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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과 박진영도 아는데 MB만 모르시나

[TV리뷰] 케이블 시청률 고공행진 <슈퍼스타K 2>의 인기 비결

등록|2010.09.28 09:45 수정|2010.09.28 10:13

▲ Mnet <슈퍼스타K 2> ⓒ Mnet


<슈퍼스타K 2>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려 134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그들 중 가수가 될 수 있는 이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하는 최후의 한 사람에겐 막대한 상금과 음반을 낼 기회가 주어진다. 좀 더 넓게 봐서 본선무대인 'TOP 10'에 진출하면 가수가 될 확률이 높다 할 수 있다.

TOP 10에 든 참가자들은 웬만한 연예인과 맞먹는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얻으며(물론 그에 따라 안티도 증가하지만), 가요계 관계자와 기획사의 주목을 끌게 된다. 중도에 탈락한다 하더라도 이미 TOP 10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능과 실력을 어느 정도 입증 받은 셈이어서 가수가 될 확률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다.

134만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10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 자신이 겪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 과정에서 고등학생의 대학 입시, 대학생의 취업 도전은 모두 <슈퍼스타K 2>의 다른 버전이 된다. 명문대는 한정돼 있지만 수십 만 명의 고등학생들은 그곳에 들어가고자 공부하고, 졸업을 목전에 둔 대학생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려고 기를 쓴다.

시청자들이 유난히 심사위원들의 심사기준과 객관성 및 공정성에 예민한 것은 그 때문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참가자들을 자신에게 투영시키고,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오로지 심사위원의 심사결과에 의해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에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면 어떤 기준과 근거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결정했는지에 대해 따져보곤 한다.

본선에서부터 도입되는 시청자 투표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 또한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예선기간 동안 형성된 참가자들의 팬덤에 의해 투표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실력이 아닌 인기로 합격자와 탈락자가 가려지는 것을 우려한다. 그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Mnet에서는 이번 <슈퍼스타K 2>부터 심사위원 점수의 비중을 높이고, 각 라운드에서 심사위원 점수가 가장 높은 한 사람을 시청자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합격시키는 '슈퍼 세이브' 제도를 도입해 보완했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심사위원들

▲ <슈퍼스타K 2> TOP 11에 진출한 11명의 참가자들. ⓒ Mnet


공정성과 관련해 <슈퍼스타K 2>의 예선에서 보여졌던 몇몇 장면들은 왜 이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지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한다.

서울지역 예선에 참가한 한 소녀는 자신이 90년대 혼성듀엣 '철이와 미애'로 활동했던 가수 신철의 조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신철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DJ DOC의 이하늘과 백지영이 심사위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하늘은 자신이 전날 신철로부터 조카를 신경 써서 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노라 고백까지 했다. 그러나 이하늘과 백지영은 그 소녀를 합격시키지 않았다. 친한 지인의 조카였지만, 그것을 심사와 연관 짓지 않았다. 대신 이하늘과 백지영은 불합격 통보 후 무대에서 내려와 눈물 흘리는 소녀에게 다가가 노래보다는 연기가 어울리겠다는 조언을 해주고 다독여준 것으로 위로를 대신했다.

TOP 10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슈퍼위크'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은 다시 연출됐다. 이번 <슈퍼스타K 2>에서 새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박진영의 앞에, 과거 JYP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있던 이상지가 모습을 드러낸 것. 그녀는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영재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원더걸스의 선예, 2AM의 조권 등과 함께 뽑혀 박진영에게 트레이닝을 받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에 하차한 케이스였다.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자신의 옛 제자와 조우한 박진영. 기획사 연습생 출신답게 이상지가 보여준 무대 또한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박진영은 그녀를 불합격시켰다. 박진영은 그녀에게 "너무 보여주려고 하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며 "제스처, 표정, 노래 모두 과했다, 붙으려고 노래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탈락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옛 제자를 특별대우하지 않았다.

장관의 딸을 특별채용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들이 관련규정을 멋대로 뜯어고치는 등 부정을 자행하고, 지자체, 민간 기업 가릴 것 없이 '낙하산'과 '똥돼지'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슈퍼스타K 2>가 보여준 이런 모습은 신선했다. 오로지 본인의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심사위원의 고집과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제작진의 모습에서 <슈퍼스타K 2>의 권위는 세워지고,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시청자들은 <슈퍼스타K 2>를 보며 대리만족한다

▲ 자신의 가정사를 털어놓는 앤드류 넬슨. ⓒ Mnet


치열한 경쟁을 뚫고 TOP 11(프로그램 기획 당시엔 10명을 뽑기로 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11명을 뽑았다)에 뽑힌 참가자들이 멋들어진 숙소에 짐을 푼 뒤 한데 모이자, 매니저는 그들에게 숙소보다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멤버들은 어색하게 웃을 뿐, 한 명도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TOP 11의 멤버 중 가정 형편이 부유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라거나 어려서부터 아픔을 갖고 성장한 멤버들이 적지 않았다.

김지수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려서부터 자립해야 했고, 앤드류 넬슨은 경제적 이유로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장재인은 왕따의 고통과 좋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힘겨운 유년기를 보내야 했고, 허각 역시 굴곡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그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가정형편이나 인맥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그들의 실력만 평가했다. 그들이 음악에 재능을 갖고 있고, 가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지금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그 밖의 다른 조건들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그 결과, 멤버들은 소위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슈퍼스타K 2>에 열광하는 것은 TOP 11에 진출한 멤버들이 부모의 재력이나 백그라운드에 관계없이 순전히 본인들의 노력만으로 가수가 될 기회를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점점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이 갑갑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공정한 게임의 룰 아래에서 성공을 위해 구슬땀 흘리는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들이 웃으면 같이 웃고, 그들이 울면 같이 눈물을 흘린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 입으로만 공정을 외치는 사회. 이 절망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우리는 매주 금요일 밤을 애타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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