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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접수한 조승수 "우두머리끼리 이합집산 안 돼"

진보신당 3기 체제 사실상 출범... 민노당과 '묻지마 통합' 부정적

등록|2010.09.27 18:08 수정|2010.09.27 18:08

▲ 진보신당 새 대표로 사실상 확정된 조승수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기 대표단 후보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진보신당 3기 대표단으로 사실상 확정된 '조승수 지도부'가 27일 공동 출마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유세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 후보들은 토론회와 전국순회유세를 거친 뒤 오는 10월 11~15일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당원 찬반 투표를 통해 3기 대표단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조승수 대표 후보를 비롯해 박용진, 김정진(이상 일반명부 기호순), 김은주, 윤난실(이상 여성명부, 기호순) 부대표 후보가 각각 출마를 선언한 상태.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단연 눈에 띈 인사는 일반명부 부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서울 지방선거 후보사업단장이었다. 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지도부 후보자들은 모두 '독자파'로 분류된다.

박 후보는 "진보신당은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에 소위 통합파와 독자파로 나뉘어 당의 진로와 진보 정치의 미래를 두고 제법 큰 논쟁을 벌여 왔으며 이번 당 대표단 선거는 그 논쟁의 마무리"라며 "불행히도 새로운 진보대통합정당 건설이란 화두를 던졌던 심상정 전 대표가 대표 출마를 포기한 데 따른 여파로 그런 의미가 실종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는 "잘 알려져 있듯이 저는 대표단 선거에 나온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통합파로 분류되고 있는 후보"라며 "저는 '가치'와 '노선', '정책'의 연대로 새로운 진보대통합정당 건설에 나서되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총선 전 통합 완료를 목표로 모든 주체가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전 대표와 정종권 부대표의 당 대표 불출마로 사그라진, 통합파와 독자파 간의 노선 논쟁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대표단 후보 중 단 한 명만이 '통합파'임을 재확인시켜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건설을 앞두고 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을 수도 있음을 예고한 장면이기도 했다. 

단 한 명뿐인 '통합파'... 진보통합정당 건설 논의 난항 예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건설에 대한 조승수 의원의 견해는 '비민주진보연합'으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 16일 출마선언을 통해 "통합이냐, 독자냐라는 잘못된 논쟁 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진보신당은 결코 좁은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을 것이지만 조급함에 밀려 남들이 내세우는 당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파와 독자파 간의 논쟁이 격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원론적 입장'이었다.

다만, 그는 "진보대연합과 진보대혁신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자유-진보의 삼분구도로 만들겠다"며 민주당·국민참여당 등을 제외한 '비민주진보연합'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진보신당의 활로는 기성정치권 우두머리끼리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세력, 녹색당 추진세력, 진보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운동 혁신세력을 아우르는 데서 찾아야 한다"며 "(진보대연합의 범주는) 민주대연합이 아닌 진보대연합"이라고 말했다.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진보통합정당 건설 논의 구조엔 동의하면서도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한 셈.

그러나 진보통합정당 건설 논의 주요 축인 민주노동당의 일부 인사들은 국민참여당도 한미FTA, 이라크 파병 등에 대해 반성하고 반신자유주의 정책을 공고히 한다면 진보통합정당의 구성원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진보신당 내 통합파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박용진 부대표 후보는 이날 "새로운 진보대통합정당 대열에 동참하고자 하는 정치 세력, 개인 누구에게나 과거를 묻는 대신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정치적 수사로 통합론과 독자론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일단 덮고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대표단 선거를 통해 확실한 당의 방침을 결론지을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진보통합정당 건설 과정에서 그 기준과 통합 대상을 놓고 당 대표단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당원의 반감을 줄여가는 게 조승수 지도부의 숙제"

조승수 대표 후보에 대한 민노당 일부 당원들의 반감도 진보통합정당 건설 난항을 점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 대표 후보는 지난 2008년 이른바 '선도탈당'을 통해 민노당 분당을 이끌었던 핵심인물이다. 또 그는 당시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민노당 자주파를 겨냥, '종북주의·패권주의'라고 공격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민노당 '진보대통합 추진위원회(통추위)'의 위원장인 정성희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 대표 후보 스스로 진보정당통합 건설에 소극적이지 않다고 밝히는 등 양당 간의 (진보통합정당 건설) 논의 진행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선도탈당·종북주의 캠페인 등에 대해선 털고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민노당 역시 당시 당내 다수 세력으로서 포용력을 갖지 못하고 보인 과거 패권주의 행태에 대해 과감하게 털고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혀, 양당 간의 '속풀이 과정'이 선행돼야 함을 지적했다.

진보신당 관계자도 이날 "안으론 진보정당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밖으론 민노당 당원들의 반감을 줄여가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략을 세우는 게 조승수 지도부의 최대 숙제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또 "당 내부 분석으론 민노당의 기층 당원들이 진보신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진보신당 일부에서도 이 같은 분석을 보며 '민노당이 진보신당에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당내의 부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실제로 이번 대표단 선거에 출마한 일부 부대표 후보들도 민노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표출하고 있다.

김정진 부대표 후보는 지난 21일 인터넷신문 <레디앙>의 서면 질의에 대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종북주의, 패권주의, 정규직 중심의 정치활동, 비생태적 사고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지 않으면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현 상태에서 민노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은주 후보 역시 "(분당의 원인이 됐던) 정치노선과 조직문화가 실질적으로 변화했음이 실천 과정에서 입증돼야 한다"면서 "지금으로선 (민주노동당의) 실질적 변화에 관한 어떠한 근거도 발견할 수 없어서 유감"이라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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