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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수재민 위로발언에 '기왕쥐사' 등 패러디 넘쳐

누리꾼들 "'기왕에' 4대강 하기로 한 것 빨리 삽질 서두르자" 등 풍자

등록|2010.09.24 17:42 수정|2010.09.24 17:42

▲ 지난 22일 KBS '9시 뉴스'에서 방송된 이명박 대통령의 수해지역 방문 화면. ⓒ KBS


이명박 대통령이 수재민에게 한 말이 누리꾼들 사이에 '사려깊지 못한 말'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에 유행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KBS <9시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수해를 당한 서울 신월동 등의 지하주택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 영상에서 이 대통령은 수해를 당한 집에 들어가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요. 기왕에 (이렇게) 된 거니까. 편안하게"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마음을) 편안하게 먹을 수가 있어야죠"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야지"라고 말을 보탰다.

이와 관련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브리핑을 통해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한다. 어려운 일 당하셨지만 국가가 적극 지원 할테니 마음 편히 하시고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위로 했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대강, 세종시, 쇠고기, 모든 일에 '기왕지사' 아니었나?"

네이버 블로그의 'Tiamat'은 "원래 말실수가 많지만 수재민들에게 저런 말이 위로가 되겠느냐"고 지적했고, 'skybook111'은 "'기왕 이렇게 된 거'라고 말하기엔 아주머니 표정이 너무 절박하다"고 비판했다.

다음 블로그 'espoir'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황식 총리 후보가 병역면제임에도 이 대통령이 그를 선택한 사실을 '기왕에' 발언과 연관시킨 분석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이) '기왕에 병역면제된 건데 뭐가 어떻다는 거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원인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기왕에' 4대강 하기로 한 것 빨리 삽질 서두르자, '기왕에' 세종시 수정하기로 한 것 반대한다 해도 끝까지 가보자, '기왕에' 임명한 장관인데 바꾸라고 해서 바꾸면 되겠나, 기왕에 쇠고기 다 수입하기로 한 것 반대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꼬집었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findingecho'은 지난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지진 피해를 입은 중국 쓰촨성에 찾아가 "나도 눈물이 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피해주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던 일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엔 '기왕에 (그렇게) 된 거니까 편안하게' 비슷한 말 같은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발전소도 파괴가 됐다는데 그럼 전기는 어떻게 하나' '주민들이 얼마나 놀라겠느냐'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등등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말들만 넘쳐 났다"고 쓰촨성 재해 현장과 현재 수도권 침수 현장에서의 이 대통령 발언을 대조했다.

'기왕쥐사' 신조어까지 등장...'기왕에' 유행 조짐

이 대통령의 발언 모습과 내용이 고스란히 실린 KBS 방송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은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말씀 참 곱게 하신다"는 등의 비판적인 촌평을 달아 재전송(리트윗)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왕쥐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왕에 인터넷으로 널리 퍼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유행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트위터에서 '감기가 걸렸다'고 하소연 하는 누리꾼에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그냥 주사라도 맞으세요"라는 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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