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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다

[서평]<철학, 죽음을 말하다>를 읽고

등록|2010.09.20 10:06 수정|2010.09.20 10:06

▲ 철학, 죽음을 말하다 ⓒ 허관


계절적인 영향에서인가. 아님 내 주변의 상황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주말에 대형서점에 갔었다. 안내 데스크에 설치된 컴퓨터에 "죽음"을 입력하자 7,048개가 검색되었다. 종교는 물론이거니와 철학, 역사, 문학 등 다방면의 엄청난 책이 있었다. 아니러니 했다. 이 많은 책의 저자들 중 죽어 본 사람이 하나도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경험도 없는 이야기를 많이 써 놨을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럼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이 많은 책을 다 읽는 다는 것은 무리이고 죽음을 그래도 객관적으로 접근했을 철학 쪽에서, 그리고 쉽게 쓰여 진 책을 선택했다. "철학, 죽음을 말하다" 제목도 맘에 들었다. 인간이 말한 것이 아니라 철학이 말했다니 전혀 거짓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과 철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죽음이 없으면 삶도 없다는 것이다.

죽음이 없는 세계에 생명 또한 있을 수 없다. 죽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본문 42 쪽)

만약 죽음이란 것이 없다면, 우리는 삶을 규정할 근거를 잃게 된다. 밝은 빛 속에서만 살아온 자 밝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어둠속에서만 살아온 자 어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본문 42 쪽)

돌이켜 생각해보면 죽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면 삶의 이유라든가 목적이 명료해 진다는 의미도 된다.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 란 말도 있듯이 잘 죽는 것은 삶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죽음을 이해하고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한 죽음의 이해, 그러나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이별, 소멸 등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에 대한 생생한 나쁜 기억, 지은이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펄럭이는 만장을 앞세우고 울굿불굿한 상여는 나갔고, 그 후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산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시체를 땅속 깊이 묻었고 꼭꼭 밟아주었기 때문 들짐승 걱정이 없다고 했다. 어둠 속의 질식,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일이었다. 질식과 암흑, 부패와 소멸, 영원한 이별, 죽음은 그런 것이었다.(본문 32 쪽) 

지은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죽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래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며 삶의 아무리 불확실하다고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인데, 우리는 죽음을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일로만 여기고 있다.

그럼 이 두려운 죽음으로부터의 해방된 영원한 삶이 과연 축복일까. 삶 속에 죽음이 있다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삶과 죽음은 서로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죽음이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풍성한 아침 식사와 세상 소식을 전하는 읽을거리 등 평소에 그를 즐겁게 했던 것들을 주문하였다. 주문대로 되었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아주 행복했다. 이렇게 몇 년, 몇 십 년을 지내고 나니까 왠지 사는 것이 따분해졌다. 나중에는 단조로운 생활이 지겨워졌고, 끝내 산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된 그는 천국이 이런 곳이냐고 불평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일러 주었다.(본문 65 쪽)

삶의 한계점, 즉 죽음 속에는 시간을 내포하고 있다. 한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계가 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죽음이 없는 삶이 존재 할 수 없듯이. 그러면 어떻게 죽어야 잘 죽었다고 할까. 죽음의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가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남겨두고 있지만 그것 역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 다르지 않다.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는 삶의 종착점인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깊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렇다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렵더라도 내가 맞이해야할 삶의 일부분인 것만은 확실히 느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나도 그런 죽음을 맞이했으면 하며 다시금 흐트러졌던 내 삶을 꽉 조여 매 본다. 아름다운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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