일 시민음악회

등록|2010.09.18 11:57 수정|2010.09.18 14:14

한국광복군창립70주년 친일&항일 시민음악회17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국광복군창립70주년 친일&항일 시민음악회'에서 광주지역 음악가들로 구성된 '꿈꾸는 예술' 회원들이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다. ⓒ 김도균



친일&항일 시민음악회테너 김백호씨가 1931년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의 요청으로 작곡가 현제명이 작곡한 '희망의 나라'를 부르고 있다. ⓒ 김도균



'한국광복군' 창설 70주년을 맞은 17일 저녁,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광복군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우리 음악 현실을 고발하는 '친일&항일 시민음악회'가 열렸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단법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 22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고 '평화재향군인회'가 주관한 이날 음악회는 광주지역 음악가들로 이루어진 '꿈꾸는 예술'이 출연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이 되기까지 불렸던 가곡과 동요, 대중가요 등 20여 곡이 불려졌다.

특이한 것은 만주벌판과 중국대륙을 달리며 독립투쟁을 벌였던 광복군들이 불렀던 '최후의 결전', '독립군가', '압록강 행진곡' 등 일제에 항거한 노래뿐 아니라 홍난파, 박시춘, 임동혁 등 친일음악가들이 만든 노래와 일본식 장단과 음계를 따와 불렸던 동요들이 소개됐다.

"대륙 이만리 대양 십만리 대아세아(大亞細亞)의 대공영권(大共榮圈)의 우리 일장기 날리는 곧이 자자손손 만대의 복 누릴 국토" (홍난파 곡·이광수 작사/희망의 아츰)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 그려 넣고 성수만세(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박시춘 곡·조명암 작사/혈서지원)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학교종', '퐁당퐁당' 등의 동요는 전형적인 일본식 장단과 음계를 따온 노래로 일제 강점기부터 집요하게 반복해 불려져 지금까지도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곡 해설을 맡은 바리톤 정찬경 교수(광주대학교·꿈꾸는 예술 대표)는 "일본풍이 짙은 노래나 친일 작곡가의 노래를 아예 부르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제대로 알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특히 광복절이나 3·1절 기념식장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희망의 나라로'(현제명 곡), '선구자'(조두남 곡)가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한 대표적 친일 노래였다는 사실도 소개되었다. '희망의 나라로'는 일제가 주창했던 대동아 공영권을 염원하는 노래였으며, '선구자'도 일본의 만주국 건설을 위해 나선 사람들을 찬양했던 노래가 해방 후 가사만 바꿔 불렸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본노래의 잔재는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은 대표적 국민가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있다고 정 교수는 꼬집었다. 이 노래의 장단과 음계역시 일본 전통의 요나누키 음계를 쓰고 있다는 것.

이날 음악회에는 정 교수를 비롯해 김백호(테너), 신은정(메죠 소프라노), 이환희(소프라노), 임현진(소프라노)씨 등 성악가들과 피아니스트 이유정씨가 출연했다.

행사를 주관한 '평화재향군인회'는 "항일의지를 불태웠던 '한국광복군'을 되새기며, 친일의 잔재로 얼룩진 한국의 음악현실과 같은 우리 사회 전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이 단체의 표명렬 상임대표는 "군대의 개혁과 민주화는 '광복군 정신계승'에 있음을 지난 세월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그 시발점은 '국군의 날'을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꾸는 것과 '한국광복군 청사 복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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