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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제주 바다에 해가 지면

[포토에세이] 추석 연휴 끝자락에 조천 연북정에서

등록|2010.09.27 09:58 수정|2010.09.27 09:58

해질녘 제주 바다1자전거와 낚시하는 이 ⓒ 양학용


추석 지내러 육지에 있는 고향에 다녀왔더니 세상에, 제주 섬에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하늘 빛과 바다 물빛이 하나입니다.  며칠 전까지만도 그렇게 덥게 심술을 부리더니 마치 언제 그랬느냐고 시침을 떼는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들 말이 제주는 지금부터 정말 좋은 날들이라고 합니다.우리 부부도 이제 부지런히 제주 여행을 다녀야겠습니다.  내친 김에 저녁밥 해먹기 전 우리 동네 조천 앞바다에 내려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조천바다가 참 좋습니다.

해질녘 제주 바다2집어등을 켜는 시간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3바다 속에 잠긴 고깃배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4출항이다!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8우리 차 유리창에서 해가 진다. ⓒ 양학용


집에서 가까워서기도 하지만, 그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좋아서입니다. 작은 선착장 여기저기 그리고 등대 아래에서 낚시하는 이들을 만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정자가 하나 있어, 바다를 내려보며 쉬어갈 수 있습니다. 연북정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 옛날 유배왔던 이들이 '戀北', 그러니까 북쪽(한양)을 그리워하며 시도 짓고 노래도 부르며 지냈던 곳이라 합니다.   

해질 녘 조천 바다9연북정에서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10연북정에서2 ⓒ 양학용


사실 이 정자는 우리부부와 인연이 있습니다.

곽재구 시인이 포구기행이라는 책에서 이곳 연북정을 다녀가며, 조천(朝天)을 두고 '아침 하늘'이 아니라 '하늘의 아침'이라 읽으며 조천 바다의 수더분함과 신비로움에 대해 노래합니다.

그가 전해주는 조천 바다가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사오기 전 제주로 집을 구하러 왔을 때, 이곳 지인에게 무턱대고 얘기했더랬습니다. 조천에서 살고 싶다고. 그곳에 집 좀 알아봐 달라고.

그때 우리는 조천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의 답변이 "내 고향이 조천인걸 어떻게 알았어요?"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의 선배의 빈 과수원집을 얻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제가 집으로 가려고 하루에 일곱여 차례 다니는 읍면순환버스를 기다릴 때 시간이 남아 오게 되는 곳도 연북정입니다. 연북정 마루에 올라 나무기둥에 기대어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보곤 했습니다.

해질 녘 조천 바다6등대와 낚시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5어디 잡았나...? ⓒ 양학용


해질 녘 조천 바다7언제 피크닉테이블이 생긴거지? ⓒ 양학용


그런데 오늘처럼 해가 질 때 연북정에 오른 것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집을 소개해 준 지인이 어린 시절 첨벙대고 놀았다는 포구 안 바다부터 고깃배와 등대를 지나 해가 지는 바다 끝,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을 품고 있는 한라산의 그림자까지 붉고 시리게 다 한 눈에 보입니다. 

조천은 올레길 코스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는 이가 많지 않지만, 바다만큼은 참 좋습니다. 특히 해가 질 때가 더욱 그렇습니다. 벗들께서도 혹 제주 여행을 오시게 되거든 조천-하늘의 아침, 저녁 바다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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