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적' 없애야 말 된다 (326) 전반적

― '전반적인 역사',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다듬기

등록|2010.09.25 14:58 수정|2010.09.25 14:58
ㄱ. 전반적인 역사

.. 여관 주인은 우리에게 이 장엄한 대건축물에 관한 전반적인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114쪽

'장엄(莊嚴)한'은 '어마어마한'이나 '놀라운'이나 '대단한'이나 '훌륭한'으로 다듬고, "대건축물(大-)에 관(關)한"은 "큰 건물에 얽힌"이나 "큰 건물에 아로새겨진"으로 다듬습니다. "설명(說明)해 주었다"는 "이야기해 주었다"나 "들려주었다"로 손봅니다.

 ┌ 전반적(全般的) : 어떤 일이나 부문에 대하여 그것과 관계되는 전체에 걸친
 │  - 전반적 흐름 / 사회 구조의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 / 전반적인 경향 /
 │    전반적으로 작년 작품보다 많이 나아졌다 /
 │    그 나라 문화, 예술의 전반적인 수준을 반영한다 /
 │    경기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 전반(全般) : 어떤 일이나 부문에 대하여 그것에 관계되는 전체. 또는 통틀어서 모두
 │  - 국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단행하다 / 학교 전반의 문제점
 │
 ├ 대건축물에 관한 전반적인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 큰 건물에 얽힌 역사를 두루 이야기해 주었다
 │→ 큰 건물에 깃든 역사를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 큰 건물에 아로새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 큰 건물 이야기를 여러모로 풀어놓았다
 └ …

"전체(全體)에 걸친" 무언가를 가리킨다고 하는 한자말 '전반'입니다. 국어사전에서 '전체' 뜻풀이를 찾아보면 "개개 또는 부분의 집합으로 구성된 것을 몰아서 하나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에 바로 그 대상"이라고 나옵니다. 우리가 쓰는 말을 풀이하여 담는 책인 국어사전이지만, 이와 같은 풀이를 사람들이 알아듣기란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말풀이요 쉽지 않은 말살림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모두'라는 우리 말이 있는데 우리들은 왜 굳이 '전체'나 '전반'이나 '전부'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더욱이 '전반' 뜻풀이를 보면 "통틀어서 모두"라 적어 놓기까지 합니다. 이 말풀이 그대로 "통틀어서 모두"이든 그냥 '모두'이든 이야기하면 넉넉할 우리 말입니다.

억지로 꺼풀을 씌울 까닭이 없습니다. 괜히 어렵게 뒤틀 까닭이 없습니다. 굳이 한자 지식을 자랑하거나 지식 울타리를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 전반적 흐름 → 전체 흐름 / 큰 흐름 / 굵직한 흐름
 ├ 사회 구조의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
 │→ 사회 얼개를 크게 바꿔야 한다
 │→ 사회 얼개를 통틀어서 고쳐야 한다
 └ 전반적인 경향 → 전체 흐름 / 큰 흐름 / 큰 줄기

때와 곳을 살피면서 말하면 됩니다. 어느 자리에서는 '모두/모든'이 어울리고 어느 곳에서는 '큰/굵직한'이 어울립니다. '통틀다'를 넣을 데가 있고, '빠짐없다'나 '한데 묶다'나 '한데 모으다'를 넣을 데가 있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 "전반적 흐름"과 "전반적인 경향"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거나 글쓰기보다는 '큰흐름'이나 '큰줄기'를 한 낱말로 삼아서 이야기하면 한결 나을 수 있겠다고. '큰흐름-큰줄기'를 한 낱말로 삼아서 쓰는 한편, '작은흐름-작은줄기'를 나란히 한 낱말로 삼아서 쓰면 꽤 여러 곳에서 알뜰살뜰 우리 느낌과 마음을 나타낼 수 있겠다고.

 ┌ 전반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 퍽 많이 나아졌다 / 여러모로 많이 나아졌다
 ├ 그 나라 예술의 전반적인 수준을 반영한다
 │→ 그 나라 예술이 어떠한가를 두루 보여준다
 │→ 그 나라 예술 높낮이를 골고루 드러낸다
 └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 두루 나아지고 있다 / 고루 좋아지고 있다

두루두루 살피면서 북돋우는 말이니, 두루두루 살피는 만큼 나날이 새로울 수 있는 말입니다. 고루고루 헤아리면서 가꾸는 글이니, 고루고루 헤아리는 만큼 차츰 거듭날 수 있는 글입니다. 이곳저곳을 들여다보고 이모저모 곱씹으면서 우리 넋을 살찌우고자 한다면 우리 말글은 시나브로 곱고 맑은 매무새를 빛낼 수 있습니다.

ㄴ.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 두 비평 흐름이 밝혀낸 성과를 바탕으로 문학 창작과 연구에 관련되어 학계에서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남성 중심적 인식틀을 겨냥하게 되었다 ..  <태혜숙-연애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여성사,1993) 7쪽

'성과(成果)'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열매'로 손볼 수 있습니다. '관련(關聯)되어'는 '얽혀'로 다듬고, "남성 중심적(中心的) 인식(認識)틀"은 "남성 중심으로 바라보는 틀"이나 "남성 눈으로 보는 틀"이나 "남성 눈높이에서만 살피는 틀"로 다듬어 봅니다.

 ┌ 학계에서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식틀
 │
 │→ 학계에 두루 자리잡고 있는 생각틀
 │→ 학문마을에 널리 자리잡고 있는 생각틀
 │→ 학문밭에 고루 자리잡고 있는 생각틀
 │→ 학문밭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생각틀
 └ …

이 자리에서는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깊숙이' 같은 말도 어울립니다. "학계 어디에나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되겠네요. 자리잡은 모습을 '전반적'이라고만 한다면, 좀 두루뭉술합니다. 어떤 모습인지, 자리잡은 크기나 넓이가 얼만큼인지를 뚜렷이 알 수 있도록 이끄는 낱말을 골라서 써야 알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와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