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길리에 모인 사람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18일 토요일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9월 20일과 24일을 사기업의 경우 휴무하거나 공기업의 경우 연차휴가라도 낸다면 총 휴가일수가 9일이나 된다. 장시간 일에 시달리며 변변한 휴가 한 번 가져보지 못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이번 연휴는 오랜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추석을 나흘 남겨놓은 상태에서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하늘이 청명하고 드높으니 마음까지 여유롭다.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가난한 마음의 집'(가마집)에 갔다. 내가 속하고 있는 봉사단체가 가끔 일을 거들러 가는 곳이다. 율길리에는 포도밭이 많다. 오늘은 가마집에서 포도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대부분 여러 봉사단체 회원이면서 포도나무를 분양받은 사람들이다. 이날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 자신들이 분양받은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따고 즐긴다.
운길산 포도
상면과 하면 현리를 거쳐 청평에 이르는 구불구불 국도에는 '운길산 포도 5kg 2만원 4kg 4만원'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고 길가에 포도를 파는 곳이 많다. 포도뿐만이 아니라 '알밤'도 판매한다. 그런데 구불구불 국도와 별도로 넓은 4차선 직선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가을 한 철 국도변에서 포도를 파는 포도재배농민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평군과 포천군에 걸쳐 있는 운길산은 935m지만 산세가 험하고 아름다워 소금강이라 불린다. 운길산 둘레에 있는 포도는 전부 '운길산 포도'가 된다.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수확을 앞 둔 과일이 많이 떨어진 장면이 뉴스에 나온다. 그러나 많은 알이 송이를 이루고 있는 포도는 하나씩 달려있는 사과나 배와는 달리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비가 잦고 일조량이 적어 당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포도는 매우 달다. 자연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면서 만들어 낸 달콤함이다.
뿌리 채 뽑히는 가로수
포도밭을 사이사이 거느린 산들은 이제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뜨겁고 비바람이 몰아쳤던 여름을 견뎌냈다. 올 여름은 7, 8월 호우와 더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기상이변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가로수가 뿌리 채 뽑히고 전신주가 넘어져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가로수나 아파트 공원 등에 옮겨 심은 나무들과 달리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가지가 꺾일지언정 뿌리채 뽑히지는 않았다. 아무리 인공비료를 주고 주사제를 놓는다 하더라도 숨 막히는 시멘트바닥을 뚫고 마음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탓이다. 울릉도에는 수령이 2500년~4000년까지 추정되는 향나무가 있다. 그 곳 향나무는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 질긴 생명력을 가진 나무도 뿌리가 잘린 채 도시로 옮겨지면 허약해지기 마련이다. 나무가 뿌리 뽑힌 채 쓰러진 것은 곤파스 같은 태풍 때문이 아니라 돈벌이로 전락한 도시 조경사업 때문이다.
곤파스 태풍에도 끄떡없는 까치둥지
내가 사는 조그만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24년 전 이사 왔을 때 아이들이 매달리면 흔들거려 걱정했는데 지금은 5층 아파트 크기만큼 무성하게 자랐다. 그런데 나무는 봄에 새싹이 나서 자라지만 어느 가지는 죽기도 하고, 어느 가지는 끝이 말라 잎이 달리지 않는다. 이런 가지들은 여름 한 철 태풍이 지나가면 모두 떨어진다. 이번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니 느티나무 밑에 많은 가지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느티나무 위 까치둥지는 끄떡없이 버티고 있었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어진 듯이 보이는 까치집이 가로수가 뿌리 채 뽑히는 태풍을 견디어 낸 것을 보면 건축공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집을 지었기 때문 일게다. 비바람을 막아주면서도 통풍이 잘 되는 까닭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수 있다. 어설픈 인공보다 절박한 삶이 훨씬 더 강하고 생명력을 갖는 법이다. 나무는 태풍이 지나가는 자리에 꿋꿋하게 서서 열매를 맺고 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 가을 단풍을 준비한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18일 토요일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9월 20일과 24일을 사기업의 경우 휴무하거나 공기업의 경우 연차휴가라도 낸다면 총 휴가일수가 9일이나 된다. 장시간 일에 시달리며 변변한 휴가 한 번 가져보지 못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이번 연휴는 오랜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추석을 나흘 남겨놓은 상태에서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하늘이 청명하고 드높으니 마음까지 여유롭다.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가난한 마음의 집'(가마집)에 갔다. 내가 속하고 있는 봉사단체가 가끔 일을 거들러 가는 곳이다. 율길리에는 포도밭이 많다. 오늘은 가마집에서 포도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대부분 여러 봉사단체 회원이면서 포도나무를 분양받은 사람들이다. 이날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 자신들이 분양받은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따고 즐긴다.
상면과 하면 현리를 거쳐 청평에 이르는 구불구불 국도에는 '운길산 포도 5kg 2만원 4kg 4만원'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고 길가에 포도를 파는 곳이 많다. 포도뿐만이 아니라 '알밤'도 판매한다. 그런데 구불구불 국도와 별도로 넓은 4차선 직선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도로가 완공되면 가을 한 철 국도변에서 포도를 파는 포도재배농민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평군과 포천군에 걸쳐 있는 운길산은 935m지만 산세가 험하고 아름다워 소금강이라 불린다. 운길산 둘레에 있는 포도는 전부 '운길산 포도'가 된다.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수확을 앞 둔 과일이 많이 떨어진 장면이 뉴스에 나온다. 그러나 많은 알이 송이를 이루고 있는 포도는 하나씩 달려있는 사과나 배와는 달리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비가 잦고 일조량이 적어 당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포도는 매우 달다. 자연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면서 만들어 낸 달콤함이다.
뿌리 채 뽑히는 가로수
포도밭을 사이사이 거느린 산들은 이제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뜨겁고 비바람이 몰아쳤던 여름을 견뎌냈다. 올 여름은 7, 8월 호우와 더위,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기상이변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가로수가 뿌리 채 뽑히고 전신주가 넘어져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가로수나 아파트 공원 등에 옮겨 심은 나무들과 달리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가지가 꺾일지언정 뿌리채 뽑히지는 않았다. 아무리 인공비료를 주고 주사제를 놓는다 하더라도 숨 막히는 시멘트바닥을 뚫고 마음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탓이다. 울릉도에는 수령이 2500년~4000년까지 추정되는 향나무가 있다. 그 곳 향나무는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 질긴 생명력을 가진 나무도 뿌리가 잘린 채 도시로 옮겨지면 허약해지기 마련이다. 나무가 뿌리 뽑힌 채 쓰러진 것은 곤파스 같은 태풍 때문이 아니라 돈벌이로 전락한 도시 조경사업 때문이다.
곤파스 태풍에도 끄떡없는 까치둥지
내가 사는 조그만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24년 전 이사 왔을 때 아이들이 매달리면 흔들거려 걱정했는데 지금은 5층 아파트 크기만큼 무성하게 자랐다. 그런데 나무는 봄에 새싹이 나서 자라지만 어느 가지는 죽기도 하고, 어느 가지는 끝이 말라 잎이 달리지 않는다. 이런 가지들은 여름 한 철 태풍이 지나가면 모두 떨어진다. 이번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니 느티나무 밑에 많은 가지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느티나무 위 까치둥지는 끄떡없이 버티고 있었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어진 듯이 보이는 까치집이 가로수가 뿌리 채 뽑히는 태풍을 견디어 낸 것을 보면 건축공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집을 지었기 때문 일게다. 비바람을 막아주면서도 통풍이 잘 되는 까닭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수 있다. 어설픈 인공보다 절박한 삶이 훨씬 더 강하고 생명력을 갖는 법이다. 나무는 태풍이 지나가는 자리에 꿋꿋하게 서서 열매를 맺고 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 가을 단풍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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