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출판사 "표절은 없다... 작가도 같은 생각"
혼마 야스코 책 출판사에선 "<덕혜옹주> 저자, <덕혜희> 참 쉽게 인용"
▲ 일본 여성학자 혼마 야스코가 쓴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의 국내 번역본(왼쪽)과 50만부 이상 팔린 소설 <덕혜옹주>. ⓒ 역사공간-다산책방
50만부 이상이 팔린 소설 <덕혜옹주>(권비영, 다산책방 펴냄)의 표절논란과 관련, 출판사측은 "표절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소설 <덕혜옹주>를 출간한 '다산책방'의 한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혼마 야스코의 책과 권비영 작가의 원고도 다 읽어봤지만 '표절이 아니다'라는 게 우리의 의견"이라고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혼마 야스코는 이 글에서 "그 소설은 난해한 소 다케유키의 시를 비롯하여 내 책의 내용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무단차용하면서도 표현을 바꾸는 식으로 저작권법상의 그물망을 피하려 하고 있었다"며 "타인의 저작을 이용하는 것치고는 상식의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고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혼마 야스코의 책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는 덕혜옹주의 삶을 기록한 평전으로 작가 권비영씨도 인정할 정도로 소설 <덕혜옹주>의 중요한 참고자료였다.
"출판사도, 권비영 작가도 <덕혜옹주>는 표절 시비거리가 안 된다고 생각"
다산책방의 관계자는 "소설은 작년 12월에 출간됐는데 왜 한참 지난 뒤에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혼마 야스코는 '표현을 바꾸어 차용했다'고 했는데 본인의 어떤 표현을 차용했는지 얘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며 "책에서 혼마 야스코의 책을 참고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소설 <덕혜옹주>가 표절 시비거리가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권비영 작가가 우리에게 원고를 가져온 것은 혼마 야스코의 책이 국내에 출간된 2008년 5월 이후"라며 "최초의 원고는 미스터리 액자구성을 하고 있어서 덕혜옹주를 조명하는 역사소설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본인이 재창작을 했고, 출판사측과 상의한 후에 다시 한번 더 (소설내용과 구성 등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권비영 작가의 의견과 관련해 "권 작가도 우리와 동일한 의견"이라며 "('표절이 아니다'라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따로 인터뷰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작가 권비영씨가 소설 <덕혜옹주>에 쓴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권씨는 이 소설의 끝에 수록된 '지은이의 글'에서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쓴 이는 일본인 '혼마 야스코'"라며 "그녀가 쓴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는 가장 완벽한 참고자료였다"고 평가했다.
권씨에 따르면, 혼마 야스코는 일본어로 쓴 자신의 책을 몇몇 국내도서관에 기증했고, 권씨도 그렇게 기증된 책을 울산대 도서관에서 찾아 일본어로 읽었다.
권씨는 "나는 일본인이 쓴 그 덕혜옹주의 일생을 한글로 번역해가며 읽었다"며 "그리고 (일본인이 덕혜옹주의 생애를 조명했다는) 불편함을 마음에 담고서 열병을 앓듯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 초고를 완성했을 때 그가 중요한 참고자료로 쓴 혼마 야스코의 책이 국내에 번역·출간됐다(2008년 5월).
"나는 절망했다. 나보다 먼저 덕혜옹주에 관심을 가진 이가 있었다니. 뒷북을 친 꼴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 책을 사서 다시 읽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소설 구성의 많은 부분을 고쳤고 많은 부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오히려 쉽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다시 열병을 앓았다."
결국 권씨가 혼마 야스코의 책에 의존한 '소설 초고'를 버리고, 지금 베스트셀러가 된 <덕혜옹주>의 모습이 담겨 있는 소설을 다시 썼다는 얘기다.
"혼마 야스코는 <덕혜옹주> 출간 직후부터 표절에 문제의식 가져"
그런데 혼마 야스코의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이훈 옮김, 역사공간 펴냄)를 펴낸 출판사측에 따르면, 혼마 야스코의 문제의식은 소설 <덕혜옹주>가 출판된 직후에 시작됐다.
역사공간의 한 관계자는 "혼마 야스코는 한국과 교류도 많이 했고 지인도 많다"고 전제한 뒤, "이것(무단차용 등 표절문제)이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며 "소설 <덕혜옹주>가 나왔을 때 일본에서 바로 읽어보셨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덕혜옹주>를 읽어보신 후에 (무단차용 등 표절문제를) 얘기했다"며 "올해에는 그 문제로 몇 번 한국을 다녀갔고 변호사를 만나 방법을 찾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표절문제 때문에) 저자(혼마 야스코)와 역자(이훈 현 동북아재단 독도연구소장)가 같이 만나기도 했다"며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하지만 두 개의 책을 모두 비교해봤을 때 소설 <덕혜옹주>는 혼마 야스코의 책을 보고 쓴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권비영 작가도 혼마 야스코 책을 참고했다고 밝혔는데 (이 책을 참고해서) 소설을 쓸 생각이었으면 덕혜옹주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저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인터뷰를 했어야 맞다"며 "하지만 연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을 낸 것은 원저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덕혜옹주의 남편인 소 다케유키의 시들은 혼마 야스코가 발굴했는데 그것도 소설 속에서 참 쉽게 인용했다"고 덧붙였다.
혼마 야스코는 지난 25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소 다케유키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였다"며 "그리고 소 다케유키의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저작물, 특히 그가 지은 시를 분석하였다"고 말했다.
한편 혼마 야스코는 소설 <덕혜옹주>와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를 꼼꼼하게 비교해 '표절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한겨레>를 통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는 이러한 비교검토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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