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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시대, 2025년이면 끝난다"

[2010 시민경제강좌 ①] 유종일 교수가 말하는 '경제학과 세계경제의 흐름'

등록|2010.09.22 19:32 수정|2010.09.22 19:32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던 미국 경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아시아 경제가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얼마 전부터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이유로 유로나 한국·일본의 국채를 골고루 사기 시작했지요. 2025년쯤 달러 기축통화 시대는 막을 내릴 겁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열렸던 '2010 시민경제강좌'에서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21세기 들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며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화에 대처해야 할 지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날 '경제학과 세계경제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파레토 효율 등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과 케인즈주의의 성과, 20세기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해 강의했다.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저녁 종로구 한국건강연대 강당에서 열린 한국경제정책연구회 주최 '2010 시민경제강좌'에서 '경제학과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뉴딜의 핵심은 삽질 아닌 금융 규제"

흔히 케인즈주의 하면 1929년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했던 대공황과 뉴딜정책을 연상하게 된다. 영국의 경제학자였던 케인즈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적자를 감수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강조했고 이는 결국 대공황으로 침체됐던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유 교수는 "최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묻혀 있던 케인즈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뉴딜 정책의 정수는 삽질 공사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금융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개혁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 시기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구분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을 제정하고 위험한 증권거래를 규제하는 증권거래위원회를 설치했으며 노동조합에 법적인 단체 협상권을 보장했다.

"뉴딜이란 것은 이런 총체적인 경제 사회 개혁에 정부의 공공지출이 일부분 얹어진 형태입니다. 그 결과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왔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건전한 자본주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죠."

미국이 펼쳤던 뉴딜 정책의 내용과 향후 이어진 경제 발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세계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각종 금융 규제, 높은 세금, 노동조합 강화, 복지 지출 증대, 국제 간 자본 흐름 규제 등의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각종 규제에 세금도 많으니 요즘의 시장자유주의자 관점에서는 당장 망해야 할 경제지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한국 대부분의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이 경제는 망해야 옳습니다. 그런데 19세기부터 세계를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5개 그룹으로 나눠서 경제 성장률을 살펴보면 5개 그룹 모두 성장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간이 있는데 그 시기가 바로 1950년부터 1973년까지입니다. 실업률이 3%를 넘지 않는 거의 완전 고용상태인데다 은행위기 빈도도 이 시기가 가정 적고 경기 변동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이 시기 일반 가정의 실질 소득을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2만 2천 달러에서 4만 4천 달러로 2배가 됐다. 이를 연 성장률로 환산하면 매년 2.7% 오른 셈이다.

▲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저녁 종로구 한국건강연대 강당에서 열린 한국경제정책연구회 주최 '2010 시민경제강좌'에서 '경제학과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대중의 경제 공부가 변화 만든다"

호황을 누리던 세계 경제는 1970년대에 이르자 고조된 노사갈등과 석유파동,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나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유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이 생긴 이유로 노동자들의 노동의식 약화와 고정환율제 붕괴,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면서 불안정해진 국제 질서를 꼽았다.

"지속적인 완전 고용 상태는 서서히 노동자들의 노동의식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러다보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강한 노동조합의 활동 때문에 높아진 임금은 물가 인상을 불러왔습니다. 또 자본이 점점 자유롭게 이동하니까 국내 경제 안정과 대외적 환율안정을 동시에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하면서 미국 중심의 질서 안정성이 사라지자 중동의 석유국가들이 담합해서 석유가격을 올리기 시작했죠. 이래서 정부를 줄이고 시장을 키워야겠다는 얘기가 대두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는 나아진 성적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된 1980년 이후 레이건 시대에 중산층 가정 소득은 연 0.7% 성장하는 데 그쳤다. 유 교수는 "이 시기 이후 규제를 풀고 정부 규모를 줄이고 무한 시장경쟁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경제성장률은 더 내려갔고 빈부의 격차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휩쓸던 시대의 자료를 보면 5개 그룹 모두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는데 제일 잘사는 나라가 가장 안 떨어지고 제일 못사는 나라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1975년경부터 빈발한 금융위기 역시 규제를 완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유 교수는 "특히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주주자본주의와 결합하여 회계부정 사태와 약탈적 대출 및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들이 마구 일어나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며 "신자유주의의 퇴장과 함께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일단 방향을 기존과 반대로 틀었지만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에서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으며 그 변화를 만드는 시작은 대중이 경제 공부를 하는 것"이라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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