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똥집3. ⓒ 조을영
요즘은 브런치니 스테이크니 하면서 먹을 것이 참으로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시장 한 귀퉁이에서 사 먹는 음식은 그 공간이 가지는 매력과 함께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서 그 음식의 맛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대구에는 이런 서민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닭똥집도 그러한 음식들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닭똥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닭이 먹은 음식을 잘게 부숴주는 중요한 소화 기관 중 하나인 닭 모래주머니를 말하는데, 근육질로 구성된 부위이며 그 구성물은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오도독거리며 씹는 맛이 일품인 닭똥집을 튀겨서 양념고추장에 버무린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먹는 맛은 제법 맵싸하니 옛 추억도 더불어서 가져온다.
▲ 닭똥집. ⓒ 조을영
이런 닭똥집을 대표하는 곳으로는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이 있다. 비가 오면 물이 고여 발 딛기가 곤란한 그곳. 입구에서 부터 화려하게 치장한 가게들이 줄을 잇기에 '재래식 시장 안에 웬 레스토랑이 많이 들어섰구나' 싶지만 십 여 년 전 만 해도 허름한 판자에 옹기종기 앉아서 먹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레스토랑처럼 잘 정비된 공간에서 깔끔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세월과 함께 달라진 변화이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30 여 년 전의 좌판에서 먹던 쫀득하고 바삭한 똥집 튀김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 닭똥집 골목. ⓒ 조을영
예전에는 닭을 다듬는 과정에서 닭똥집은 용도가 없어서 버리는 부위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평화시장 안에서 닭 장사를 하던 어떤 이가 우연히 이것을 튀겨보았더니 고소한 것이 꽤 먹을 만해서 그것으로 튀김 장사를 시작한 것이 닭똥집 골목의 원조가 되었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긴 가로 탁자에 앉아서 먹는 것이 꽤 정감 있게 느껴져서 서민들이 많이 찾았고, 그 안에서 정도 쌓으며 명물거리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낯선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먹다보면 젊은이들 간에 자연스럽게 미팅자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계기로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먹으며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하는 스토리텔링이 숨어있기도 하다.
1983년 4개 업소로 출발한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에는 현재 50여개 점포들이 성업 중이다. 그리고 지금은 튀김과 양념구이를 주종으로 해서 간장 소스를 끼얹은 것 까지 다양한 닭똥집 메뉴가 개발되어 있다. 30 여 년 전 똥집 골목이 생긴 초기에는 그냥 튀긴 것만 팔다가 2,30년 전부터 양념 맛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 무렵부터 양념 통닭이 생겨나기 시작했기에 닭똥집도 그에 맞춰서 양념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 한다. 후라이드, 양념, 최근엔 간장 양념까지 종류가 다양해졌고, 곁들임 무만 놓았던 과거에 비해 고추, 쌈장, 밑반찬 까지 다양해졌다.
▲ 닭똥집4. ⓒ 조을영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메뉴가 양념 닭똥집이다. 적당히 투실하고 두툼한 닭똥집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열심히 치대고 헹구며 냄새 제거를 하고, 여러 번 헹궈낸 뒤에 서걱서걱 칼집을 넣어서 양념이 잘 배어들게 한 다음, 튀기고 양념에 버무려서 접시에 담으면 고소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닭똥집 양념의 맛이 집집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 이 시장의 특징이다. 잘 튀긴 똥집을 발갛고 매콤한 양념에 버무리면 겉은 촉촉하고 달달하지만, 속은 씹을 때다마 오도독 하며 입안에서 감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또한 은은한 풍미가 느껴지는 간장 양념, 청양고추와 파를 팍팍 썰어 넣어서 맵싸하고 깔끔하게 만든 똥집 볶음도 술안주로 그만이다. 게다가 닭을 주로 잡던 시장답게 안동 찜닭도 겸해서 하고 있다.
▲ 닭똥집2. ⓒ 조을영
닭똥집은 삶에 지친 어깨에 용기를 불어넣어야 할 때, 색다르진 않지만 특별한 맛으로 자신을 돌보고 싶을 때 먹으면 좋을 음식이다. 지금은 깔끔한 현대식으로 바뀌었지만 예전, 천막으로 대충 막아놓고 나무 탁자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서 먹던 그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아직은 많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게 해주기에 충분한 협소한 공간, 비라도 올라치면 바닥에 떨어지는 빗물에 발이 다 젖어가면서도 인생의 여유를 만끽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지난날의 추억이 배어있는 곳이 대구 평화시장이다.
비오는 늦은 밤, 유리창에 어리는 불빛 사이로 심야 라디오 음악소리가 애수를 자극한다. 두런두런 말소리, 젓가락질 소리, 그리고 소주가 혀끝에 감겨올 때의 '카아~'소리와 함께 평화시장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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